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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BY 동해바다 2007-02-12


     산다는 것은...

     어디로 가야하나 멀기만한 세월           
     단 하루를 살아도 마음 편하고 싶어       
     그래도 난 분명하지 않은 갈길에 몸을 기댔어       
           
     날마다 난 태어나는 거였고
     난 날마다 또 다른 꿈을 꾸었지
     내 어깨 위로 짊어진 삶이 너무 무거워
     지쳤다는 말조차 하기 힘들 때
     다시 나의 창을 두드리는 그대가 있고
     어둠을 가를 빛과 같았어         
           
     여기서가 끝이 아님을 우린 기쁨처럼 알게되고
     산다는것 그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한거지          

     ******

     4. 

     바삐 살아가는 도시의 일꾼들 틈 속에 나도 한 소시민이 되어가고 있었다.
역사 입구에서 신문 두세개를 챙겨 종종걸음으로 출근을 한다.
교통체제에도 이젠 익숙해져 촌티를 말끔히 벗어내고 있었다.
     질주하던 가을은 어느덧 계절을 달리하며 그새 한 해를 정리하려 한다.
     주어진 일에 책임을 다하며 성심성의껏 일하였다.
     일당 55,000원이라는 수고비가 그 댓가로 치뤄진다.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였고, 중년의 나를 써줄 수 있음에 또한 감사하였다.

     친정근처에 조그만 원룸을 하나 얻어 그곳에서 출퇴근하였다.
     냉장고 티브이 전자렌지를 올케언니가 손수 장만해 주었다. 
     TV는 필요없고 책을 볼거라는 얘기에 언니는 궁상떨지 말고 TV라도
     보면서 웃으며 살라 했다. 생각없이 웃는 웃음일지라도 잠시 시름 잊을수
     있을테니 라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돌아가는 시간 속에 나를 잊고 살았다.
     경기도 광주로, 인천으로, 구리시로...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다시 시외버스를 탔다.
     얼마든지 집 근처에서 일할 수 있는 일들이 있긴 할텐데 그 일 아니면
     안될것 같은 생각에 죽기살기로 매달렸다.

     올들어 가장 춥다는 날, 아들은 논산훈련소로 향하고 메세지로 전화로 
     소통하며 아들을 보냈다.
     \'엄마 안내려올거야?\' 지친 딸도 이젠 나를 불러 들이고 싶은지 문자로
     힘듬을 알려온다. 엄마를 이해한다면서 결국 제 생각들 뿐이다. 
    
      폰메세지 보내는 방법을 어떻게 배웠는지 서투른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우리 서로 대하하도록 노력합시다 푸탁하오 진신으로 부탁사오@@\'
     \'여보, 용서해 줘\'
     \'사랑해. 보고십다\'
     이런 모든게 싫었다. 어떻게서라도 나를 되돌아서게 만들려는 그의 집착이
     나를 더욱 더 밀어내고 있었다.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되지 않느냐\'라고 던진 말에 그는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호프집을 개업했다. 항상 입으로 뇌까리던 일을 드디어 벌렸던 것이다. 
     술꾼이 술집을 차렸다. 뻔한 결과를 얻게 될지 왜 모를까.
     흐려지는 판단력과 사고력으로 단순히 일이 있어야 살 길이란 정답을 내렸나보다.
     어찌되었든 열심히 살길 바랬다.
     일터로 간간히 걸려온 전화는 되도록 받지 않았다. 

     훈련병 아들의 사진을 딸아이가 폰으로 보내왔다. 일하면서 가슴이 아렸다.
     활짝 웃는 모습에 더욱 가슴이 찢어들었다. 자식들에겐 늘 미안한 마음이 앞설 뿐이였다.

     연말연시...
     한 해의 시작이 개떡같이 시작되더니 말미도 그와 다름없었다.
     밤늦게 아픈 다리를 끌고 탑승한 지하철 안은 술냄새로 그득하다. 삼삼오오 송년모임을   
     마치고 돌아가는 그들은 안방인냥 큰소리로 떠들어댄다. 
     기분좋게 취해 있는 사람들이나 나나 별반 다를게 뭐 있을까. 저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면 매양 똑같은 것을...
     속죄의 어린 양마냥 고개숙이고 졸다보면 어느새 내려야 할 역이다. 

     또 전화가 걸려온다.
     \'여보. 밥 잘 챙겨먹고 건강해. 내려오라는 소리 안할테니 맘편하게 먹고 일해. 미안해\'

     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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