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머슴애 이름은 K.D.H.이다.(그냥 이니셜을 땄다.) 나는 그애 이름을 부를 대 몇 가지로 부른다. 우리아들, 아들, 당신아들(남편한테), 니동생, 이놈아. 너거조카, 뭐 그런 호칭이 내 아들의 이름이다.
지금 아들은 야구 배트타령이다. 그게 뭐하는거냐고 물었더니 야구공을 받을 때 손에 끼는 거란다. 또 야구 글러브를 사달래서 그것은 또 뭐에 쓰는거냐고 물었더니 공을 상대방을 향해 던질 때 끼는 거란다.
야구 배트는 가지고 있다.
그것은 제 외삼촌이 할인마트에서 샀다며 공과 배트와 야구 방망이 세트 속의 하나였다. 무슨 이유인지 멀쩡한 그것을 놔두고 자꾸만 사달라고 졸라댄다.
나, 저희아빠, 이모, 외삼촌, 그리고 추석때 받을 용돈이 배트를 살 수 있는 도우미로 여겨졌던지 전화 통화가 가능하면 모두에게 자신이 필요한게 배트라고 말하는 걸 옆에서 지켜봤다.
쉽게 사주고 싶지도 않고, 멀쩡하게 생긴 걸 두고 억지를 쓰는 것 같아 좀더 두고 볼 작정이다.
배트를 원하지 않았던 그 전에는 캔버스화가 뭐냐고 거짓말 보태 그 물음에 한 80번쯤 대답했었다.
아들과 나는 그 캔버스화에 합의점을 찾았다. 용돈과 엄마가 돈을 반반 보태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금도 아들에게 용돈을 모으면 사주겠다고 말했다.
제 누나보다 10배 정도는 원하는 것이 많은 녀석이다.
컴퓨터 키보드, 프린터기, 그리고 이사할 때 버려 집에 없는 전자레인지까지 어찌나 그런 것들에 대해 말하는지 오히려 필요한 나보다 더 극성스럽다.
먹고 싶은 음식은 애 가진 여자들보다 많다.
고기, 핏자, 치킨, 햄버거, 떡볶이, 아들녀석 머리 속에는 아마 무얼 소원하는 소원의 방이 하나 더 들어 있을 것 같다.
하기야 아들만 욕망덩어리는 아니 것 같다.
나도 제 아빠도 누나도 말로 아들만큼 내 뱉지 않아서 그렇지 덜 하지는 않겠다.
아들이 언제쯤 그렇게 열심히 주문을 외워도 이루어지지 않는 많은 것들이 있음을 깨달을까?
딸 아이처럼 내게 책을 사는 일로 돈을 달라고 하기 전에 우선 자기가 먼저 \"짜증나 짜증나 .엄마 학원에서 책 또 사라고 그런다. 짜증나.\"그렇게 선수를 먼저 쳐서 저도 사기 싫은데 하는 수 없지만 돈을 얻어가야겠다 그런 표현을 하며 엄마의 눈치를 살피는 딸보담은 어쩌면 수식어가 전혀 붙어 있지 않은 아들의 소원이 더 귀에는 무슨 후렴구처럼 들리기는 하지만 참기가 쉬운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나는 아들의 욕망과 내 욕망과 싸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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