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전 만 해도 난 글을 몰랐다. 아니 글을 안다기보다 글을 쓴다는 것을 신경도 안쓰고 살았다. 세월이 흐르니 나이를 먹고 디게 할 일이 없으면 동네어느 어귀에서 돗자리 깔고
재수띠기, 화투패를 잡고 퉁퉁해진 엉덩이 무게 잡고 늙으면 그게 최고 인 줄 알았다.
때가 되면 애들보고 밥먹어라 애들아~~~~
잔소리도 기똥차게 늘여놓고 동네 아줌니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며 이동네 저동네 마실도 취미삼아 해대면서 그렇게 늙을 줄 알았다.
성적표가지고 내가 이놈을 낳아서 미역국을 몇 그릇 먹었는데.
이 놈아 그 젓을 니가 다 빨아 먹은게 겨우 이모양이냐? 하고 닥달도 오부지게 해야 되는데.
그 기회가 당최 오지 않는다.
우리동네 아줌니들은 모두 농사에 전념하신다.
그래서 집에 있는 나는 그 분들을 만날려면, 하우스에 논에 밭에 걸어가야 한다.
옛날보다 더 많이 일해야 자식들 뒷바라지 할 수 있다며, 병원 약먹으면서 수박이며, 메론이며 과일들을 키운다.
그 바람에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드물다.
모두들 객지로 공부하러 혹은 돈 벌러 갔다. 심지어 장가를 갈려면 도시로 가야하니 동네 처녀 총각은 전무하다.
이러니 심심하다. 동네가..
여기 저기 듬직하게 굵은 허리를 가지고 큰 그늘을 만든 정자나무는 훤하다.
시원하게 부채들고 앉아 있는 사람도 보기 드물다.
모두들 어디로 가셨을까.
우리동네는 아예 텅 빈 것처럼 풀어진 강아지만 골목을 누빈다.
흙담위에 이젠 보라색 나팔꽃이 제법 자리를 잡아 보란듯이 나팔을 불지만
하늘이 너무 넓다.
누구에게 잔소리를 하고 싶은데.
말 받아주는 것은 고사하고, 듣는 귀만이라도 고맙다.
그래서 할 수없이 잔소리같은 글을 쓴다.
난 이제 이렇게 늙어 갈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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