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암울한 사춘기때 낙엽지는 가을은 인생에 대한 비관으로 점철되어있었다.
유난히 가난한 집, 술 주정하는 아버지, 대책없이 당하고만 사는 엄마, 줄줄이사탕 동생들..
공부는 잘했어도 대학갈수없던난 평생 고질병까지 얻어 지금까지 고통받고산다.
그때 발아래 바스락거리고 부서지는 낙엽은 내 모습같았다.
더럽게 억울한 청춘이었다.
그러나 가난은 우울증을 용납하지 않는다.
먹고 살기위해서 뛰어야하는 생활이었다.
곧 난 가장으로 승격되었고, 공부잘하는 동생들 내가 못한 공부 시켜주는 즐거움에, 그 뿌듯함에, (아마 부모가 이런맘으로 자식을 바라보고 키우나보다) 내 젊은시절은 흘러갔다.
그보람으로 동생들은 어려운 경제여건속에서도 호황을 누리는 회사 하나씩 일궈내서 많은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있다.
못누려본 경제적 부를 처자식에게 실컷누리게하는 기쁨으로, 그 보람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난 늦은나이에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막상 내 아이와 나를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점차로 잘사는 형제들사이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이 날 힘들게했고, 그들대화에서 느껴지는 소외감때문에 난 울분을 느꼈다.
첨엔 내 자신에 대한 울분이었을거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되자하였는데 나도모르게..뭔지 모를 서운함이 내 맘에 자리잡았다.
내 자식한테 보다 더 정성을 기울여 보살폈던 큰 남동생은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다.
누나로서 동생 타이른다고 몇번 이야기하다가, 큰 충돌이 빚어지고 결국은 욕까지먹고 마음에 큰 상처로 남았다.
결혼후에도 그동생 치닥꺼리에 목숨건 마누라때문에, 싸움을 벌였던 남편보기 민망해서 죽을것만 같았다.
결국을 그꼴 당할려고 니가 나랑 사네 마네하면서 동생 치닥꺼리에만 열올렸냐?하는 눈으로 날 보는거 같았다.
최근에 난 교회를 나간다.
내 십자가를 대신지고 가신 예수님의 사랑을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빚진사람이면서도 내게 빚진 사람만 생각하고 살았구나 반성한다.
맘이 편해졌다.
그렇게 건방지다고 욕했던 동생도, 올케도 용서가됐다.
지들끼리라도 행복하게 잘하고 살기를 기도했다.
그렇게 평안했던 마음은 어제 동생의 한마디로 또 뒤죽박죽이됐다.
멀리 사는 막내가 형이랑 누나한테 한턱 쓴다고 고깃집으로 불러냈다.
거기서 만난 큰동생한테 내가 누나랍시고..
요즘도 술먹는담서.. 술좀 줄여라고 했다.
즉각적으로 온 대답은 누나가 먹으래서 먹고 먹지말래서 안먹는거아니니까 그런소리하지말라는거다.
기분나쁘댄다.
자기 마누라 말은 듣고, 자기어린딸이 그런소리하면 들을맘이 생겨도 다른사람 누구도 자기 술먹는거 갖고 말하면 기분나쁘고 반발심생긴단다.
그러면서 우리 남편과 아이들있는데서 내게 훈계하듯이 계속 이야기한다.
이제 자기도 한 가정의 가장인데 누나라고 해서 이래라 저래라 말하지말라고. 그럼 기분나쁘다고.
건강을위하여 술좀 줄이라는 말..누나가 동생한테 할수있는이야기 아니었던가? 아니..누구라도 말할수있는거 아닌가??
그애가 그러는건 내 현실이 비참하기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고.병..최근에 오십견까지 날 괴롭힌다.
게다가 남편의 장사도 어렵고 내가 어떻게든 도와야하는데... 손놓고 들어앉은세월이 십수년되다보니 무엇을해서 돈을벌어야할지도 막막하다. 어깨나 빨리 낳았으면 좋겠는데..
내 그런 현실이 그애한테는 한심하게 느껴졌겠지.
있는 놈들이 볼때 못사는사람은 못사는 이유가 있다고 하니까.
그렇지만 사람사는것은 다 비슷하다.
못살고 지지리 궁상이던것도 돈 조금 생기면 있는티 내는거 그리 어렵지않다.
아무리 재벌 회장이었더라도 춥고배고프면 고상하게 가난할수없다.
내가 겪는 이 모든일들이 사람사는세상의 단면이겠지.
모두들 조금씩은 억울하고, 할말있고 조금씩은 미안한짓하고 그렇게 살아가는거겠지.
아무리 맘을 추스려봐도 눈물이 난다.
난 아직 니가 내 동생인줄알았다.
그래서 그정도 말은해두 되는줄알았다.~~이렇게 끝을 맺었지만...
가난이 죄라서인가..그래서 사람이삐뚤이지는건가..내가 과잉반응한건가??
젖가락 내려놓고 뛰쳐나오면서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그동안교회다니면서 추스렸던 감정도 다 엉클어져벼렸고..
자고일어나서도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아침에 여동생한테 전화가 와서 한바탕 난리다.
언니는 허구 헌날 당하면서도 그런이야기 뭐하러 하냐고.. 속상해서 난리다.
그 맘이 내게 전해져 위로가 된다.
\"내가 잘살면서 그런말하면 순순히 알았어 했겠지...\" 말했더니
\" 그럼 안그랬겠지. 싸가지 없는것들\" 이렇게 편들어주는 한마디에 위안을 얻고 산다.
내 나이 오십을 바라보면서 이제 알게됐다.
가장 가까운사람이 내 편인줄알고 살지만 결국 가장 상처주는것이 가까운사람이라는것을.
오늘은 비가 내린다.
아파트 단지내 은행나무가 빗물에 젖어 초라한 모습으로 가지를 드러낸다.
언제 봤던 소설이었던가...한귀절이 생각난다.
\"거리에 비가 내리듯,
내 마음속에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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