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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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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BY 아리 2006-11-27

의정부 입구에 있는 화원에 갔을 때

50대 초반의 여자 주인이  참 예뻤다

화원 안 쪽으로 사람들이 차를 마실 수 있는 둥근 탁자를 여러 개 만들고

나무토막을 잘라 만든 간이 의자에 예쁜 천으로 만든 덥개를  씌워 놓았다

화원 가장자리의 대나무도 시원해보였다  

구석 구석

그 여자 주인의 섬세한 손놀림이 보인다 ~

길상사에서 소프라노를 맡고 있으며 아마 다른 활동도 많다고  한다

지금은 다도를 가르치고

다도를 배우는 사람들과 인동초있는 곳이나 보성 차밭을 여행하기도 한단다

나보고 그 동아리에 가입하라고 권유하는데

그여인이 고요히 쌓아 놓은 향기가 눈에 보인다

분갈이를 하는 동안 그여자가 우리에게

차를 주는데 처음에는 아주 작은 국화꽃잎으로

향이 진한 국화차를 주고 ~

점심을 먹고는

커피에 작고 예쁜 보랏빛 꽃잎을 띄워 주웠다

얼마나 예쁘던지 ...

마치 그 여자 같았다

\"커피 말고 얼마나 좋은 차가 많은데 ....\"

그여자는 아쉽다는 듯 커피 말고 다른 꽃차를 마시라고 권유한다


먹을 수 있는 꽃을 기르며

손님이 왔을때 그런 ~특별한 차를 한잔 줄 수 있는 여유


아주 작은 들꽃이 이제 막 피려고 하는 걸 가져다 보이며

\"이거 정말 예쁘지요?\"

하면서 사람에게 다정하게 구는데~

절대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지금 생강을 끓여 놓았던 주전자에 물을 끓여서

커피를 타서 마신다 ~

생강의 향이 약간 은은히 나면서 나름대로 괜찮은 맛이다

산친구에게도 생강을 얇게 저며 두 조각 정도 넣은 생강 커피를

타주었는데 맛있다고 한다

가을이 가고 있기 때문인가

전엔 11월을 가장 좋아하는 달이라고 대답했었다

추위를 그렇게 타면서 겨울을 좋아했기 때문에

요즘은 ...가을이 이쁘고 파릇 파릇 새순이 돋아나고

꽃이란 꽃이 죄다 피는 봄이 기다려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성도 변하는 모양이다

요즘 왠일인지 아무 일도 없이 조금 우울하다 ~

스치는 우울은 낭만일지 모른다고 중얼거렸던 그때가 생각난다
 


 
 
오늘도 ...산에 올라서 차를 한잔 했습니다

날이 쓸쓸하고 낙엽이 제대로 쌓여 산길이 포근 포근 해졌습니다

정말로 차 한잔이 그리웠고

더구나 혼자서 별 생각을 다하며

혼자를 즐기며 갔는데

사람의 정은 더욱 그리운?

 

언젠가 제가 글 속에 써놓은

산 정상

비닐 천막 속에서 커피 아이스크림 컵라면 등을 파는

트럼펫 부는 아저씨의 노천 가페 ~

각 구마다 잘 지어놓은 정자들이 산 정상에서 제구실을 하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고

산바람은  늘 우리에게 넉넉한 산소를 가져다줍니다

산친구는  그날 ( 날이 덥고 끈적거리는 날이었죠 ) 

뜨거운 차를 사양하고

저는 녹차를 한잔 샀습니다

(참고로 차한잔에는 500원)

아저씨가 저의 미모?에 반하여 --ㅋㅋ 믿거나 말거나 --

세수를 하지도 못하고 왔다고 하면 잘했다고 하신다

세수까지 했으면 내 차지는 안왔다는 가벼운 응수와 웃음을 건네시면서


나는 분명 녹차를 주문했는데 커피 잔에 물을 부으신다

\"맛있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해서 올리겠습니다 \"

세상에 ~

그건 뒤로 젖히고 ~

다시 녹차 한잔 ~

차를 천천히 마시고 있는데

아저씨가 컵을 가지고 저와 제친구 곁으로 오십니다 ~

저는 장난으로 차를 조금 나누어 달라는 뜻인 줄 알고

녹차를 따를 자세를 취했죠 ~

아저씨는 그 종이 컵안에 구운 해바라기씨를 가져오셔서 나누어 주십니다

그리고 등뒤에는 아까 잘못 탄 커피 한잔이 있었습죠

\"<앗 나의 실수> ~

마셔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이 아저씨는 미모의 아내가 있으시고 --우리 모두 보았고 또한 그 분위기를 인정하는 바 입니다  가끔 그 카페에서 일하십니다 --

늘 싱글 싱글 웃으시며

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입담을 나누어 주십니다 

만인의 연인 노릇을 하며

\'보고 싶었습니다 \'는 인사를 합니다

잠시 후에 좀 연세가 되신 분들이 오셨는데

누님이라고 부르십니다

\"보고 싶었습니다\"하는 인사가 금방 나오십니다

그 분들도 차를 한잔씩 하고

저는 산친구와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며 개인적인 얘기에 빠져 있는데

이번에는 차를 넉잔 준비해오셔서

\"하나는 사랑담고 하나는 정을 담고 하나는 믿음을 담고 ... 그리고 마지막 잔에는

거시기를 넣었습니다 \"

하시며 마음대로 고르라고 하십니다

말그대로 오늘 같이 날이 친친한 날 서비스 하신다는 거죠 ~

좀 후에는 아마 점심도 나올 자세 ^^

결국 생각지도 않은 들깨차와 쑥차까지 ~

이번에는 트럼펫을 너무도 멋지게 한곡 ~~~~~~쭉 ..

니나로소는 아니지만

이 소리를 제대로 내기 위해 10년을 공부하셨다는데

우리는 모두 박수를 쳤습니다 ~

지나가던 행인들이 모두 앵콜을 외쳤죠

아저씨가 급히 트럼펫을 들고 천막으로 들어가셨다

다시 나오십니다

제대로 된 무대 매너였죠 ....

ㅎㅎㅎ

\"저는 앵콜을 받지 않습니다 왜냐 ? 박수들 치실까봐 무서워서 ~\"

우리는 모두 웃었답니다 ~

박수칠까 무서워서 앵콜을 받지 않으신다는 아재

늘 여유롭게 ..차를 주고
 
때로는 돈없이 커피를 신청하고 달아놓으라고 하면
\"그 커피값은 잊었습니다 \"라고
여유로운 대답을 하시는
행복한 아저씨 입니다

행복을 나누어주고 행복을 파는 ..

욕심없이 사시는 모습에 친구와 저는 아마 자식이 없는 모양이라고 추측했었습니다

욕심이 없어 바둥거리지 않고 500원에 목숨 걸지 않으니
여유 속에서 순발력있고 재치있는 말이 저절로 만들어진다고

허나

아니었습니다

잘 자란 아들과 딸하나 있다고 당당히 말씀하십니다

 

오늘은 이 산에 올라가 마음의 난로를 준비하라는 즐거운 멘트를 남기고 돌아왔습니다

사람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따끈따끈 가슴의 온도로 생성될 수 있는

그 마음의 난로를 준비하시라고

마음의 난로를 사고 싶게 쓸쓸한 계절이 가고 있습니다

먼저 따스한 마음으로 불을 지필 준비를 단단히 해두어야겠습니다

물론 마음의 장작을 사고 마음의 난로에 불도 지펴서 늘 훈훈하게 해야겠지요

 

차한잔의 의미

오래 전에 개인 카페에만 올렸던 글인데

오늘 왠지 쓸쓸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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