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의 난...
반공정신만큼은 무쟈게 투철했다!
길을 걷다가 애국가 소리가 나오면
차렷 자세로 똑바로 서서...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했다.
(역시 초등학교는 좋은데 나오고 볼일이다..킄~^^*)
당시 훈련이라는 건 또 뭐가 그리 많던지..
하여간 안 죽으려고
공교육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다..--;
나의 그 투철한 반공정신은
선생님께서 그 무시무시한 6.25전쟁이야기를
들려줄 때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래서 내 생일이 6.25인가보다..큭
물론 음력이지만서두..)
혹여...또 전쟁이 일어나면 어쩌지..
몸과 달리 애국심만큼은 조숙?했던 나.
다른 친구들 사방치기하고 놀 때
난 외로이 양지 바른 담벼락에 쪼그리고 앉아
나라와 가족 걱정에... 홀로 눈물짓고 있었다. .ㅜㅜ;
이를 어찌할거나..
북한 괴뢰군이 또 쳐들어오면 어쩌지?
그렇게 나라와 가족걱정에 하루 하루 초췌해져가던 난..
드디어 용기를 내어 아버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부지...”
“왜 그러냐..”
“...혹시....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 어케 해요?..--^”
나름대론 무~쟈게 심각한 질문을 아버지에게 물었건만
아버지의 눈빛은 나의 정신 상태를 몹시 걱정하는 눈치였다.
난 이에 굴하지 않고 아버지에게 그럴듯한 제안을 했다.
“저기....지하실에 땅굴...이라도... 파면......-,-;;”
결국 아버지의 심상치 않은 눈빛?에 기죽은 난
땅굴이 어쩌구 저쩌구 귀신 씨나락 까묵는 소리만 하고 나왔다.
그리곤 혼자 그 해답을 찾았다.
역시 난 반공 어린이답다.
‘음....아버지라고 어찌 할 수 없는 일이시지..
가정형편상 땅굴을 팔수 없다면...그려....
시골 외갓집으로 피난 가는겨~..’
그 후 세월이 흘러 내가 중학생이 되었는데도
다행스럽게....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_-^
그제서야 난 나라와 가족 걱정의 짐을 훌훌 벗어던지고
블루오션인 청춘사업에 내 한 몸 기꺼이 불살랐다..캬~ ^^*
그 청춘사업의 결과..
오늘 날 세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하루하루 삶의 전쟁을 치르고 있던 그 어느 날.
한때 시국걱정에 눈물 흘리던
철부지 내 나이와 똑같은 지금의 막내딸이
컴퓨터를 하다 말고 갑자기 내게 쪼르르 달려와
불안한 표정으로 묻는 게 아닌가..
“엄마!”
“왜?”
“하늘에서 돌이 떨어지면 지구는 멸망해?”
인터넷을 열심히 들여다보더니만...
지구멸망이라는 걱정거릴 하나 들고 온 막내 딸..
큰일났다!
근심 어린 질문만큼은 그 누구보다 집요한 녀석인데... --;;
행여 병원에서 가는 날이면
주사가 아프냐는 질문을
집 앞에서부터 시작해서
주사바늘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계속 물어보는 녀석인데....에효~~
지구의 멸망을 묻는 막내의 걱정 어린 질문을
과학적인 설명으로는 녀석의 집요함을 떨칠 수 없을 것 같아
난 급히 피해갈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심호흡 깊게 내쉬고는
막내딸의 눈보다 더 큰 눈을 뜨고는 조용히 이야기 했다.
“지구가 멸망하면 우리는 죽는 거야?
그 돌이 언제 떨어지는 거야?
왜 떨어지는 거야?
어디로 떨어지는 거야?
결국 우린 죽느냐 사느냐...
너 지금 그런 거 물어 보고 싶은 거지?“
딸아이의 예상 질문을
숨도 안 쉬고 얘길 해 주니
순간 할 말 잃은 막내딸..
겸연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럴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걱정마삼~^^”
광대한 질문에 비해 몹시 썰렁한 나의 답변에
잠시 황당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물어보는 딸의 집요함.
“그래도... 떨어지면 어떻게 해?”
“안 떨어져요!..”
“그래도...”
(그럼 그렇지..너가 여기서 포기할 리가 없지..)
“그럼 엄마가 좋은 방법 알려줄까?”
“웅!”
“우산 쓰면 돼~”
“...우산??”
\"웅 우산! 디따 큰 우산 있지? 그거 쓰면 괜찮을 거야...\"
“에이~~그런 게 어딨어~~”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다시 제방으로 들어가는
막내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순간 그 옛날 어린 내 모습을 보는 듯하여
소리 없이 피식 혼자 웃고 말았다.
세대차이군..
내가 딸아이 나이 때는
총칼 든 전쟁을 두려워했는데
지금의 내 아이는
우주공간을 두려워하고 있으니 말이다.
“엄마! 정말 하늘에서 돌이 떨어질까?..”
포기하지 않고 또 방에서 큰소리로 묻는다.
나 역시 큰소리로 대답해 주었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가서 물어 뽀렴! ”
인터넷에서 지구종말이라는 정보의 병을 주었으니
처방도 인터넷에서 알려주리니....
인터넷 검색창이야 말로
게으른 엄마가 해줄 수 있는 명쾌한 해답인 것이다...
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