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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평범한걸 거부한 덕분에 꿈을 이루다


BY 김민정 2006-08-24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서 양념딸로 불리우며 자라온 유년시절.

하지만, 남아선호사상의 선봉이셨던 할머니로 인해 난 여느 여학생 답지 않은 거칠면서도 씩씩한 성격으로 다듬질 되어갔던것 같다.

\"가스낭. 아무 쓸모짝에도 없는기 뭐한다꼬 그리 쳐 묵노.

니 묵지 말고 오빠나 동쌍 주그래이.\"

일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자장면을 시킨 날이었다.

할머니의 거친 태클에 강한 오기심이 발동했던 나는

그 나이에 맞지 않는 식성으로 할머니의 모든 편애를 차단하기에 이르렀다.

\"할매. 내 이 짜장면 꼽배기 다 묵을 수있다. 나는 입 아이가? 와 남자들만 먹어라 카노.\"

입 언저리에 자장 국물을 연신 묻혀가며 구토가 일기 직전인 뱃속을 자장면으로 그득그득 채워갔다.

그랬다.

나의 유년시절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면에서 차별을 받아야 했던 내 인생 가장 암울했던 시기였던것 같다.

그땐 난 이미 나의 꿈에 대해 이렇게 정의 내렸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남자가 될수 없다면, 남자와 동등한 선상에서 뭐든 보여줄수 밖에 없다.\"라고....

이따금 서서 소변을 누는 기이변까지 생겼으니 이걸 무엇으로 다 설명할까?

 

그렇게 씁쓸한 어린시절을 딛고, 난 늘 활발하게 거칠게 학창시절을 매웠다.

서쪽의 마귀할멈, 할매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별명을 앞세워 공주병의 조기치료라는 명목으로 내숭떠는 여학생을 공개적으로 벌했으며, 괴롭히는 남자들을 끝까지 따라가 주먹으로 잠재웠던 소실적 힘쎈이. 그게 바로 나였다.

지기 싫어했던 성격으로 공부든, 미술이든 모든 분야에서 욕심을 내고 노력을 한덕에 어디서나 두각을 나타냈고, 드디어 나의 12년의 학창시절의 종지부로 건설회사에 취업을 하기에 이르렀다.  남자들이 대세인 내 인생 첫 직장에서, 너무도 많은 인생경험을 했다.

노력을 해서 인정받는 방법. 여직원이 회사의 꽃이 아닌 관심대상이 될수 있다는 것도 몸소 느끼면서 나에게 또 다른 꿈에 대한 갈망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것.

내가 옛날부터 그렇게 이루고 싶었던 것

그것이 무엇인가 찬찬히 되짚어 보게 된거다.

그렇게 해서 난 또 다른 남자들이 득실대는 자동차과에 입학지원서를 던지게 되었다.

당시 우리 친정 아버지 께서는 평생을 기름복을 입고 일을 하신 분으로.

내 자식에게만은 기름 묻히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뒷바라지를 해오셨는데....

얌전하게 직장생활하던 딸래미가 기름복을 입는다 하니 그저 너털 웃음만 지어 보이셨다.

어릴적부터 뭐든 알아서 척척 이루어낸 딸이기에 아버지는 자신의 기준선에서 벗어난 딸이지만, 뭐든 해낼거란 믿음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나의 대학시절은 시작되었고, 난 자동차에 대한 공부와 더불어 내 미래에 반려자를 찾기위해 동분서주했다.

도서관에서 공부할때도, 엔진분해작업을 할때도, 학과 공부를 할때도 나의 머리와 눈과 손은 각기 다른 목표를 향해 몰두하고 있었다.

결국 지금의 신랑이 나의 레이더망에 걸려들었고, 여자가 없는 과 특성상 우린 서로의 늪에 빠져 허우적 되게 되었다.

같이 학원도 다니고, 학교도 다니고, 공부도 하면서 우린 사랑과 함께 같은 목표와 이상을 꿈꾸며 재미난 대학시절을 보낼수 있었다.

졸업을 하고서는 우린 카센타를 차릴 수 있었고, 지금도 나의 옆에선 시커멓게 기름을 묻혀가며 일하고 있는 신랑의 얼굴이 내 비친다.

\"뭐하노? 몽키 갖구 온나.\" 한번씩 내뱉는 불친절한 말투에 움찔 성격이 나가려다가도...

예전의 추억와 꿈을 이룬 지금의 모습을 오버랩해 보면서 행복해 하는 나를 발견한다.

나의 꿈은 그거였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을 다니겠단 결심을 한 그때.

내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멋진 대학생활을 하고.

그 사람과 함께 내 미래의 일터를 함께 가꾸고자 하는 꿈.

이제 나는 서로의 기름때 끼인 손톱을 바라보며 더럽다 비아냥 거리는 사람이 생겼다.

얼굴에 묻은 기름을 닦아 준다며 더한 검정물을 묻히는 사람이 생겼다.

우리 두사람의 모습을 보며 기분좋게 가게로 향해주는 단골도 생겼다.

믿음으로 함께해온 우리 두 사이에 두명의 자녀와 뱃속의 세번째 아이도 생겼다.

나의 꿈은 어느새 이루어져있었다.

어린시절 남자로 태어나지 못함을 통탄해 했던 한 여학생은.

결코 평탄치 않은 분야에서 모든 꿈을 이루어 내어.....

힘든 속에서 미소를 지우는 여유로움에 눈물을 흘린다.

나의 꿈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넓은 마당에 우리 가족 명의 로 된 땅에 카센타를 세우고....

아이들과 함께 멋지게 생활하는 그 꿈.

그 꿈을 위해 오늘도 우리 가족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기름쟁이 삶을 살고 있다.

꿈은 도전하는 자만이 가질수 있는 특권이라는 걸

난 이미 경험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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