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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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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BY 오월 2006-07-28

냉장고를 열다가 귀뚜라미 울음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벌써,하는 알수없는 그리움이 울컥 거리며

가슴이 서러워집니다.

철없는 코스모스가 피고 키 큰 장다리꽃이 피고

장다리 꽃위엔 붉은 고추잠자리도 한마리 앉았습니다.

왜,어차피 올것들을 미리 앞서가며 그리워하는지

쓸데없이 냉장고 속에서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왜

듣고 가슴을 동그랗게 파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분명 적지않은 나이임에도 시도때도 없이 터지는

내 웃음은 내 자신스스로에게 너무많은 상처를 줍니다.

난 그 상황이 너무나 우스운데, 내가 한 이야기가 너무나

웃긴데,아무도 웃지않고 나만 혼자 웃습니다.

그럴때 한마디씩 던지는 말들은 가족이든 남이든 내 스스로

(청이)임을 알고있기에 가슴에 상처로 남습니다.

다시는 다시는 근엄한 얼굴을하고 깔깔거리지 말아야지

하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나는 다시 멍청이가 되어

깔깔거리고 마음에 상처를 받습니다.

 

난 지금도 어린애처럼 많이 웁니다.

때로는 아이들에게 부끄러울때도 많지만 나를 바꾸며

살기가 너무 힘들어 그냥 울고싶을때 울고 웃고싶을때

웃고그냥 그렇게 살고싶습니다.

많이 웃어서 남자에게 헤프게 굴어본적없고 많이 울어서

세상을 여물게 살아내지 못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는 못생겼던 잘 생겼든 그냥 지나치질 못합니다.

영아기때 아이는 냄새를 많이 맡아보고 싶습니다.

조금자라 유아기때는 눈을 맞추고 오래도록 옹알이를

받아주고 싶습니다.

정력제를 먹든 보약을먹든 체력을길러 아이가 물어오는

것들을 귀찮아 하지않고 대답해주고 아이가 지칠때까지

함께 놀아주고 싶습니다.

 

받아오라는 것은 미적거리지만 갖다 주라는것은 번개

입니다.

내가 사는 밥은 목구멍에 술술 넘어가는데,남이 사는

밥은 오래도록 목구멍에 걸려있다 넘어갑니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가엾다 하지만 아직 내가 가여워서

울어본적 없는걸보면 젊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가진것이 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끝없이 보내주는 한 친구가 있는데,나는 그에게 줄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솔직히 가끔은 맛이 없는 음식을 보내기도 하는데,나는

오늘도 다른 반찬을 만들지 않고 물러터진 오이 소박이를

물 만 밥위에 얹어 맛나다며 먹었습니다.

 

남편은 있지만 한번도 애인을 만들어보지 못하고

지금나이가 되었습니다.

네 사람쯤이 둥굴게 서서 서로 손을잡아야만 안아질

잎이고운 느티나무가 한그루 있습니다.

그 느티나무를 볼때마다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 손을

잡고 그 느티나무를 한번 안아보고 싶습니다.

나무 밑에 앉아 책을보며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눈은 책을보고 있지만 가슴은 숨이 멎을것같은 설렘으로

만남보다 더 짜릿한 기다림의 순간들을 맛보고 싶습니다.

얼굴에 볼펜자욱 하나쯤 그어와도 콩깍지 씌운눈에 멋져보일

모습이 잘보이기 위해 몇번쯤 빗질한 머리인지 한올한올

셀수 있을만큼 빗질한 모습으로 나타난 사람을보며 빗은

어디에 감춰뒀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하며 웃어보고 싶습니다.

 

너무 소중해서 안아 보지도 못하는사랑.

함께 있어도 눈을 서로 마주보지도 못하는사랑.

그 사람의 눈길이 머문 옷깃이 손으로 문지르면 재가되어

바스러지는 사랑.그 사람 눈길이 머문 내 목떨미에 화상이

입을만큼 뜨거운사랑.아직 태울 정열이 남아있을 지금쯤

그런사랑 한번 해 보고싶습니다.

 

이쁜꽃을 사랑하듯이 이쁜 강아지를 사랑하듯이

아이를 사랑하듯이 친구를 사랑하듯이 어째서

남자만 사랑하면 안되는 걸까요.

한방에서 잠자도 난 깊은잠을 잘 잘수있을거 같은데....

 

동지섯달 몰아치는 눈보라처럼 덜컹덜컹 을씨년 스럽게

바람불고 줄기차게 비 옵니다.

비님 오신다고요??

지겹습니다.

빗소리도 사랑했고요.비 맞는것도 좋아했습니다.

아스팔트 위에 그려지는 작은 분수같은 빗방울들 시골

흙마당을 동그랗게 파내려가든 처마끝에 빗물 모두모두

좋아했습니다.

공사장에서 일해야할 장비들이 벌건 우비들을 걸치고

몸을 움추리고 있습니다.

살아가야할 걱정은 잠시 빗물 머금고 피어난 이쁜꽃

이름을 모를때 더 속이 상하고 답답합니다.

 

굽이치는 물결따라 엄마곁에 가서 식당일로 바쁜 엄마를

도와 일주일동안 엄마일을 돕고 돌아왔습니다.

이런명목 저런명목을 달아 챙겨주시고도 일못해 다치고

고생만 하다 가는 딸이 안쓰러워 기어이 주차창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보이시는 엄마 난 엄마가 안쓰러워 눈물이

나는데......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기억이 희미해 질때까지 아기처럼

잠자든 엄마모습이 가여워 또,많이 가슴이 아파야 할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