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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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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될 수 있을까?


BY 혜진엄마 2006-11-15

친구네 가게 근처에
노인 회관이 있다

오후쯤 놀이를 마친 노인네들이
회관을 나서는데

개중에 몇몇 남녀 노인네들이
친구네 가게에 들르신다

처음엔 그냥 그곳서 만나 노시다
헤어지기 아쉬워 소주나 찌개해서 한잔하시려나
여겼는데

그게 아니고
서로서로 눈맞고 맘 맞고 반해서
오신 연애 중인 분들이 대부분 이라는 거지

그분들의 술자리 풍경을 흘낏거리며
장사하노라면
웃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할머니가 \"자기 나 사랑해?
할아버지가 \"그럼 난 자기 없으면 못살아 !

마주 앉은 다른 커플 할머니는
한 술 더 떠
귀엽게 눈을 흘기며

\"자기 나 두고 바람 피면 난 칵 죽어 버릴꺼야!
\"자긴 나만 사랑할꼬징~~

가끔 우리들이 밥 먹으러 들르면
친구는 뚱뚱한 체구를 살살 흔들어대며 노인네들
흉내를 내는데 우리는 웃느라 넘어간다

한번은 낮부터 비가 내려서
갸네 집에 모여 수다 섞어 소주나 한잔하자고
우 몰려갔는데

마침 문 앞방에 남녀 노인네 넷이 젓가락 장단이
한창 탄력이 붙어 가는 중이라

노래 제목이 청춘을 돌려다고~ 던가
예쁘장하게 생긴 할머니가 하도 간드러지게
불러서 내가 맥주를 세 병 사드린 적도 있다

내가 젊었을 적엔 사십 오십이 되면
뭔 재미로 사나

산송장 아니면 생각도 파삭하니 말라
건조한 삶을 살겠구나 하며
무척 암담한 상상에 빠지곤 했었다

그런데

난 사십에도 절망하며 살았고
오십에는 더욱 더 절망하다 죽어 버릴 줄 알았건만

현재까지도 입과 가슴으로 사랑이니 이별이니
떠들며 잘도 살아가고 있다

칠십 팔십 되어도
사랑할 수 있을까

내 심장이 사랑의 감정으로 오그라들다가
할딱거리며 뛰기도 하며 ... 그렇게 말야

그때도
사랑이 날 배신하고 떠날까봐
울고 조바심 내고 괴로워할 물기 밴 가슴이 남아 있을까?


그렇다면 ..
그때까지 죽자고 살아봐야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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