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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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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친구라는 이름이 나를 슬프게 했다<국사봉에서>


BY 영영 2006-11-15

 

나이는 들었어도 여전하게 보통사람보다 강렬한 욕구 때문에

몇 십년지기 친구에게 느끼는 시기와 질투심이 그만

제어가 안 되서는

어른으로선 취 할 수 없는 유치한 행태를 아슬아슬하게 자아내는 가운데,,


그래도 모두 함께 있음이 즐겁다고들 하하 깔깔대고 웃기도 하며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자 저녁 하러들 간다고 다들 일어섰다.


친구들은 사올게 마땅치 않아서 돈으로 넣었다며

내게 봉투를 하나 건네준다.

그래 밥 한 끼 먹은걸 친구끼리 봉투는 뭔 봉투냐고 안 된다고

극구 사양했음에도 이사 왔으니 조금씩 넣은거라면서 기어이 식탁 위에다

두툼한 봉투를 던져 놓고 나간다.


조심해서들 가라고 다들 출발 하는 거 보고 들어 와 봉투를 열어보니

이런~ 각자 몇 만원씩들 넣은 모양이다.

그걸 보니 친구들에게 미안하단 생각도 들고, 이런 격식들까지 차리면서

기왕이면 좀 더 따끈하고 순탄하고 맑은 우정이었으면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이 되서 주칠이에게 메시지를 넣었다.

“바쁘단 핑계로 대접이 소홀 했어., 조만간 또 한번 얼굴도 보고 싶고

밖에서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 너희들 시간 맞출 수 있는 날

아무 날이나 잡아 주라. 되도록 빨리 하고 싶다.“ 라고 .


10일정도 후로 다시 만남을 잡고

국사봉 산 밑에 있는 조용한 예사랑 한정식 집으로 예약을 했다.


위치가 각자가 찾아오기 번거로울 것 같아서 우리아파트에 주차들 하고

차한대로 이동하기로 하고

세칠이가 어딜 일 보러 갔다가 전철 타고 조금 늦게 도착한다고 해서

화정역으로 나가서 태워 가기로 했다.


주칠이는 자기 차로 가자는데 화정역 나갔다가 차를 유톤 시키고 어쩌고

세칠이 만나서 음식점까지 가려면 언덕길로 고불고불 도로가 복잡한데

지리를 훤히 아는 내가 운전하는 게 수월하겠다싶은 맘에

내 차로 갔다 오자하고 친구들을 태우고 움직이는데 출발하자마자 주칠이가

“이 차 덜컹거려서 어떻게 타고 다니냐~~” 고 투정하듯 내뱉는다.

똥 차 라는 뜻이다..ㅋㅋ



화정역에 가니 세칠이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차안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세칠이에 대한 흉보기가 시작이다.


얼마 후 세칠이가 저 앞에서 달려오는 모습이 보이는데

오늘따라 하얀색 케쥬얼 상하복 바지 의상이 꽤 밝아 보였다.

시간에 맞춰 오느라 뛰어 오는 세칠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나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 한답시고

“ 아이구~ 저 아줌니 오늘은 패션이 완전 20대시구먼~^^” 하는데


경칠이가 갑자기 손짓 눈짓으로 깜짝 하면서 “ 쉿~ 가만있어,,,” 하고

분위기를 잠재우는 거였다.


방금까지 수다스럽게 어쩌고저쩌고 한 그녀의 인신공격적인 험담을

늘어놨던 것을 그녀가 여운이라도 눈치 채지 못하게 위함의

완벽함이었다.


자신들의 그러한 행동에 대해서 단 1% 라도 그녀에게 들키면

안 된다는 것을 그렇게들 잘 알고 있음에도

왜 그렇게 불안 불안하기만한 행동들을 일 삼고 즐기려는 걸까.

한숨이 나왔다.

오랜 기간의 우정을 쌓아 온 친구들 사이라고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분분이다.


13.000원짜리 한정식으로 예약을 해 두었더니 우리가 식당에 도착하자

차려진 상이 나오고 친구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백세주도 한잔씩 하면서

구수한 누룽지와 숭늉까지 마시며 우리는 음식점 방바닥에

철푸덕이 깔고 안자서 이야기들을 나눴다.


분위기는 역시나 임심 좋은 주칠이의 끊이지 않고 연신 쏟아져 나오는

자기의 친한 친구 누가 (만날 때마다 하도 들어서 아는 이름)

밑반찬을 사도 백화점에서 비싼 걸 산다는 둥, 바람이 났다는 둥

주로 그런 이야기였다.


설령 자주 만나지 않는 친구일지라도 자기 이름이

알려지면 수치심을 자아낼 수 있는, 그런,

친한 친구로서 감춰 줘야 할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움을 가미해서 아무친구들에게나 말 하는.. 주칠.


그러니 우리는 가만히 안자서도  그녀의 입담에 아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하곤 하는 식이었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소화도 시킬 겸 약수터가 있는 산으로 올라갔다.

 

주칠이가 그러거나 말거나 평소 늘 하던대로

우리와는 가깝지 않은 자기 친구의 이야기 이니

그러련. 하고 우리는 하하 호호 하고 즐겁게 산보를 하면서..

 

나는 기회가 되면 친구들 모두 있는 데서 한번은 꼭 하고 싶었던 말을

어디서 어떻게 꺼낼까 하는 기회를 엿보던 중,

산 중턱에서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어렵게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다음에.. 마지막편  결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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