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아홉시가 넘은 시간 엄마가게는 희미한 불빛만
보이고 인기척이 없습니다.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고싶어 연락없이 오고보니
혹시나 엄마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이 앞섭니다.
문을 두드리자 깜짝 놀란 엄마가 맨발로 뛰어나옵니다.
먼,곳에서 오면서 연세 드시면 모두 아기 된다는데,빈 손으로
온것이 못내 미안해서 잠시도 그칠줄 모르고 쏟아지는 \'비\'
핑계를 대어봅니다.
엄마가 내 마음을 알았다는듯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를 해 주십니다.
친정에 다녀오는 며느리가 빈 손 인것이 못내 서운했던 시어머님이
\"너희,친정 다녀오는길엔 맹감(청미래)도 없더냐?\"했다는 말을
하면서 웃으십니다.
이렇게 결혼 20년만에 엄마와 단둘이 옛 이야기를 하며 손을 꼭 잡고
잠이들었습니다.
명산 금오산자락 처음듣는 새 소리에 눈을뜨니 엄마 모습은 벌써 온데간데
없고 여린 새소리 익은 햇살 옆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여문 소음들이
벌써 한참 열려진 아침을 보여줍니다.
주방에서 들려오는 소음을 따라 엄마의 흔적을 따라 갑니다.
\'복\'날을 앞둔 삼계탕집인 엄마의 가게는 정신없이 바빠집니다.
미스코리아 뺨치게 이쁜 닭 배달 아줌마는 그 무거운 닭 상자를 번쩍번쩍
들고와 주방에 가득 쌓아놓습니다.
손질된 닭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스를 틀어놓고 꼼꼼한 세척에 들어
갑니다.닭이 물기가 빠지는 동안 사각통에 녹각,마늘,수삼,밤,대추가 준비되고
찹쌀을 씻어 불려놓습니다.
준비된 작은 영계의 비워진 속에 찹쌀을 한 국자 넣고 재료들을 모두넣고 다시
찹쌀을 한 국자 넣습니다.
다리를 잘 오무리고 대나무 통에 준비된 닭을 쏙,집어넣고 커다란 찜통에 당귀,생강
을 넣고 백마리씩 들어앉습니다.
한시간 정도 익혀진 삼계탕은 뜸을들여 꺼내집니다.
엉덩이 부분에 찹쌀이 뽀얗게 익어 나온 삼계탕은 수백마리가 줄지어 늘어섭니다.
그 사이 한족에선 뚝배기에 육수가 준비됩니다.
뚝배기 밑바닥에는 분명 땅콩가루인것은 맞는데 몇가지 재료가 첨가된 한스푼의
가루가 넣어지고 커다란 들통에 준비되는 육수엔 어떤분들은 우유가 들어가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우유는 닭 육수에 엉기는 기름성분을 녹여주고 냄새를 제거해주며 부드러운 맛과 시각적인맛도 감미해 준다고 합니다.
뜨거운 불앞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전의를 불태울것을 맹세했건만 끝없이 들어오는
손님들 앞에선 얼굴은 벌겋게 익고 땀은 등줄기를 따라 흐르고 예행 연습까지
준비했건만 몇번씩 마비되어 중단되고 와!!진짜,장난이 아니였습니다.
밤 여덟시쯤 되자 \"된장,주세요.\"소리는 젠장 이라고 들리고....
\"두마리 주세요.\"는 죽여 주세요.로 들리고.....
주방앞에 끝없이 늘어진 전표를 보니 기가 막히고 결국엔 경찰차가 출동해 주차단속에
들어가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못먹고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손님들을보니 또,마음이 아프고....
한 박자 빨리 아니면 한 박자 늦게 드시면 좋으련만....
그 난리통속에 서비스도 친절도 송두리째 사라 졌건만 그래도 성냥개비를 쌓아놓듯
뼈만 수북히 쌓아놓고 깨끗히 맛있게 먹어주신 그 분들께 참,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일도 못하고 마음만 바빴던 나는 하루종일 \"청아\"소리를 들어서 먼 곳에서 엄마를
돕겠다고 와 준거에대한 이쁜 마음으로 \'청이\'라 부르는줄 알고 감격했는데,나중에
알고보니 \'멍청이\'멍자는 빼고 청이라 불렀답니다.
눈치가 없으니 멍청이라는 소리를 듣고도 하루종일 행복했으니 그럼 된거아닌가요.?
그렇게 엄마집에가서 \'복\'세 개를 치러내며 참 많은걸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내가 있는 이자리 지금 내 몸에 익은 이일 최선을 다 하자.
열심히 살자.
돈 무서운 줄 알자.
부모님 고생하시는 것 잊지말자.
아이들 까지 불러내려 산 교육을 톡톡히 치르고 돌아와 보니 내가있는 이 곳
내집이 바로 천국이였습니다.
멋진 솜씨로 \'삼계탕\'을 끓여 남편에게 주고 싶은데 불행하게도 남편은 육류를 못 먹습니다.
누구 드시고 싶으신분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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