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우중충하고 습기가 버짐처럼 허옇게 번지는 장마철에
싫어도 좋아도 식당을 개업해야 하는데.
이름짓고 보니 원래 전 간판이 문제였다.
제목도 시골다방이고, 진짜 가보니 시골에서 한 참 외진 읍단위 소재다.
우리는 큰 엄마의 이름을 알고난 후
무조건 막자! 언니로 불러 대었다.
이상한 건 그 당시 테레비에서도 라디오에서도
뭘 몰아내자! 뭘 막자! 또 ~~ 뭘 부숴 버리자며 현수막이 걸리고
거리에서 데모하는데.
뭐 눈에 뭐 밖에 안 보인다고 하더니 우린 모두 언니 이름만 보였다.
떠벌이 아줌마는 이건 횡재 한거다. 시상에 가게 이름 광고 낼려면 월매나 비싼 줄 아냐?
광고 할 때 잽싸게 가게를 열어야 한다며 을러 대었는데
아무래도 김막자 식당은 너무 촌스럽다고 했더니
야! 니 어디 서울에서 상경해가지고 가게 여냐? 지금 우덜이 어디로 가는데.?
하긴 그렇다고 했다.
그래도 고유브랜드를 한 번 선택하면 안 바뀐다고 심사숙고해서 결정한게 식당이 아닌 왜 싸롱으로 됐냐면 이게 다 그 간판이 문제였다.
몰랏을 땐 간판이 그렇게 비싼 줄 몰랐다.
그것도 크기에 따라서 , 전기다마가 달리냐 아니냐에 따라서 가격도 들쑥 날쑥이다.
글자수대로 가격을 받는다고 해서 앞에 성을 빼니 이거 무슨 데모하는 슬로건하고 똑같고
붙이자니 돈을 더 달라고 하고.
큰 엄마와 나를 비롯해서 다섯여자들은 머리가 뱅뱅돌았다.
풍부하게 자기돈을 갖고 식당을 차리는 것도 아니고. 떼인 돈 대신 인수 받은 식당이라 우리는 빈털터리였다. 큰 엄마는 그냥 하자고 하는데 하는김에 제대로 해야 한다고 떠벌이 아줌마는 더 오기가 난다고 시~이벌. 어떤놈은 글자 팔아 돈 벌고 우리는 꼭 밥팔아서 돈 벌끼다 하며 나에게 무슨 수 없겠냐고 눈에 힘 준다.
그런데 마침 구두수선하는 아저씨가 큰 엄마집에 놀러 오셧다. 뭐하냐고 내 커피한 잔 마시러 왔다며 청모자를 벗으며 어깨를 툭툭 털고 들어 오시면서 하시는 말이 무슨 소식 못 들었노? 와예 무신 일이 있어예? 어! 저 구두가게 인제 안한단다.그려서 간판 내려 달라고 하는데. 도와줄 사람 소개해달라고 하는데. 그 소식에 난 번쩍 생각이 난 것이다.
\" 아저씨 제가 도와줄께요. 대신에 그 간판 우리가 써도 되남유?\"
\" 뭐 할려고?\"
\" 아~~ 우리가 가게 냈어요. 그려서 간판이 필요하거던요\"
세명만 모여도 접시가 아니라 동네하나가 절단 나던 시절이다. 못할 게 뭐있고 나쁜 짓 아니면 뭐든지 해낼 여전사들인데, 우리들은 가볍게 간판을 이고지고 간판쟁이한테 갖다 주었다.
그런데 구두가게 이름을 다 지우고 글씨를 코팅할려니 00싸롱이라는 데. 난 왜 구두가게 이름이 싸롱인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 아! 그니께 김막자식당으로 글짜만 바꾸면 간판값은 냅두고 글짜 한개당 얼마여라?\"
간판주인도 어리벙벙한가 보다. 한 떼거리로 몰아 온 여자들이야 그렇다치고. 이름이 김막자라는 말에 웃지도 못하고 어정쩡하니 누가 김막자인디유?
\" 긍께 글자 다섯개면 얼마에 해줄거예유?\"
\" 오만원은 되는디...\"
뭐이 이렇게 비싸냐고 또 가격흥정을 하는데 그 때 내 눈빛에 턱 걸린 한글 \"싸롱\"은 그냥 써먹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아저씨 그냥 김막자만 써줘유.. 그럼 삼만원이면 되쥬... 얼결에 가격을 깍자고 흥정하다 결국 김막자 싸롱은 그렇게 간판을 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