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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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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BY 영영 2006-10-14



*질투


어머니 퇴원수속 하던 날 병실에서 퇴원준비를 하고 있는데 
둘째 시누형님이 오셨더랬습니다.

개인병원이 아닌 대학병원이다 보니 입원 수속 하던 날은 
응급실에서 병실로 옮기기까지 꼬박 대여섯 시간 이상이 걸리더니, 
퇴원 하려는 날도 원무과서 정산을 치르고도 나가도 된다는 인터폰 연락이 오기까지 
한참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바람에 시누님과 저는 병실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참말로 징그럽게 독한양반이여,,,, \"

전 날, 밤 새도록 새벽녁까지 안 주무시고 집으로 가겠다고 
어거지를 쓰시더니만 지치셨는지 
아침도 못 잡숫고 씨근하게 주무시는 어머니를 바라보면서 
시누형님의 지난세월을 떠 올리는 이야기였습니다.

형님들보다도 더 오랜 세월을 어머니와 한지붕에서 살아 왔으니 
논양반의 성미를 며느리인 내가 더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거였지만은 
모른척 하고 
\"형님도 어머님이 독하시다는것 아셨어요?\" 하고 되 여쭤 보았습니다.

했더니 형님은 \"아이고,, 그럼 내가 왜 몰러~\" 그러시며

예전에 하루는 동서(배다른)와 시누님 두분이서 이불 호청을 손질하는데 
웃으며 지껄였다는 이유로  
어머님이 달겨들어 풀 먹여가며 이틀동안 죽어라 손질한 호청을 
빼앗아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흙마당으로 냅따 패대기를 치신 양반이라며 
시누형님은 몇십년 전의 이야길 말씀하셨습니다.

날마다 아옹다옹 투닥 거려야는게 딸과 며느리의 사이였는데 
어쩌다 다정한걸 보신 어머니께선 그만
질투심에 화를 못 견디고 불란을 일으킨거라는 걸 금새 짐작 했지만, 

\"어떻해요,,, 그럼,그 흙탕 물에 젖은 걸 도루 줏어다 빠셨겠네요?\" 하니

\"그럼~ 비 맞으며 쥐 줏어다 다시 했지. 이년덜 골탕좀 먹어보라고 하신건디.. 
만약에 안했다간 뒈지는디? 
엄니가 하,,,,, 도 그래서,  말 대꾸 한마디도 못하고 살었어...
에이고,,, 클 때 생각하면 징글징글 했다니께,,,,?\" 

자기 엄마가 그러한 분이라는 걸 자기도 어려서부터 징글하도록 격었으면서 
맛 선 보던 자리에선 
\"엄니가 원체 말 수도 없고 얌전하신분\" 이라고 하였던거나,

그런 성미의 시엄니를 한지붕에서 모시고 살아가는 며느리인 내게 
그동안 어떻게 엄니엄니 하며 위선적일 수 있었던건지,,

딸 같은 올케입장은 조금도 안중에도 없이 세 시누형님들 세분이서 
담합으로 자기 친정 엄니 단도리만 하시느라 열들 올리시더니 

이제 똥 오줌 받아내는 시점에 와서 엄니가 징글징글 한 분이었다고 
자랑스럽다는듯 털어놓으시는 이유는 무얼까,

때와 상항에 따라서 표정과 말이 흔적도 없이 싹~~ 뒤 바뀌곤 할 수 있는 그것이
어머니와 남편 형제들의 특징이라는건 잘 알지만 말이지요.



* 독한 사람.

당신 속으로 난 딸 자식도 아닌 며느리가 구린내를 맏아가며 
허리가 휘도록 팔이 후들거리게 목욕을 씻겨드리고 난 담 날에도 
다시 이부자리고 온 몸에 똥 범벅을 해 놓는다거나,
떠 받들어 드릴수록 며느리 앞에 밥 알을 퇘퇘 뱉는 시어머니

속으론 부화통이 치밀어도

그래도 돌아가셔서 아예 안계시는것보단 이렇게라도 살아계심이 
조금은 낳으리라..는 마음으로 죽기살기로 기운 채려 놓으니
 
정신 도시자 마자 

\"난 아직 절대 못 죽어!!  나 죽는날엔,, 애미 너도 그담날로 데려 갈 줄 알어,,!! \" 

어머님 남편은 죽어라 일만 하다 육십 사시고 쓰러져 사흘만에 가시었고, 
둘째 사위, 징글하게 쌈만 하다 마누라 앞에서 농약 먹고 비명휭사 하시었고,
큰 아들,아홉살부터 장똘이로 떠 돌아 다니며 고생만 하다 오십 살고 가시었고, 
당신의 맏 딸인 시누형님~~~ 비참하게 똥 오줌만 몇년 싸다 얼마전에 가시었거늘,

며느리보다 먼저 가기 싫으시다는 말씀~~
보통사람으론 할 수 없는 저 또한 여간 독하심이 아니신지요?

엉덩뼈에 상처를 고쳐보고자 무더위에  24시간 잠 못자고 
애타는 마음으로 약 발라가며 치료할 때

온 몸에 용을 써가며 비벼대고 종일 악을악을 쓰셨으니 그 뜨건날에
살이 온전 할리 없지요. 

용 쓰는 논 양반 혼자선 도저히 움직일 수 없으니
(나중엔 이불을 이용해 기술적으로 혼자서 할 수 있었지만) 

몸을 움직여 돌려 놓을때, 움직이다 엉덩뼈 상처가 바닥에 스칠까봐
거들어 달라고 남편에게 부탁해도 
한번도 선선히 도와 주지 않는 남편에게

아무리 부화가 나고 답답해도 큰 소리 한번 안내고 
사정사정 해 가며 갖은 용을 써 보다가,

최상의 방책으로 네식구가 달겨들어 어거지로 엎드려 놓았다 일으키던 날,,

하루만에 무릎이고 얼굴 광대뼈가 뻘겋게 짓무른 상처를 보고
절망감에 너무도 기가 차고 화가나서

\"어저녁부터 다시 되돌려 놔야 된다고~~ 된다고 그렇게도 말했잔아요!!!
몇시간 간격으로 몸을 바꿔 놔 드려야 된다고~~그랬잔아요!!!
그랬을때~~ 조금이라도 도와 줬으면 이리는 안됬을거잔아요!!
용쓰는 논 양반 나 혼잔 도저히 못 움직이는거 뻔~히 알면서~~~
왜 그렇게도 어린애처럼 뺀질뺀질~~해서  이리 문제를 더 키우는거야???
기를쓰고 사사껀껀 어거지를 쓰는 양반이나!~~
마누라가 어떤 고생을 하던 말던 무관심한 당신이나!!  다 똑같아!!!
대체 무슨 이유로다 당신 모자간에 나를 이리 힘이 들게 하는거냐구요~~~\"  

어머니 편찮으신 이후로 처음으로 눈을 치켜 뜨고 
눈물을 펑펑 흘려가며 남편에게 화를 냈는데

누워계시던 어머니 난데 없는 며느리의 큰 소리에 그 몸을 하시고도 
그게 또 아니꼬우셨던가봅니다.

그날 저녁 다시 돌려 놓자고 남편을 한번 불러도 
티비에 정신이 팔려 못 들은척 하기에
재 차 \'션 아빠  한번만 와줄래요~~\' 하고 크게 부르니 
아침에 화낸 때문인지 마지못해 \"어~\" 하고 달려 오는 아들을 보시더니 
그 또한 못 마땅 하셨던가봅니다.

싹싹하게 도와주려 달려 온 아들에게
 \" 아니 얘 왜 이리 날리라니?\" 하며 며느리가 수선이라는듯 
아들 성질을 부축이시는겁니다.

그리곤 너 왜 내 아들 잡냐고 아침에 화냈던 것을 
치받기라도 하듯 해 대십니다.
 
당신아들 놔두고 며느리 혼자서  똥수발 들어가며 
어떻하든 당신을 살려보까 혼자서 기를 쓰는 그 와중에도

며느릴 깍아내려 아들 내외를 이간 시키시려는 엉뚱한 쪽으로만 
여전히 마음이 가 있으시니..
그건 분명~~ 자식 사랑이 아니고 엄니의 독하신 성미 때문이겠지요..



* \"적\"

그동안 여름내 그 고생을 치르도록
어머니가 죽는지 사는지 안부 전화 한통 없으시다가 
추석명절이라고 몇달만에 나타난 당신의 딸들에게

그동안 물 한모금도 못 얻어먹고 혼자 가두어 놓고 구박만 받았다고.
훌쩍 거리시는 어머니..

근 20 여명은 되는 사람들 혼자서 술상 보랴 밥상 차리랴 섥어지 하랴 
주방에서 동동걸음치는 며느리에게
엄니 병간하느라 며느리 욕 본다는 인삿말이라도 나올세라
질투심만 가득 차신 어머니...

그동안은 그러시는 어머니가 화가나고
야속한 감정이 솟꾸치고 그랬더래도 글로나마 풀고 풀곤 했는데,

추석명절을 보내면서
어쩌면 우리 어머니는 사람이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루종일 구린내 맡아 가며 허리가 휘도록 손에 똥칠하고, 
잠을 못자가며 욕창과 싸워야 했고, 
하루종일 심장이 멎을듯한 악다구니를 가슴으로 견뎌야 했고 
어거지로 음식을 떠 넘겨가며 
세살자리 어린애 만도 못하게 추하게 구는 당신을 
철저하게 챙겨 드리려 했던 내 자신이 한탄스러웠습니다.


\"엄마에게 할머닌 적이야 적!  엄만 것도 모르고 어리숙하게,,\"

편찮으신 할머니를 맘으로라도 애잔하게 생각하던 
순진한 아들녀석이,
만일 지 앞에서 엄마가 할머니 흉을 보았다면 듣기 싫어했을 
고지식한 아들녀석이,,

8월 최악의 날에
할머니는 엄마의 적이라고 화난듯 하면서도 엄마가 답답하다는듯 
한마디 내 뱉던 아들의 말이 떠 올랐습니다.

어떨결에 저도 모르게 튀어 나온 듯한 말을 해 버리고는 
아차 싶었던지 고개를 외면하는 아들에게
 \"너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라고 되 묻고 싶었지만,

그아이가 왜 그런말을 하는 이유는 진작부터 잘 알고 있었기에
 
\"그래도 엄마는 할머닐 끌까지 해 볼거야\"라 는 말로 
얼버무리고 말았었습니다.

그 아이가 군에서 제대해 오던날.. 할머니에게로 가서 
어떠시냐고 인사드리니

\'군생활 잘 했니? 할미가 아퍼서 니 애미 애비가 고생한다\' 가 아닌
다자고짜로 손자에게 

\"네 엄마가 할머니 방에다만 가둬놓고 사흘동안 물도 
한 모금 못 얻어 먹었어! 어서 물 좀 줘,,,,,,,,,,,,\"

그당시엔 밥이나 잠 자는 시간만 빼고 새벽 5시경 부터 밤 11시까지
어머니 방에서 있다시피 하던때라 
허다못해 컴퓨터까지 어머니방 침대 앞으로 바싹 이동해 놓고 
안자 쉬더라도 당신 코 앞에서 쉬던 때였습니다.

그랬슴에도누구만 보면 어떻게 혼자 방에다 가두어 놨다고 
꾸밈말을 할 수 있는지,,

(시누형님에게 거짓말을 하셨어도 그러련 견디었는데
당신 손자에게까지 그러시는 어머닐 보곤 끝내 컴을 작은 방으로 옮겨버렸다)

방금전에도 밥을 안드시니 목이라도 축이시라고
구찬을 정도로 생수 물 컵 부지런히 날라다 대 드리고
요쿠르트다 메론바다 손에 쉬어 드려가며 하나라도 더 떠 먹여 드리곤
하려 애쓰는데
손자에겐 네 어미가 할미를 구박하고 사흘간 굶겼다고 하시는 어머니,,,

설령 정말로 당신을 형~~편없이 구박을 하고 
소홀하게 거두었다 해도 
딸들은 몰론이고 할머니로서 손자에게까지 그러 실수는 없는일이죠.

장장 26년간을 저는 적과의 동침을 했었나봅니다.



*적이여 안녕..

남이 원해서가 아닌 내 스스로 내켜서 하였던 거였지만
온갖 정성으로 당신을 지켜 온 며느리를 
몇달만에 다니러 온 딸들에게 나쁜사람으로 말 할 수 있다는것은,

집안의 대를 이어갈 당신의 손자에게 
지애미를 천하에 나쁜 어미인 것으로 말 할 수 있는것은,

아들 아이의 말 처럼,, 
어머니는 저에게 어머님이 아닌 \'적\'이었슴이 분명하지요.
적이 아니라면 사람으로서 어떻게 그렇게 하실수가 있겠어요.


이제부터  저는 어머니에게만 매달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자는 시간만 빼 놓고 온 종일 당신 방을 오픈해 놓고 들락 거리며
종종 걸음 쳤었지만, 이제부턴 어머니 방문을 열어 놓지 않기로 했습니다.

당신이 늘상 갛혀서만 있었다고 말씀하셨던대로 
실제로 그리 해 드리고 싶은것입니다.

매 시간마다 넘겨 드렸던 딸기우유도 요쿠르트도 중단하고
요즘은 하루에 딱 세번 최소한의 영양식만 챙겨 드리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거의 하루 한자루씩 버려야 했던 쓰래기 봉투값도 절감 되고
다리 벌리고 매 귀져기 뺄때 마다 손에 뭍혀야 했던 똥 덩어리도 
한결 줄어들어서 수월하고 좋더군요..

요즈음은 어머니만이 아닌 내 건강을 챙기기 위하여
날마둑 산에도 오른답니다.

기껏해야 두어시간 소요 되는 약수터가 있는 앞산이지만요.

당신 똥수발 드느라 바깥 걸음을 못하다가 
오랜만의 운동이라 그런지
예전의 몸은 온데간데 없고 허리도 쑤시고  무릎도 시큰 거리지만,
숨통이 트이는것 같아 마음은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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