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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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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실덩실


BY 김효숙 2006-09-24

아침 햇살에 눈이 부셔 잠이 깨었다

세상에 이렇게 늦잠을 자 본 적이 없다

월 화 목 금 토....일주일이면 적어도 칠백 오십명

한달이면  삼천명에 밥을 셋이서 해 먹이니..

내 육신은 엉망 징창이다.

웃음으로 사랑으로 하려고 노력하지만

쉬는 날이면

내 온 몸은 밤새도록

장작으로 패 맞은 것 같은

아픔이 나를 짓누른다.

 

갑상선 암 수술로 피곤이란 적을 가지고 싸워야 하는 지...2년

정신이 육체를 지배 한다는 생각으로 견디어 왔는데.

 

아 ! 오늘은 내 육체에 한계를 느낀다.

 

가까스로 일어나 앉았다

눈이 떠 지지 않는다.앉아 있는 옆에는

시집 올 때 가지고 온 화장대 거울에

지친 내 모습 들킬까 봐 머리를 얼른 쓰다 듬는다.

 

눈에 보이는 것들..

예쁜 공주  원피스는 날 바라 보며 웃는다.

이 옷 입고 처음 나들이 갔을 때 생각 해 보아요

 

화장품들이  날 바라 보며 웃는다

예쁘게 화장하며 웃던  그 때를 생각해 보아요..

 

스치로폴 화단에서  얻은 옥수수 하나가 신기해서

힘들 때 바라 보려고  화장대  앞에 놓아 두었는데

그것도 날 바라보며  웃는다

 

무슨 맘으로 날 키웠지요.?

무슨 맘으로 날 꺾어 왔지요 ?

자주색  하모니카처럼  생긴

나를 물고 하모니카를 불어 보아요.

 

밤색 곤색 자주색 까만색 알록달록 가방이

날 보고  웃는다.

랄라 룰루  오늘은 어떤 가방을 들고 나갈까

신이 났던 그 때를 생각 해 보아요

 

내가 좋아하는  스커트 들이 웃는다.

오늘은 무얼 입을까  고개를 갸우뚱하며

거울 보며 즐거운 외출을 꿈꾸던 그 때를 생각해 보아요..

 

사랑하는 친구가 사다 준 약들이 웃는다

날 먹고 건강해져야지요.

콩 주워 먹듯 먹어 대는 약 들이 날 보고 웃지만

날 조롱하는 것만 같아 눈물이 난다.

 

컴 옆에 하얀  엽서가 웃는다

얼마전 우체국에 갔다가

가을 엽서 한장씩 띄워야지 하고

열 장이나 샀는데 두 장을 써서  부치고

여덟장 남았잖아요.

얼른 훌훌 털고 일어나

그 고운 맘 물들여 가 보아요

창가에  빚추이는 가을햇살 담아서 말이에요...

 

장롱에 기대어  첼로가 웃는다

날 보며 웃는다

날 보며  코스모스처럼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웃는다

자아. 일어나시죠

벌떡 일어 나시지요

내가 일 주일에 한 번 씩 당신에 기쁨이 되어 주었잖아요.

 

자아. ! 과꽃을 연주할까요

난 옷도 입지 않은채.. 서툰 첼로를 연주해 본다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엄마는 꽃들을 좋아 했지요

과꽃  피는 이 가을

하늘에 엄마 불러 같이 살고 싶지요

 

어느새 내  눈망울엔 눈물이 맺혔습니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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