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맑은 토요일 오전.
일주일동안 밀린 빨래며, 청소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마당 안으로 우체국 택배차가
들어섰다.
\"집주인입니까?\'
\" 네\"
\"항상 빈집이더니 오늘은 계시네요?\"
\"네, 오늘은 쉬는 날이라..\"
커다란 자루를 꺼내 놓으시며
\"이번에는 밤인가 보네요\" 하신다.
올해들어 친정엄마에게서 계속 택배가 온다.
아저씨를 배웅하고 낑낑대며 자루를 들어 거실로 옮기고 풀어보았다.
옥수수, 오이, 호박, 감자, 고추, 전구지, 잔파, 밤, 등이 봉지봉지 묶여져 들어있다.
오이는 2개정도 깨져서 먹을 수 없게 되었지만.
나도 모르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울어버렸다.
\'자식이 뭐길래\'
사는게 바쁘다는 핑게로 한번도 가보지 못하는 자식 뭐가 이쁘다고.
38년만에 돌아온 윤칠월 생일이라고 지난 내생일엔 팥이며 찹쌀을 한 자루 보내셨고,
쌀과 고추가루 콩 자루가 수시로 우리집 현관 앞에 엎드려 있곤 했다.
마음이 부족한 난 항상 전화 한 통화로 인사를 대신한다.
전구지와 잔파는 섞어서 젓갈에 묻혀 김치를 담그고, 늙은 오이는 달달 볶아서 놓고, 호박도 납작납작하게 썰어 볶아 놓고, 호박 된장국도 끓이고, 고추 송송 썰어 넣고 감자 채썰고 부추와 잔파를 넣어 부침개를 햇다.
정말 오랜만에 풍성한 가을 식탁이었다.
퇴근해 온 남편은 아무말없이 그냥 먹기만 한다.
정말 밉다.
냉장고를 열어 보더니 왈.
\" 과일은 없고 옥수수와 고추만 있네. 웬 호박은 이리 많고...\"
투덜대는 남편의 뒷통수를 후리쳤다. 마음속으로만.
틀니가 고장이 나서 음식을 못드신다는 말을 올케로 부터 전해 들었지만 나와는 상관없다는 일인양 모른척 살았는데...
가슴이 아려온다.
이러땐 남편이 더 미워진다. 미워 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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