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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자씨의 결혼은 행복했을까?


BY 솔길 2006-08-12

그 많은 형제들이 모두  아버지가 다르고, 성이 다르니,

각자의 아버지집에서 뿔뿔이 흩어져 살다보니,

끈떨어진 고쟁이 신세인 영자씨는  결혼이라는 끈을

다시 주워들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 본다.

 

아버지라고 찾아가보지 않은것은 아니었지만, 멀리 서울까지

가려니 차비도 없거니와,

아버지란 사람도 마누라가 몇번째 인지도 모르게 열댓번째

 만난 젊은 여자와 그럭저럭한 인생을 살고 있으니 하룻밤 잠자리

조차 신세지기 어려운 신세이니, 그저 내게도 아버지가 있다~

하는 정도에서 만족해야만 했다.

 

그러나 날마다 바라만 봐도 신성일 뺨치는 이 남자를 남편으로

얻었으니 영자씨는 영 손해만 본것도 아니라 생각했다.

 

결혼하자마자 바로 첫아들을 덜컥 낳았으니 영자씨는 내심

기쁨에 겨웠으나 남편은 영자씨와 똑같은 기쁨은 아니었던듯

끝자는 돌림자를 쓰고 중간글자는 먼저 난 아들을 생각해서일까

이을 연자를 써서 호적에 올렸던 것이다.

 

먼저 낳은 아들과 그 어미 되는 이는 얼마나 이남자와 인연을

끊고 싶었으면 호적까지 파내서 가버렸는데..

 

어찌됐건 그 이후로 내리 아들셋을 더 낳아 아들 넷을 낳아놓고

영자씨의 기고만장은 하늘을 찔렀으니, 그당시 박정희 시절 경상도에서

아들넷 낳은 어미는 모든 이들이 우러러보는 이상형이었으므로.

턱을 쳐올리고 눈을 치켜뜬채 아들을 앞세우고 아들을 업고

길을 다니는게 보통의 영자씨의 모습이었다.

 

처음에 목소리도 제대로 못내던 영자씨는 어디가고, 본래의

우렁우렁하고 힘찬 목소리는 남편을 제압하고도 남았으며

본래 말이 별로 없던 남편을 더욱 자라목처럼 움추러들게 만들었다.

 

슬슬 남편도  본래의 성격대로 술과 여자에 빠져 밖으로 돌기 일쑤였고,

집에 들어와본들 단칸방에 아들넷과 마누라가 나란히 여기저기 누웠는데

잠인들 제대로 청할수  있었을까.

 

일조차도 멀리 외곽지로 나가 한두달에서, 길게는 몇달씩 있다가

그 품을 받아 한번씩 집으로 들르는 생활로 변했다.

 

그러자 영자씨, 자신의 업적을 몰라준채 밖으로만 나도는 남편이

슬슬 미워지기 시작했고, 남편이 몇달씩 일한 품을 들고 집으로 들어올때마다

황급히 돈부터 챙기고는 몇달을 일해놓고, 그돈으로 술다퍼마시고

이것밖에 안주냐? 또 언년만나 돈다썼냐? 

 하면서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악다구니가 되고,

결국에는 입만 다물고 있던 남편이. 먹고있던 밥그릇을

던지고, 가재도구를 다 부시고, 영자씨까지 흠씬하게 패고서,

집을 나가버리고서야, 그 싸움은 일단락 되곤 했다.

 

그 이후 후유증은 오래남아 몇날몇일을 그남편의 성을 이어받은  아들들이

빗자루 몽둥이 세례를 받아야 했으며, 남편을 향한 원망섞인 악다구니를

들어야 했다.

 

단칸방 생활이니 귀를 막지 않은 다음에야 영자씨가, 제풀에 지쳐 끝낼때

까지 몇날몇일을 그 악다구니를 견뎌야 했으니, 영자씨는 목청뿐만 아니라

힘까지도 세어 한달씩 이어지는 날도 많았으므로, 아들들은 아버지가

집에오는날을 끔찍히도 싫어했으며, 혹여 가물에 콩나듯이 새벽까지

싸움소리에 잠을 깨지않고 아침을 맞이한날은 마치 복권맞은 날처럼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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