용추계곡이란 이정표가 있었던 곳에 \'선유동\'계곡이 있었다.
물은 시원해서, 아니 차가워서 발이 시렸다.
두 아이들은 제법 오랫동안 물 속에서 버텄으나 내게는 그 잠깐의 인내심이 없었다.
검은색, 분홍색 스니커즈 두켤레, 살구색 뒤가 뚫린(플랫슈즈) 납작한 구두가 나란히 바윗돌 위에 휴식을 취했다.
몇 몇 가족이 명절음식을 싸 와서는 30평 거실만한 넓이의 바윗돌 위에 앉아 먹고 있는 중이었다.
물은 여름철에 피서지의 역할을 다 했을만큼 깊이가 깊었다.
몇 마리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물고기가 헤엄치고 다녔다.
말라버린 밤송이가 바위옆에 조금씩 보여 맨발인 세 사람은 주의를 기울였다.
물 속에 떨어진 잎들이 아래로 흘러갔다.
도로는 꽉 막혀 차 속의 식구들이 몸을 꼬고 앉아 있었는데, 계곡은 명절을 비켜갔다.
조용하고, 한가롭고, 잎들이 떨어져 가고, 굳게 닫힌 가게의 문들, 평상위에 떨어진 나뭇잎 조각들, 풀 숲에 바스락 거리는 작은 쥐 크기의 다람쥐 두마리의 움직임, 크게 떠드는 사람도 없이 서늘한 공기 속에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는 가족들의 움직임, 차소리도 없고, 도로에서 들리는 어떤 소음이 비켜가고 있던 그곳은 선유동 계곡이었다.
결국은 또 차 안에서 언성이 높아졌다.
남편의 형수는 어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스물 여섯에 시집가서 마흔하나가 된 세월 속에서) 남편의 둘째 형수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력이 다며, 아버지 사별과 어머니 개가와 조부모 밑에서 자라 스무살에 시집오기전까지 전혀 사람다운 사람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채 그의 집에 온 그날부터 십년을 시어머니께 교육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천성이 어쩌지 못해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줄 모르는 여자였다.(이렇게 쓰고 보니 나는 대조를 이루어 천성이 좋은 사람처럼 보이나 항상 사람은 자신의 과오는 잘 모른다. 나 역시 약간 성질이 더럽다.)
나는 그녀 앞에서 한 번도 대학교육을 받은 티를 낸 적이 없고 단 한번도 그녀를 무시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와 나는 물과 기름처럼 절대 섞이지 못했으며, 서로를 조금이라로 이해하려 들지 않았고, 제대로된 의사소통을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
달랐다.
그냥 그렇게 말할 수 밖에 다르게 표현 할 한마디도 찾지 못했다.
우리는 또 결국 싸울 수 밖에 , 서로의 가족에 대한 오해를 가슴 속에 품고 자동차 안에서 뒤얽힌 감정의 실타래를 풀 생각없이 서울로 향했다.
이번 명절의 끝도 끝도 없이 늘어선 차량행렬처럼 가슴 속에 끝도 없이 늘어진 가족간의 불신으로 끝이 났다. 명절은 대체 왜 있어서 기분 복잡하게 만드는 거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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