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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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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콩나물국 하나면...


BY 마포나루 2007-01-05

\"안녕하세요.\"
그녀를 처음 보는 순간, 드디어 반쪽을 만났구나 싶었습니다.
\"밥은커녕, 외동딸이라, 설거지 한번 제대로 안 해 봤어요. 너무 심하죠?\"


음식 잘하는 어머니 같은 여자가 이상형이라고 늘 입버릇처럼 말해왔는데,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에게 첫 눈에 반해 버린 전,
음식 따윈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콩나물국 정도면 제일 쉽겠다 싶어, 생각지도 않은 말들이 튀어 나갔어요.


\"저야, 일년 열두 달 콩나물국 하나면 사는 사람이죠. 하하하!\"

그리고 몇 달 후, 노총각 깍지를 떼고, 드디어 결혼을 했습니다.
신혼 생활은 그야말로 꿈처럼 달콤했지요.
하지만, 한 가지 고역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매일 콩나물로 도배가 된 밥상이었습니다.


\"아침엔 맑은 콩나물국이었으니까, 저녁엔 고춧가루를 풀어서 변화를 줬죠.\"
콩나물을 좋아한다는 나의 말을 아내는 철썩 같이 믿고 있는 것 같았어요.


\"내 입이 방정이지, 차라리 된장찌개를 좋아한다고 할 걸.\"

후회는 했지만, 이미 늦은 일... 결혼하고 한달 동안 콩나물국만 먹던 나는,
급기야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밖에서 밥을 해결하고 오기에 이르렀습니다.


\"밥이 맛이 없어서 그래? 아니면, 몸이 어디 안 좋은 거야?\"


아내가 걱정스런 얼굴을 할 때마다,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아침엔 일찍 가야한다는 핑계로, 저녁엔 야근이 있다는 얘기로
밥을 먹고 들어가는 날은 점점 더 늘어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무렵, 아내가 회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근사한 걸 준비했다며, 싱글벙글이었어요.
\'뭘 준비했다는 걸까?\'


아내는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어디론가 나를 데리고 갔습니다.
우리가 간 곳은 웬 허름한 식당이었어요.
식당 간판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콩나물이 밥을 만났을 때

\"여길 알아내느라고 얼마나 수소문한지 알아요? 당신 너무 입맛이 없어하길래...\"

지금 저는 콩나물국을 아내처럼 영원히 사랑하며 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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