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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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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BY 혜진엄마 2006-07-16

이 나이에도 비 내리는 날이면
달콤한 감상에  젖어 드는 나,

 

창 너머로 좔좔 쏟아지는  빗소리
어두컴컴한  집안 풍경

 

여름 잠옷에  하얀 양말을 신은 난  (늘 발이 시려서 ..)
빗소리에 마음   덜렁  내 준 덕을 흡족히 돌려 받는다

 

빗소리에 취해 몽롱한 감상에 잠기는  ~~ 중..

....

 

난  정숙하고 우아한 부인이 되어 있고


순결하고  청순한 소녀로 거듭나 있기도 하네

 

 마지막엔 새빨간 입술이 도드라진
요염하고  색 기가 잘잘 흐르는

정열적이고 도발적인 여인까지 ...........흐이 

 

정숙한 아내가 된 내가 비 오는 봉당을 분주히 오가며

식구들 먹거리를 장만한다

머리엔 하얀 수건을 쓰고선


마당 끝 텃밭에서 부추를 썩썩 베어와 

밀가루와 당원을 섞어


되직하게 반죽을 한 뒤 

설설 끓는 채반 위에  한 주먹씩 뚝뚝 뜯어 넣어

푹 뜸들이는  사이,

 

남은 밀가루 살살 밀어 칼국수 해서 

호박 감자 넣어 한 솥 끓여


장맛비에 갈곳 없어 낮잠에 혼을 맡긴 식구들

방방마다 깨워 마루로 나앉게 한 뒤


맛 보다 더 푸짐하게  뜨거운 김을 피워 올리는 칼국수

한 그릇과 

 

푸른색 부추가 휘감긴
쫄깃한 밀가루 떡 양푼 채 상위에 올려주면 

 

평생을 소박한 음식에 길들여져 심성조차
소박 담 백 한 남편의

\"어! 조타!  그것 참, 맛나다! 하는 소리가 두레 상위에 쏟아진다

 

새까맣게 묵은 매운 고추장 한술 국수에 풀고
잘게 다진 청량 고추 한술 푹 퍼 섞으면  

맵고 독해서 눈물이 앞을 가릴텐데


아이 어른 후후 불어가며 잘도 자신다


정숙하고 바지런한 아내들은 이렇게  음식 공양 식구 공양  하며 살까?

(난 못해 봐서 )

 

청초하고 물같이 투명한 순결 무구한 처자가 되어볼까


아무도 사랑해본 적은 없지만
가슴은 사랑을 기다리느라 

 조용할 새 없고

 

그러다  어느 날
어쩌다 참으로 사랑해선 안될 인연을 만나서 사랑에 빠지곤

하지


너무나 순진하고 깨끗한

그 마음 밭에  서로 발을 뻗으려 하다 보니

별 거지 같은 인연이 다 오기도 한다   흑!


비 오는 날 처자는  홀로 가슴아프고 홀로 운다
그 돼먹지 않은 첫사랑 땜에 ..


그리고 세월이  유수같이 흘러 때묻고 거칠어져도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그 시절이 좋았어,  

첫사랑...  서툴고 풋내 나고  경우없고  아팠지만   그래도 ...

 

여자들은  늘 추억을 곱게 포장하는 버릇이 있다
왜 그럴까


사는 게 팍팍할수록 

살아갈수록  못 볼 거

 아니 봐질 거  너무 많이 보고
겪어서 그럴까

 


이젠  늙은이가 되어 버린 나

 


마지막으로 또 되고 싶은 것 있으니   ...

 

요염하고  섹시하고 남자들의
눈길이 자나깨나 내 몸에서 떠나지 않고 

 

매일 내 집 문 앞엔
그 놈들이 놓고 간 꽃다발로 화원을 차릴 정도가

되어 있어야 하고


내 가녀린  손 끝 에 입술한번 대 보는 것이

평생 소원인  남자들이
밤잠을 설치며  새벽까지 내 창가에서

세레나데를  불러주는 

 

그런
섹시 요염 관능 백치미 청순 미 두루 갖춘 

미녀가 되어 있는 나

 

 

내 노라 하는 남정네들이 

눈물 콧물 질질 짜며 내 사랑을 갈구하느라
별 우스꽝스런 작태를 다 벌려도

 


난 도도하고 신비스런

기~~~~~`인 속눈썹을 내려 깐 채 작고 도톰한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쳐다보지도  않을꼬야   흥!

 


그리고 길고 하얀 손을 들어 뺨을 토닥이며 

\"아! 왜! 이렇게  심심해!
난 심심해 죽겠단 말야! 하며 

 

아름다운 눈길에 짜증을 담뿍 담아
내 눈길 닿기만 기다리는 사내들에게  어리광 섞인

앙탈이나 해대고   ~호옹 

 

 

다  해봤다 !


비는 쉼 없이 내리고


감상에 빠져  소설 쓰고  배우가 되어 연기까지 하느라
휴일 아침을 다 써버렸네  

 

에구! 

빗소리 요란한 창 밑에는

어젯밤 식당 알바 하고


벗어 놓은 땀에 절은 몸빼 바지와

윗도리 사이로  낡은 브라자 끈이 삐죽이 빠져나와

횡설수설 게으름 피우는  날더러   심하게  뭬라고
하는 것 같다

 

알았쪄!   일어날 껴! 치~

 

 

................

비 피해 있으신  분들께   어줍잖은 내 감상 글이 죄송하게 여겨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