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ㅎ,
점점 술이 늘어간다.
싸구려 술이 소주같다는 이유로 마시다가
슬쩍 남편에게 물었다.
\"조 위에 있는 당신술 마셔도 돼?\"
\"버리지 않을거면 마셔\"
남편은 안다. 맥주를 마실때의 나를 말이다.
그 넘의 양만 많고 취하지도 않는 맥주
마시다 남으면 싱크대에 주욱 부어 버리는 나를 말이다.
며칠전에 부쳐놓은 파전을 냉동실에 넣어놓고
하나씩 생각날때마다 해동시켜서 안주해서 먹는 맛이란
카~아 죽인다.
일단 양주를 반 잔 정도 붇고 거기에다 얼음 두조각 그리곤
진저 에일을 반 잔 부어서 섞으면 그런대로
순한 술이 된다.
싸구려와 달라 뒷끝이 쓰지 않고 당긴다.
뭐랄까? 형언할 수 없는 감칠맛이 있다.
\"이 여자 이제 술꾼 되겠네. 난 술꾼은 싫어\"
\"흥, 그러면 어디 가서 딴 여자 알아보시지\"
그렇게 대꾸해가면서 한국 가요를 틀어놓고 따라 부르면서
한잔씩 음미해 가면서 마신다.
미장원엘 갔다왔다.
그저께도 문 닫았고 어제도 문 닫았기에
어제는 보이스메일에 메세지를 남겼더니
그녀가 전화를 해왔다.
내일 두 시에 오라고..
이 미용사를 만나기 전까진 머리문제 때문에 골이 아팠다.
그냥 잘라만 주면 되는 머리인데도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었다.
레이어로 잘라 달랬더니 진짜 이층머리로 만들어 놓았던 미용사,
한꺼번에 여러손님 한다고 무진장 기다리게 하고 엄청나게 비싸기만 하던곳,
마침내 누군가의 머리를 잘 잘라놓은 걸 보고 물어서 알아낸 곳이
이 미용실이다. 사실 미국은 머리 제대로 하는 미용사도 잘 없을 뿐더러
비싸기는 무진장 비싸다.
그래서 오늘 미장원에 갔다와서
아이들에게 자랑했는데
웬걸 아이들은 도대체 어디 달라진 곳도 없는데
왜 미장원에 갔다왔는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제기랄, 이 넘들아, 너희들은 눈도 없냐. 머리길이가
짧아졌잖니 !\"
그랬더니 아이들은 나를 멍하니 쳐다보더니
\"아~\" 하고 바보 도 통하는 소리를 낸다.
잠시 멍하니 쳐다보던 아들넘이
\"엄마, 그러고 미장원에 갔었어?\"
그러고 보니 내 모습이 가관이다.
그저께 페인트칠을 하다가 페인트가 묻은 티 셔츠, 그리고
체육복 반바지.
\"그럼 넌 미장원에 가는데 꾸미고 가야 하니?\"
소리를 질렀더니
\"그래도 그렇치. 아만다를 만났다며...\"
아들은 지가 아는 사람을 내가 미용실에서 그 차림으로
만났다는 게 걸리는 모양이다.
딸보다 예민한 아들이다. 딸내미는 내가 어떻게 하고 다니던
별로 신경을 안쓰는 거 같은데 아들넘은 아주 자잘부래한 것도
신경을 많이 쓴다.
방학이니 할 일도 없고 집에 있자니 답답해서 돌아버릴 것 같은데도
이넘의 아이들은 집안에 처박혀서 도대체 어디를 가려고 하지 않는다.
쇼핑을 같이 가자고 해도 더워서 싫댄다.
컴퓨터만 있으면 도대체 심심한 줄도 모르고
내가 자랄때완 딴 판이다.
나는 십리길도 넘는 길을 걸어서 학교를 다녔고
언제나 먼 곳으로 떠나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차 있었는데
이 아이들은 나자마자 존재하는 온갖 편의에 휩싸여서
부족함을 모르고 어디 탐험정신이라고 눈씻고 찿아봐도 없는거 같다.
내가 아는 사람집에 에어콘이 고장나서 더워하고 있더라고 했더니
아들넘 하는 소리가
더우면 에어콘 고칠때까지 호텔에 가서 있지 왜 더운데
집에서 덥다고 하느냐고..
\"이 넘아, 누가 그럴줄 모르냐. 돈이 들어가지 않니?\"
\"뭐, 백불도 안줘도 되는데...\"
\"니가 백불 벌어봤냐?\"
\"...\"
매사가 그냥 이런식이다.
하루는 남편이 동전을 한자루 부어주면서
이것 다 계산하면 너희들 통장에 들어간다고 그랬는데도
두 넘이, 그것도 며칠을 두고 씨름하더니 포기해 버렸다.
그 후로 그 동전은 얼마동안 창고에 처박혀 있다가
마침내 내가 시간이 나서 분류해서 통장에다 입금시켰다.
이런 아이들을 보면 또 한잔이 생각나서 한잔.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할지 갑갑해져서 말이다.
머리 자르고 와도 모르는 아이들과 남편이 섭섭해서 한잔
이러다 자꾸 술만 늘어가겠다.
쓸데없는 걱정은 말아야지.
다 살아지겠지. 혹시 내가 술 마시고 싶어 이런저런
핑게거리를 찿는 건 아닌지...
시간이 남아돌아서 술 마시고
스트래스 받아서 술 마시고
안주 먹고 싶어 술 마시고
이렇게 핑게거리가 많으니 아무래도 술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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