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야...
울 딸이 이번에 치의대에 합격했어...
나에겐 딩동하고 넘어 온 문자속에 울컥하는 뭔가가 내 목 중앙에 걸렸다.
툭하면 남편에게 맞아서 눈팅이 밤텡이 되어서 그거 감추느라 한달동안
나오지 않았던 친구다.
얼마나 맞고 살았으면 치아도 부러져 몇 년간 그 치료비가 없어
웃으면 맹한 영구처럼 보였다.
한 번은 나에게 문자를 넣었는데
뒤 바뀐 문자였다.
\" 술 많이 먹지말고 콩나물 국 끓여 놨어. 기다릴 께\"
답장을 해줄까 하다가 말았다.
너 왜그러냐?
세상에 그 여자랑 살림차려서 저기 그 단지 몇 동까지 다 알고 있는데
마누라가 되 가지고 왜 따지지 못하냐?
이 빙신 바보야 ... 얼른 간통죄로 몰아서라도 그 년 놈 잡아 넣어야 일이 되는 거야!
입이 잇다는 친구들이 죄다 이 친구를 뭐라고 나무랬다.
남편 관리를 어떻게 해서 맞고 사냐?
요즘은 여자하기 나름이다 세상인데 세상에 그렇게 바람 피우고 맞고 사는 니가 뭐가 모자른 거 아니냐고 따지는 친구도 있었다.
벼라 별 애기를 다 하는데도 묵묵부답이고
여전히 맞고 여전히 바람피는 남편을 늘 기다려주더니
이젠 그 딸이 대학에 입학 했다고 문자가 나에게 온 것이다.
얼른 나는 전화 통화키를 길게 눌렀다.
\" 야 야..우리 딸 자랑 스럽지?\"
\" 그려..임마..니가 그렇게 고생하더니 딸내미가 복받은 거여!\"
\" 그래..너는 그렇게 말 해줄 지 알았다. 오늘 점심에 칼국수 쏜다. 내가 한턱 낼께. 나올거지?\"
축하는 내가 해주고 턱은 니가 내는 법은 없고,
올 때 딸내미나 데리고 나오라고 했다.
아직도 남편은 바람을 열심히 피우느라 하루가 바쁘단다.
이 친구 말을 듣고 있으면 이말 듣고 웃어야 되나 아니면 울어야 되나 표정관리를 먼저 해야 할 게 한 두번이 아니다. 전화요금도 엄청나게 나와서 한 번은 나에게 부탁을 한 적도 있었다.
전화국처럼 위장을 해 가지고 자동이체를 본인통장으로 해야 한다고 안내원처럼 말해달라고 하는데, 까짓거 내 친구가 어려워서 돈을 못 주더라도 그런것은 얼마든지 한다고 회사전화로 안내원처럼 코 맹이 목소리로 안내 멘트를 했다.
\" 본인 확인 하는 차원에서 주민번호 뒷 자리만 불러 주세요?\" 했더니 순순히 불러준다.
핸드폰 요금이 밀려서 자동이체 변경 할 날짜는 언제 해드릴까요 ? 했더니 매달 25일로 해 달란다. 후훗... 그 다음엔 본인명의나 본인신용카드번호를 불러 달라고 했더니 통장번호를 부른다. 네 감사합니다. 다음 달 25일부터 본인 통장에서 25일 자로 인출 될 예정입니다.
고객님 행복하십시오.
또 한번은 맞은 적이 없다는데 얼굴이 시퍼렇게 멍이 들고 거기다가 부어서 내 앞에 나타난 적이 있었다. 하도 속상해서 술을 먹고 잠을 잤는데 침대에서 굴렀단다. 그 이후로 기억이 안나는데... 남편이 들어 왔었냐고 물으니 도통 모르겠단다. 화도 친구가 나고 기막힌 것도 친군데 나는 더 화가 나서 내 친구 얼굴을 요목조목 찍었다. 그리고선 진술서를 써서 그동안
내 친구가 이렇게 당하고 살았는데도 시댁은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방관만 하였으니 이 책임을 배상요구와 함께 한다고 으름장을 넣은 것을 사진과 함께 고소장을 경찰서에 보내 버렸다. 길길히 난리가 났다. 물론 친구 남편은 때린 적이 없다고 부인을 했지만 내 친구얼굴은 이젠 누리팅팅 한데다 보라색으로 얼굴이 부어가고 있는데 형사들이 더욱 난리다. 빨리 자백하라고.
나중엔 급하니까 내 친구 앞에 무릎꿇고 빌으니 친구가 그제야 그런다.
\" 어머니. 시동생 동서 조카들 모두 우리집으로 오라고 해? 안그러면 고소취하 안 할 거야?\"
생전 그렇게 아들이 날 건달로 사는데도 들여다 보지도 않아서 손녀 손자가 어떻게 크는지도 모를거고 그런데도 뭐 믿고 나를 패대고 그러냐며, 이혼이나 하고 바람을 피던가 하지 지금이 남자들이 마음데로 산다고 통할 것 같냐고 큰 소리를 치는데...
어디서 많이 들어 외운 풍월이다. 그려... 그렇게 해야지.
그런 일이 벌써 사년이 지나가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도 겁도 없지. 뭣 모르고 사는게 이렇게 금방이다.
내 친구가 해물 칼국수를 좋아 하는데.
겉절이도 칼국수도 곱배기로 사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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