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준비 하느라 날씨가 종일 비가 찔끔대며 잔뜩 흐렸다.
이번 비로 가을을 증명 하듯 나무에 매달려 있던 나뭇잎이 전부
떨어져, 땅에 갈색 융단을 만들었다.
보내기 싫은 가을 때문에,
보라색 숄을 어깨에 걸치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산을 끼고있기 때문에 우리 아파트는 계절을 느끼기 좋은 곳이다.
거실에서 바라보이는 울창 하던 숲이 어느새,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어서 스산한 겨울이 보인다.
주위는 온통 노란은행나무 잎이 노란길을 만들었고, 젊은이들은 춥다는 이유로 서로 몸을 붙이고들 있었다.
저네들은 얼마나 사랑하는 걸까?
그나마도 조금은 인생을 살아 본 내눈에는 그들의 달착지근한 모습들이 불안하기만 하다.
연애나 사랑이 꼭 아름답기 만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아는 중년
이라는게 싫지만, 난 이미 그걸 알아 버린 매력없는 어른이다.
나에게는 이제 연인이란 감정이 없다
남편이 애인이라고 느끼며 산 적도 있었는데....
지하철로 연결되는 파란색의 버스, 그곳에 몸을 실었다.
버스의 옆자리에 앉은 남학생의 귀에 꽂은 이어폰을 통해 들리는
쌰쌰쌰 하는 소리는, 무슨 노래인지도 모르면서 신경에 거슬린다.
내가 많이 예민해져 있는 모양이다.
소리에 너그럽지 못하다.
차안에서 연신 떠들어 대는 아줌마의 목소리도 거슬리고, 휴대폰을
꼬맹맹이 소리로 길게 하고 있는 여대생도 밉기만 하다.
나이를 먹을 수록 관대해 진다는 말은 나에게는 해당이 않된다.
갈수록 뾰족해진다.
탈출 하듯이 버스에서 내려,
은행의 자동 출납기에다 카드를 밀어 넣었다.
친절한 여자 목소리가 가르켜 주는대로 보턴을 눌러 몇장의 지폐를
손에 잡았다.
지하철역은 사람을 밀쳐야 걸을 수 있을만큼 사람들로 붐볐다.
머리가 좀 어지러웠다.
한칸을 선택해 들어서니, 어떤 작달막한 남자가 머리띠도 되고
몇가지의 용도로 쓸수 있다는 물건을 팔고 있다.
승객 모두들 무신경 하지만 남자는 열심히 설명을 한다.
고단한 삶....
기차는 어둔곳을 지나쳐 환한 역으로 나가는 일들을 반복하며 사람
들을 쏟아내고 받아 들이곤 한다.
시간이 가고 있다.
나도 가고 있다...
며칠전에 집에 온 지인이 가르쳐 주고간 말이 있다. 매일매일 구호
로 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고....
1, 나는 건강하다.
2,나는 행복하다.
3, 나는 부자다.
4, 나는 할 수 있다.
내 생중에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 그러므로 오늘이 그 시작이다.
그 부부는 참 평안한 마음을 갖고, 남에게 베풀며 살기를 소원
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그들과 따뜻한 차를 마시며 잠시 나눈 대화는 내게 따뜻함을
주었다. 그러나, 요즘 좀 각박해져 있는 탓에,
내 가슴에 오래 그 온기가 남아 있지 못해서 좀 안타까웠다.
역에 내리자 환한 미소를 가진 예쁜 아줌마가 나를 반긴다.
\" 우리 뭐 할까? 영화볼래? 맛있는거 먹을래?\"
그친구의 경쾌한 목소리가 갈아앉은 날 일으킨다.
그래!
너무 건조해지지 말아야 해, 그러면 너무 내가 아깝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