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도 비 내리는 날이면
달콤한 감상에 젖어 드는 나,
창 너머로 좔좔 쏟아지는 빗소리
어두컴컴한 집안 풍경
여름 잠옷에 하얀 양말을 신은 난 (늘 발이 시려서 ..)
빗소리에 마음 덜렁 내 준 덕을 흡족히 돌려 받는다
빗소리에 취해 몽롱한 감상에 잠기는 ~~ 중..
....
난 정숙하고 우아한 부인이 되어 있고
순결하고 청순한 소녀로 거듭나 있기도 하네
마지막엔 새빨간 입술이 도드라진
요염하고 색 기가 잘잘 흐르는
정열적이고 도발적인 여인까지 ...........흐이
정숙한 아내가 된 내가 비 오는 봉당을 분주히 오가며
식구들 먹거리를 장만한다
머리엔 하얀 수건을 쓰고선
마당 끝 텃밭에서 부추를 썩썩 베어와
밀가루와 당원을 섞어
되직하게 반죽을 한 뒤
설설 끓는 채반 위에 한 주먹씩 뚝뚝 뜯어 넣어
푹 뜸들이는 사이,
남은 밀가루 살살 밀어 칼국수 해서
호박 감자 넣어 한 솥 끓여
장맛비에 갈곳 없어 낮잠에 혼을 맡긴 식구들
방방마다 깨워 마루로 나앉게 한 뒤
맛 보다 더 푸짐하게 뜨거운 김을 피워 올리는 칼국수
한 그릇과
푸른색 부추가 휘감긴
쫄깃한 밀가루 떡 양푼 채 상위에 올려주면
평생을 소박한 음식에 길들여져 심성조차
소박 담 백 한 남편의
\"어! 조타! 그것 참, 맛나다! 하는 소리가 두레 상위에 쏟아진다
새까맣게 묵은 매운 고추장 한술 국수에 풀고
잘게 다진 청량 고추 한술 푹 퍼 섞으면
맵고 독해서 눈물이 앞을 가릴텐데
아이 어른 후후 불어가며 잘도 자신다
정숙하고 바지런한 아내들은 이렇게 음식 공양 식구 공양 하며 살까?
(난 못해 봐서 )
청초하고 물같이 투명한 순결 무구한 처자가 되어볼까
아무도 사랑해본 적은 없지만
가슴은 사랑을 기다리느라
조용할 새 없고
그러다 어느 날
어쩌다 참으로 사랑해선 안될 인연을 만나서 사랑에 빠지곤
하지
너무나 순진하고 깨끗한
그 마음 밭에 서로 발을 뻗으려 하다 보니
별 거지 같은 인연이 다 오기도 한다 흑!
비 오는 날 처자는 홀로 가슴아프고 홀로 운다
그 돼먹지 않은 첫사랑 땜에 ..
그리고 세월이 유수같이 흘러 때묻고 거칠어져도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그 시절이 좋았어,
첫사랑... 서툴고 풋내 나고 경우없고 아팠지만 그래도 ...
여자들은 늘 추억을 곱게 포장하는 버릇이 있다
왜 그럴까
사는 게 팍팍할수록
살아갈수록 못 볼 거
아니 봐질 거 너무 많이 보고
겪어서 그럴까
이젠 늙은이가 되어 버린 나
마지막으로 또 되고 싶은 것 있으니 ...
요염하고 섹시하고 남자들의
눈길이 자나깨나 내 몸에서 떠나지 않고
매일 내 집 문 앞엔
그 놈들이 놓고 간 꽃다발로 화원을 차릴 정도가
되어 있어야 하고
내 가녀린 손 끝 에 입술한번 대 보는 것이
평생 소원인 남자들이
밤잠을 설치며 새벽까지 내 창가에서
세레나데를 불러주는
그런
섹시 요염 관능 백치미 청순 미 두루 갖춘
미녀가 되어 있는 나
내 노라 하는 남정네들이
눈물 콧물 질질 짜며 내 사랑을 갈구하느라
별 우스꽝스런 작태를 다 벌려도
난 도도하고 신비스런
기~~~~~`인 속눈썹을 내려 깐 채 작고 도톰한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쳐다보지도 않을꼬야 흥!
그리고 길고 하얀 손을 들어 뺨을 토닥이며
\"아! 왜! 이렇게 심심해!
난 심심해 죽겠단 말야! 하며
아름다운 눈길에 짜증을 담뿍 담아
내 눈길 닿기만 기다리는 사내들에게 어리광 섞인
앙탈이나 해대고 ~호옹
다 해봤다 !
비는 쉼 없이 내리고
감상에 빠져 소설 쓰고 배우가 되어 연기까지 하느라
휴일 아침을 다 써버렸네
에구!
빗소리 요란한 창 밑에는
어젯밤 식당 알바 하고
벗어 놓은 땀에 절은 몸빼 바지와
윗도리 사이로 낡은 브라자 끈이 삐죽이 빠져나와
횡설수설 게으름 피우는 날더러 심하게 뭬라고
하는 것 같다
알았쪄! 일어날 껴!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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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피해 있으신 분들께 어줍잖은 내 감상 글이 죄송하게 여겨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