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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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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BY 진주담치 2006-08-04

그녀는 외롭다.

그러나 남들은 전혀 그걸 느낄 수 없다.

그녀는 겉으론 씩씩하다. 엄청.

그리고 조금은 사교적인듯하다.

남들은 그녀가 외롭다하면 호강에 겨워  발광을 한다고 할거다.

왜냐면  잘 키워진 두 아이와 사려깊은듯한 남편이 있으니까.

수입이 조금은 괜찮은 남편이 있으니까.

 

정말 그럴까?

 

그녀는 이제 남들과 어울리는것을 즐기지 않는다.

예전엔 무척 활달했었는데 언젠부턴가 가족에게도, 친척들에게도

연락을  두절하고 산다.

 

예전엔  사교성 발언도 잘하고 남에게 보이기 위한 옷차림과  화장, 

칼라플한 염색,  백화점에서만 사는 고급스러운 옷만  고집했었다.

가끔 주변 사람들이나  온 친척들을 모아 근사한 밥상을 차려내고 하던 그녀였다.

 

그녀가 변했다.

길거리에서 종종  야채나 옷을 사곤 한다.

5000원, 10000원 주고 티셔츠나 반바지를 사서 입어보곤 좋다고 즐거워한다.

화장도 매일 칼라플하게 하던 것을 멈추었다.

맛사지며 팩을 열심히 하던것도 멈추었다.

그녀에게  썬캡  하나면 외출준비 끝이다.

 

그녀의 남편은 어리둥절하다.

좋아해야하는지, 아님 슬퍼해야하는지,

마음이 여리고 순진한 그녀 남편은 그저 어리벙벙하기만 하다.

마음 한구석이 약간 아린듯하지만 원래 무심하고 둔한 감각의 그녀 남편은

그저 좋은게 좋다고 자기 방식대로  결론을 내린다.

 

나이들어서일거야.

이 여자가 철들었나봐.

오래살고 볼일이군.

 

그 여자의 가슴을 확 쓸고 지나가는 거센 회오리바람을 그는 알리가 없다.

그 허무를 그 남자는 알리가 없다.

 

센 끼를 감추는것이 미덕이며 아녀자의 도리라는 이상한 사회의  이상한 논리에 밀려

뻗쳐오르는 끼를 감추느라  허둥대었던 세월을

그가 알 리가 없을테지.

 

신혼초,  뭐든지 잘하는 그녀에게 어느 선배부인이

이 세계에선 남편보다 낫다는소리를 들으면 절대  안된다고 했다.

왜냐면 수많은 여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려야 하므로.

그러면 남편의 평판에 지장을 주므로.

 

끼를 감춰야한다.  

 조금은 덜 떨어진듯 하게 살아야  남들과 융화를 잘해서

 인간성이 좋고 원만하다 할것이므로.

그저 묻혀서 사는게  현명한 여자라 했다.

 

그 여자의 이름은 잊혀진지 오래다.

그저 누구 부인으로만, 누구 엄마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녀는  밤에 혼자서 독한양주를  마셨다.

몇십년산이라는 고급양주를.

 

그것 또한 가식이다. 

 이젠 소주가 제격이다.

많이 마실수 있고 또 비싼 꼬냑이나 위스키처럼 겉멋을 부리지 않아도 되니까.

그녀는  훨훨 털어내려고  애쓴다.

그 가식 덩어리의 체면과  몸에 맞지않는 옷을 .

 

헛된 세월을 보냈다.

가슴에 난 커다란 구멍을 메꿀 장비가 없다.

뭘로 메꿀까?

돈? 옷? 남편 출세? 아이들? 아파트?

 

구멍이 너무커서 무엇으로도 메꿀수가 없을듯하다.

그 구멍은 어느새   커다란 화산의 분화구처럼  되어 버렸다.

그녀의 욕망은 어느새  저멀리 높은 고지에 올라가 버리고

그녀는  쓸쓸하게

소주잔에  비친  초라한 모습에  비참함을 달래며 비틀거린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살아온 세월이었나?

 

덧없다.    

모든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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