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임시공휴일 어느 날이 낫다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47

멸치 상자의 비밀.


BY 오월 2007-01-28

힘들때 잠시 우리 사무실에 머무르다 떠난 사람들.

대기업 같은 곳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를 하고

그 곳에 다닌다는 것 만으로도 자부심이 생기지만.

우리 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마음합쳐

살아보자 해 보지만  회사 유니폼 입는 자체마저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원이 있던시절.

지금도 그렇지만 그 정말 쉬워보이는 기본지키기가

어찌 그리도 힘이 들던지요.

혼자서 밤을 거의 지새우다시피 해 가며 조금만 ,조금만

여유가 있어지면 월급도 더 많이 줘야지 명절이 아닌날도

아이들 통닭이라도 한마리 사들고 들어가라며 작은 봉투라도

넣어줘야지 하는 다짐을 해 보지만 우리보다 먼저 지쳐버린

직원들은 조금 더 준다는 월급을 쫒아 아니면 좀더 후덕한

사람을 찾아 떠나가 버립니다.그렇게 조금씩 자리 잡아

오는 동안 참 많은 사람들이 오고갔네요.

 

사무실이 오고가는 길목이다보니 그렇게 잠시 머물러 있던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듭니다.하나 바뀐게 있다면 어느새 호칭이

형님,형수님이 되어서....

아주 오래전 한 십 년 전쯤 그렇게 잠시 근무했던 사람이 갑자기

전화가 걸려와 작은거지만 택배 하나를 보냈으니 맛있게 먹어 주십사

하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몇칠 후 커다란 박스가 집으로 배달되어 왔는데 김2묶음 ,오징어채

,쥐포,문어,미역,황태,그리고 마른멸치 한 상자 뜻밖의 많은 양과 가득보여

지는 정성에 고맙다는 전화를 하고  당장은 집에 있는 것들이라 아들 방 옆

작은 창고방에 박스채 넣어두었습니다.

그리고 까맣게 잊은 어느날 딸아이가 동생방에서 썩은 냄새가 난다

길래 환기좀 시키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아들이 방향제를 찾으며 \"엄마,내 방에서 심상치 않은 냄새

가 풍겨요 .\"그래도 빗물통을 타고 가끔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있어

그러려니 흘려보냈습니다.그리고 잠시있자 아들아이가 건어물 박스를

들고나와 자기방에 둘 수 없으니 베란다에 두겠다며 상자를 베란다로 들고

가는 데 욕실에 있던 남편이 뭔가 수상쩍은 냄새가 난다며 잔소리를 시작

하는 겁니다.고기도 생선도 못 먹는 남편이 냄새나 맛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마음이 상한 저는 아들과 남편을 향해 멸치냄새 건어물 특유의

냄새 가지고 유난들 떨지 말라며 보내준 사람 성의도 있는데 하며 입을

꽉,틀어막아 그 상자에 대해선 두번다시 말을 못 꺼내게 해 놓았지요.

 

아들보다는 딸이 짐이많아.베란다로 통하는 창문이 있는 안방을 딸아이가

사용한지 오래 되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아직 자고있는 딸아이 방에 들어갔다가 그 자리에서 질식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방 안 가득 배어있는 숨을 쉴 수 조차없는 썩은 냄새.

혹시 아이가 질식하지나 않았는지 아이를 들여다 보니 이 미련곰퉁이 딸년.

\"엄마,나 냄새 때문에 죽는줄 알았어.\"그러는 겁니다.

그래도 출근은 해야겠고 다시 베란다로 나가 건어물 박스를 우리 방에창문이

딸린 다용도실에 놓고 창문을 열어놓고 출근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 지독한 냄새를 맡아버린 저는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습니다

급기야 조금있자 몸에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하고 온 몸에서도 그 악취가

나는 듯 해서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남편에게 집에 들어가야 겠다고 했더니 \"아니,아무냄새도 안 난다며 날더러

유난떨지 말라며..\"하면서 면박을 줬지만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러고선

집으로 달려왔지요.문을 열고 우리방 문을 여는 순간 그 공포의 썩은 냄새는

방안가득 채워져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가방을 집어 던지고 다용도 실로 뛰어가며 너의 정체가 뭐냐 하는 심정이

되었지요 멸치 상자안에 커다란 썩은 쥐가 한 마리쯤 들어있을 지도 모른다며

멸치 상자를 뜯는 순간  그 상자 안에는 매끈매끈 쭉죽빠진 양미리 네 묶음이

하얀 솜 이불을(곰팡이)뒤집어 쓰고 동면에 들어있었습니다.

당연이 마른멸치 일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상자안에 양미리가 들어

있을줄이야

 

그날 저녁 남편이 들어와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를 했더니 한심한 눈빛으로

남편이 절 쳐다봅니다.그래도 선의의 거짓말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는

거짓말로 전화를 해 주며 얼마나 아깝던지요..

우리 네 식구 지금도 눈빛만 마주치면\"공포의 양미리 사건!!\" 이렇게 한마디

외치면 동시에 폭소가 터지곤합니다.

세상에 아무생각 없이 숨쉬며 마시는 맑은 공기

그 깨끗한 공기의 소중함을 너무나 절실히 깨달은 사건이였습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