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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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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이야기) 울고 싶던 김장하는날


BY sim0707 2006-11-07

 올해는 막내동서가 아이를 낳기 때문에 11월초에 김장을 하신다고 했다.

시어머니께서 막내동서네 아이들을 돌봐주러 가셔야하기 때문이다.

동서는 11월 11일이 좋은 날이라며 아이낳을 날까지 절에서 받아왔다.

웬 유난이냐하면 위로 공주가 둘이나 있기에 아들아들 학수고대하며 낳는 아들이기 때문이다.

나 처럼 아들이 둘이나 있는 사람은 사실 그 심정을 헤아리기는 어려운게 사실이다.

암튼 11월11일 수술을 하면 11월 4일에 김장을하고  10월29일은 바로바로 D데이~

고등학교 동창회다..

하긴 작년에도 못갔으니 이번엔 꼭 가리라 맘먹고 옷도 한벌 장만해 놓은터라 난 정말 룰루랄라~ 하며 29일을 기다렸다...

그런데 동서가 전화를했다 \"형님 어머니 김장 29일 하신데요\"  \"이게 뭔소리여\"

\"제가 4일에 수술하거든요\"  \"오메 미쳐뿔라...11일이 좋대며..\"

\"병원에서 11일날 안된대요. 저도 개인적으로 4일날 낳으면 좋겟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이런 얌생이 두달전부터 11일이 길일이라며 유난을 떨더니 이게 무스이소린겨...

병원과 날도 안잡고 11일을 잡아놓은겨....

너무너무 허무하지만 어쪄랴.....

암튼 새벽에 어머님과 배추를 씻어건지고, 아침을 해묵고 김장에 들어갔다..

이런 평소엔 전화도 안하던 것들이 전화질을 해대고 김장은 해도 해도 줄어들지 않았다..

육남매것과 어머님댁것까지 이니 정말 많-았다...

둘째동서는 밥한다고 내다보지도 않고 동네 할머님들과 김장을 했는데, 겨우 점심때가 되서야 마무리졌다..

그런데, 이번엔 택배로 부칠 김치 포장에 들어가고 통도 안가져온 동서네것 싸고...

정말 시간이 왜이리 빨리가는지...

얼른하고 동창회 가야지 했는데...

점심을 먹고 깍두기를 하는데, 남편은 정말 다정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여보 저기 고무장갑 좀 끼고 같이 합시다\" 시어머니가 계신지라 정말 다정하고 작게..

남편은 못들었는지 구경만 ...

\" 좀 같이 비비자고요..\"  \" 응 뭘 ? \" 이런 눈치가 없으면 귀라도 밝아야지...

\" 아 좀 깍두기좀 같이하자고요.헉헉  ..\" 그때서야 남편은 고무장갑을 끼고...

시어머닌는 벌서 눈이 새침해지시고...아 못 살아....

다음은 달랭이김치, 다음은 순무김치...

어깨가 뻐근해지자 김장이 끝났고 동창회도 끝났을 시간이다...

막내 아가씨만 대표로 왔다갔다하고 아가씨들은 전화 한통도 안하고...

둘째 동서는 저녁이 되자 간다고 짐을 싸고...

\" 동서야 서방님 김치 가지러 오시면 같이가, 어머님  힘드신데 저녁 해먹고..\"

\" 늦게 온댔어요 그냥 버스 타고 먼저 갈애요\" 하고 휙 가버린다..

정말 말도 안듣는다...

하긴 내 남편도 말 안듣는데, 누가 내 말을 듣겠어...

저녁 해먹고나니 막내가 갑자기 배가 아파 아이를 낳았다고 전화가 왔다...

드디어 나왔구나 달구가......

암튼 거시기를 달구 나왔으니 달구 아닌가....

집으로 오니 양쪽 팔이 어찌나 아픈지........

담날 어머니는 당장 동서네 애들 학교 보낼려고 동서네로 가셔야했다..

일찌감치 목장일을 하고 김치를 싣고 동서네로 아가씨네오...

김치 왔씨유를 하고...

동서 병원으로 갔다...

아들 낳았다고 의기 양양 하는 동서가 정말 대견하다...

요즘 세상에 아이 셋 낳는게 그리 쉬운일은 아니니....

암튼 동서 아들 낳는 바람에 동창회도 못가고 일곱집 김치 하느라 몸살이 나고...

남편만 야속하다...

좀 마누라가 힘들어 보이면 도와줄 생각 좀 하지...

장남이라고 폼만 잡고.....

난 큰며느린데, 폼도 못잡고 매일 큰일들만 내 차지네...

그래서 아들아들 하나보다...

여자보다 남자가 살기 편한 세상이니..

어쩌랴 그흔한 거시기도 못 달구 나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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