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가 그랬다. \"이 세상살이에서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하다못해 사람조차도...\" 나도 이제껏 살아오면서 결혼 후에는 내가 지닌 정신세계 외에는 지니고자 한 것들을 제대로 지녀본 적이 별로 없었으므로 그 말에 동조했었다. 하다못해 내가 감옥살이를 한다 해도 그 상황에서조차도 나는 풍요롭고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다.
어제 남편이 컴포멧을 새로 하면서 컴에 있던 내 자료(일기, 자작시, 습작문, 천여곡 모아 두었던 노래들과 기타 등등)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몽땅 날려버렸다. 행여 그런 불상사가 생길까봐 A, D, E로 드라이브를 분리해 뒀었는데 그나마 몽땅 다 지운 것이다. 컴을 수리한다고 해서 D드라이브는 건드리지 말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그 속에 있는 거 다 검색하고 오해하고 할까봐 그냥 뒀다. 오늘 아침 혹시나 싶어 컴을 검색해 보니 아무 것도 남은 게 없다.
Out of Africa 영화의 주인공 메릴 스트립처럼 나도 이제 빈털털이가 된 것이다. 그깟 글이나 노래 날아간 것들이 뭐 대순가... 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오늘 내가 고단한 삶을 살지라도 그런 글들이 나를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었다. 피곤에 지쳐 있을 때 듣고 싶은 노래들 윈엠에 올려 놓고 듣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다시 기억을 재생시켜보거나 노래들을 모으면 되겠지만 그냥 내 머리속에 있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자. 이럴 땐 내 별난 기억력이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먼 훗날 빛바랜 사진첩을 들여다 보듯 오래도록 추억해 보려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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