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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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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감독을 하며...


BY 영롱 2006-09-28

 이곳으로 이사온지 100일이 넘었다. 중학교 3학년인  아이가 중간 고사를 치르는 날, 학교에서 시험 감독을 해 줄 학부형을 찾고 있다고 한다. 학부모가 오지 않으면, 인력시장에서 사 와야 된다고 하는 아이의 말에 자원을 해서 다녀왔다.

 시험을 치는 아이들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여러가지 감회가 새롭다. \'나도 저랬지\' 어느덧 나도  중학생이 되어 시험을 치고 있는 것이다. 하나라도 더 기억해 내려고 애쓰는 안스러운 내 모습이 클로즈업 된다.

 국어 시간 감독을 하는데, 중간에 앉은 여자 아이와 뒤에 앉은 남자 아이는 시험지를 받자 마자 엎드려 있다. 잠을 자는 것 같지는 않다. 가끔 시험지에 낙서를 끄적이는 걸 보면...

바로 앞에 앉은 터라 유심히 보니, 답안지는 대충 마킹을 끝낸 상태이고 시험지를 찣어가며, 장난을 하고 있다. 마음이 아프다. 저 아이는 오늘 네 시간을 저렇게 보내리라.

 끝나는 시간이 가까워 오면서 시험을 끝낸 대부분의 아이들은 엎드려 있고, 하나라도 더 풀려고 애쓰는 아이도 있고, 끝나는 종이 울렸는 데도, 시간을 더 달라며 조르는 아이도 있다.

 나도 그랬다. 돌아 보면, 즐겁고 아름답지 만은 않은 학창 시절이었다. 추억은 모두 아름다울 뿐 이라지만, 그래도 돌이켜 보면, 나름대로 고민도 많고, 무엇보다 공부가 너무 힘들었다.

 십 분 남았으니, 정리 하라는 선생님 말에, 갑자기 지우개를 던져 마킹을 하는 아이를 보면서, 시간은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수 밖에 없다.

 시험 감독이 둘이나 되는 좁은 교실에서 컨닝을 하는 간 큰 아이는 없었다. 핸드폰을 보관해 주고, 떨어진 펜을 주워주고, 잘못 쓴 답안지를 교환해 주면서, 예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행복했고, 똑같은 교복과  정해진 두발 길이와 작은 의자에 앉은 아이들의 힘겨운 시절이 마음 아팠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 교육의 현 주소니 어쩔 수 없다. 많이 배워야 미래가 좀 편안해 질테니, 어쩌랴!

 끝나고 3학년 아이의 교실에 들렀더니, 급식 먹을 준비를 하던 아이는 시험을 못봤다고, 한숨을 쉰다. 서울에서는 책 열심히 읽고, 영화 감상반으로, 문화탐방반으로 다니며, 공부 스트레스를 덜 받던 아이가, 갑자기 비평준화 지역으로 와서 너무 고생이다.

  고등학교 교복만으로 아이를 판단하는 이 곳의 분위기가 나도 아이도 아직은 너무 낮설다. 그러나, 당장 11월에 원서를 써야 한다니... 시험이 끝나고 도서관 들렀다가, 다시 학원으로 간다고 아이는 교복도 안 벗고, 나갔다.

 명문고가 아니라도 상관없다고 하면서도 욕심이 생기는 부모마음을 아이는 알 만 큼 자랐다. 이사를 오면서 많이 정신을 차리고 공부에 매진하긴 하는데, 아이도 나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

 지난 시절과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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