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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냇동생은 똥바가지


BY 개망초꽃 2006-11-06

“자전거 출근, ‘두 바퀴’의 매력.

요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상훈씨에게 뭐가 좋으냐고 물었더니 항상 앉아서 다닐 수 있어서 좋다고 합니다.

말 되는 농담이죠? “


막내 남동생이 9시 뉴스에 나왔다.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출근하는 모습이 mbc 뉴스에 나온 것이다.

뉴스에 나오려면

나쁜 짓을 하던지 좋은 짓을 해야 나오는데

막냇동생은 긍정적이고 열심히 노력하는 좋은 모습이 돋보여 뉴스에까지 나오게 되었다.


막냇동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먼저 메여온다.

동생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막냇동생이 뱃속에 있을 때 아버지는 월남에서 군인으로 계셨었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다.

그때부터 애기였던 동생은 천덕꾸러기가 되어

외갓집으로 큰이모네로 부모 잃은 고아처럼 떠돌이 생활을 했다.

오랜 지병으로 아버지를 잃어서 먹고살 일이 막막해

엄마는 서울로 돈 벌어 오신다고 산 고개 넘어 떠나시고

우리 삼남매는 공깃돌처럼 모였다가 흩어졌다가 하며 살아야 했다.

몇 년 뒤 서울에 방 한 칸을 마련한 엄마는 나와 큰 동생은 데리고 갔지만

막내 동생은 데리고 갈 형편이 되지 않아서 외갓집에 그냥 두어야했다.

외갓집엔 외삼촌네 아이들이 네 명이나 되었으니 막냇동생의 생활은 말할 수 없이 비참했다.

깡촌에다가 가난했고, 아버지 없는 어린아이…….

항상 눈치를 봐야했고, 엄마가 그리워 매일 매일 울었을 것이다.

지금도 막냇동생은 부모 없는 아이가 텔레비전에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린다.

부모 없는 아이들이 제일 불쌍하다는 걸 나도, 동생도 체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없이 엄마와 떨어져 살았으니 동네 아이들이나 사람들이 많이 놀렸고,

무시를 했었다.

그럴 때마다 동생은 뒷간에 있는 똥바가지를 들고 흔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별명이 똥바가지가 되었다.

지금도 고향친척들이 모이면 똥바가지라고 놀리며

옛일을 되새기면서 한바탕 웃고 넘어간다.


28살에 과부가 된 엄마는 홀로 삼남매를 키울 수 없어서

막내 동생이 애기였을 때 남의 집에 보내려고 했는데

큰 이모가 자식처럼 키워준다고 해서 키우다가

이모네집 앞마당에 퍼런 무궁화 꽃이 지천으로 피던 어느 여름날

큰 이모는 불행하게도 폐암으로 일찍 돌아가셨다.

그래서 동생은 갈 곳이 없어 외갓집에 얻혀 살게 되었으니…….

그 고생이야…….더 말 할 수가 없다.


나중에 식구가 다 모여 살았지만

가난은 벗어날 수 없었다.

막냇동생은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지며

성실하게 돈을 모아 엄마 모시고 아파트를 장만해 살다가

예쁘고 착한 색시 얻어 방한 칸부터 시작해

지금은 분당에 아파트를 마련해 잘 살고 있다.

가진게 아무것도 없다고 무시하고 천덕꾸러기로 자랐지만

고향 또래들중에 제일 잘 살고 효자가 되어있다고,

고향 사람들끼리 만나면 막냇동생이야기가 화재거리가 된다고 한다.

강남 유명한 병원 업무 과에서 일을 하는데

성실하고 유머감각도 뛰어나고 긍정적으로 살아서

직장에서도 모두들 좋아하고 인정을 받는다고 한다.


이번에 뉴스에 나온 것도 몇 년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살도 빼고

병원에서 유명하다보니 매스컴을 타게 된 것이다.

키도 크고 건강미가 넘치는 막냇동생.

기자가 자전거를 타면 무엇이 좋으냐고 묻기에

앉아서 갈 수 있어 좋다고 농담으로 말했더니

그 말이 재미있다며 인터넷에도 올라와 있었다.



나는 뉴스를 보면서 자꾸자꾸 가슴이 메이고 눈물이 나오려 하는지.......

엄마는 고향 친척들에게 연락을 해서 우리 아들이 뉴스에 나온다고 자랑을 하셨다고 한다.

자랑할만하다. 자랑해도 된다.

남의 집 자식으로 보내려고 약속까지 하셨다가

차마 보낼 수가 없어서 굶어도 같이 굶자,

하면서 막냇동생을 끌어안으며 엉엉 우셨을 우리 엄마.

엄마는 가끔 막냇동생 엉덩이를 두드리며 그러신다.

“너를 남의 집으로 보냈으면 어쩔 뻔 했을까?”

그러면 막냇동생은 실실 웃으며

“‘TV는 사랑을 싣고’에 나와서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을 거여~~ ”그런다.


놀림감이 되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똥바가지를 들고 흔들었다지만

자립심이 강하고,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성실하며

계획적으로 돈을 모아 잘 살고 있다.

거기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다보니  유명해지고 건강까지 얻고,

엄마에게 힘이 되는 효자 아들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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