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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배꼽은 어디에?


BY 일상 속에서 2006-10-12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랴 신랑 뒷바라지(?)하랴, 점점 나란 존재는 잃는 것이 많아지는 것 같은 허망함이 새삼스레 밀려들었다.

누가 그러드만... 세상은 공평해서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을 거라고.

그럼 얻은 것도 분명 있으련만, 회색 빛 도시 속에 을씨년스러움과 땡볕 더위를 오가는 변덕스런 날씨 속에 사는 탓 일까... 생각이 한쪽으로만 치우친다.


아... 사라진 나의 이름 석 자여!

꿈처럼 멀어져간 44사이즈의 기성복들이여!

막 만들어진 따뜻한 먹거리들이여...

정작 내게 존재하기나 했었든가 가물거리는 자유여!!!


누구 엄마, 내지는 누구의 아내로 불려진지 오래다.

길가다 누군가 뒤에서 ‘아줌마!’ 하고 부르면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고개를 나는 언제부터 소유하게 된 걸까?


친정 엄마와 말씨름 끝에 못된 성격의 소유자인 나는 앨범이란 앨범을 모두 뒤져서 모델된 나의 사진들을 몽땅 들고 왔었다. 어찌나 그 양이 많던지 앨범에 꽂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지금 후회하건데... 앨범 채로 가져 올 것을...단순 무식한 나...) 수년간 처음 담아 왔던 가방 속에서 아직도 썩지(?)않고 그 사진들이 고이 잠들어있다.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에 엄마와의 오해가 풀렸고 그러고 보니 사진을 몽땅 들고 온 것이 죄송스러워지긴 했지만 다시 사진을 제자리 갔다가 놓는다는 것도 우스워서 여적, 장롱 속에 들어 있는 그 사진들을 나는 잃어 버릴만하면 한 번씩 꺼내 보곤 한다...


그 탓에,

사진 속에서 자신만만(?)해 하는 나의 예전모습을 보고 처절함(?)에 한번 죽음(?)을 맛보는 나는, 볼 때마다 곁에서 “엄마, 이 사람이 정말 엄마 맞아요?!” 하고 물어 보는 무심한 자식들로 하여금 두 번 죽음을 당하고 만다.


누구를 탓 할까?

물만 먹어도 살찐다고... 그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비쩍 말라서 댕길 적에, 주변 사람들이, “너는 좋겠다. 그리도 날씬해서...” 뒤로 섞여 나오는 푸념을 한심하게 생각했던, 오만방자하던 나였다.


‘도대체 이해가 안가. 음식이 먹고 싶으면 먹고, 빼고 싶으면 빼면 되는 살 갖고 왜들 그리 고민들이 많어...’


속으로 큰소리 뻥뻥 치던 난 분명... 예전에 그 마음가짐으로 인해서 벌을 받고 있음이 분명하다.


10달 된 아이를 뱃속에 품은 만삭의 몸에도 불구하고 체중이 1~2kg의 변화만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애 낳은 아기 엄마 맞느냐는 소리를 귀가 따갑도록 들을 정도로 살이 없었다. 그 몸으로도 물만 먹어도 젖이 도는 빵빵한 가슴 덕분에 큰아이 배곯게는 안했건만... 그런 축복(?) 받았던 체질이 희한하게도 애가 돌이 되고부터 몸이 불기 시작하는 저주(-_-;;;)를 받을 줄이야.

하루 삼시 세끼 내지는 2끼, 그것도 보통의 공기를 가득 채우지도 않건만 살이 불기 시작했다.


약한 비위하면 세상에서 손꼽힐 정도였던 내가 아이를 키우며 똥 기저귀 갈다말고도 밥을 먹어야 했고, 누군가 어린 자식의 변을 보고 “예쁘게도 쌌다. 여기다 밥 비벼 먹어도 되겠다.” 하는 엽기적인 발언을 듣고 며칠을 밥상머리에서 괴로워했던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역시, 밥을 비벼 먹고 싶은 마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 변의 색을 보고 마음 놓기도, 불안해하기도 하는 주부가 되어가면서 아이가 먹다 남은 밥 정도는 기본으로 해치우는 제법 강한 비위를 가지게 되었다.


그 후로 난, 내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보통의 아줌마들이 그러는 것처럼 가족들이 먹다 남긴 음식들이 아까워서 수저를 쉬이 내리지 못하게 되었다.

그 것이 원인 일까?

아니면 즐겨 마시는 쇠주...?


점점 숫자 무서운지 모르고 올라가는 체중의 무게와의 담판을 짓기 위해서 나는 작년부터 다이너마이트 보다 무섭다는 다이어트를 선언했다.

죽으로 시작했던 식단과 1시간가량의 걷기나 자전거 타기.

아무리 아까워도 가족들이 먹다 남긴 음식을 무식하게 먹지 않으리... 차라리 보관을 잘해서 나중에 먹자, 수전증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씩 녹색의 병이 아른 거리는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술자리도 점점 멀리했건만...


무심한 체중의 변화...

실토하건데... 자리를 핑계로 폭식과 폭음을 할 때도 있었다.

그것이 이유일까...


어제 밤, 반듯이 자리에 누워서 무심결에 배위로 손을 올렸다.

문득... 참외 배꼽이라 창피해 하던 옛 일이 떠올랐다. 1cm쯤 튀어나온 내 배꼽과 쏙 들어간 것이 여간 예쁘지 않던 친구의 배꼽을 비교하며 속으로 질투하던 나였다. 많고 많은 콤플렉스 중에서도 한동안 유독 배꼽에 집착하던 때다...

아뿔싸...그 동안 나는 내 배꼽을 잊고 살았다.

미운 오리 새끼가 연못에 비춰진 멋진 백조인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지?

난 간밤에 불쑥 튀어 나와 있어야 할 배꼽을 찾아서 손을 바삐 움직였다.

없었다.

배꼽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 헤매니 처음 접하는 동굴이 나왔다. 친구의 그것처럼 배 중앙에 동굴이 있었다. 아... 나의 배꼽이여...그 동안 너를 무심히도 잊고 있었구나!

그렇게 원했던 것처럼 참외 배꼽의 설움을 벗어 버렸건만 난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미운 오리 새끼의 놀란 기쁨과 동떨어지게도 나는 차라리 슬펐다.

살 속에 파묻힌 나의 배꼽...

툭 튀어 나온 뱃살로 인해 파묻힌 배꼽이 나를 원망하는 듯... 지금의 음지가 아닌 예전의 양지로 돌아가고 싶다는 듯... 배꼽이 자신(?)을 찾아다닌 손가락에 찐득한(?) 눈물을 남겼다.

눈물은 결코 어떤 악취와도 뒤지지 않을 냄새도 갖고 있었다.


그동안 너무 숨 가쁘게 살았나보다.

배꼽의 존재여부도 찾아보지 못할 만큼...

참외 배꼽일 때는 수건으로 한번 쓱 문지르기만 하면 건조 끝이었건만,

이제는 목욕 후, 면봉으로 닦아 낼 한 곳이 더 늘어나고 말았다.


어처구니없게도 난 그 상황에서도 뱃살에 파묻힌 나의 배꼽에 ‘피어 싱’ 한 것을 상상하고 혼자 피식...웃음을 토해냈다. 그 보다도 엽기가 또 있을라나...

내 남편의 말처럼 누가 나를 말려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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