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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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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끝


BY 선물 2006-07-26

 

우리네 인생을 끝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아주 세세하게 마음의 미세한 떨림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면 과연 저의 생을 끝까지 가게 될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제 나이 마흔 둘, 아마도 인생의 반 토막은 지났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면 행복하기도 했고 불행하기도 하며 그럭저럭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점점 세상이 무서워집니다.

앞날이 두려워집니다.

내게 펼쳐질 삶을 희망으로 포장하며 밝게 채색해보려 하지만 그게 자꾸 꿈만 같습니다.

참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나의 삶인 듯 합니다.

가만히 누워 딱 이대로 멈추었으면 하는 시간들을 종종 만납니다.

정말 하얗게 머리가 지워졌으면 싶은 시간들을 만나면 도망가지도 못하면서 피하려 드는 제 헛발질을 보게 됩니다.

긍정적인 생각이 삶을 바꾼다지요.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고도 하지요.

그러나 전 자꾸 만만하지 않은 세상과 맞닥뜨립니다.

이미 충분히 힘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렇게 힘들게 지난 시간들이 오히려 편안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앞으로 살면서 소소한, 작은 행복들을 맛보기도 하겠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러나 기쁨은, 행복은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꿀 만큼 놀랍게 다가오진 않을 것 같습니다.

미리 기대하면서 조금씩 예견하는 그런 일이 되겠지요.

하지만, 슬픔이나 불행은 아무런 예고 없이 순식간에 찾아와 내 삶을 뿌리째 흔들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 그 아픔을 다시 되돌아볼 때 여유롭게 옛이야기 할 수 있다면 지금 많이 힘들다 해도 얼마든지 견디어 내겠습니다.

그러나 영영 아픔으로 간직될 일들이 내 삶의 끝자락에서 가시처럼 나를 찌르고 할퀸다면 정말 생을 끝까지 가고 싶지 않습니다.

언제나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지금 내가 겪는 아픔이라 생각하며 엄살 부리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은 엄살이 아닐 일들이 충분히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입니다.

제게 일어난 최근의 일들을 통해 절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세상에는 절대로 내 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말할 것도 아니고 보다 겸손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코 나와는 관계없을 것 같은 엄청난 일도 거짓말처럼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세상사입니다.

그렇게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이렇게 체험으로 배워야 했음이 너무도 아픕니다.

그것을 배우고 나니 정말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가난한 마음으로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살다 살다 너무 고단하면 그 때는 어떡해야 할까

사실 그 답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술도 좋겠지요.

노래도 좋겠지요.

눈물의 넋두리도 좋겠지요.


얌전하게 평온하게 고상하게 살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내 몫이 무엇인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우리네 인생 다 그 몫이 따로 있겠지요.


여태까지 점을 한번도 본 적이 없지만 앞으로는 더 그럴 것 같습니다.

미래를 아는 것이 몹시 두렵습니다.

그저 납작하게 엎드려 순명하며 살 수 밖에...


말이 소리가 되어 나가지 못하는, 점점 마음을 안으로 접어놓고 싶은 날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