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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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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의 위기..


BY 올리비아 2006-06-21

93년도..

남편을 따라 영국에 간적이 있었드랬는데..


내가 그곳에서 보고 심히 놀란 것은

다름 아닌 호텔 안에 있는 싱글 침대였다.


그 늦은 밤.

호텔방으로 들어온 우리 부부는


침대 위에 있는 여러 기능의 스위치 버튼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이것저것 눌러보는 그 순간.


갑자기 싱글 침대 두 대가 로봇 합체하듯

스르륵 움직이더니 한순간 더블침대 되는 게 아닌가...


버튼을 누르면 떨어지고

다시 누르면 붙어버리는 싱글침대의 마술..


허거걱~~~

참말로 놀라웠다..


긍께 서로 볼일? 볼 땐 이리 합체 하고

잠을 잘 때는 각자 편안하게 자라?...


딱 내 스타일이네..

이거 너무 좋다! 우와 신기하다..신기해!!


밤새 스위치 장난을 하던 그날 밤...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그 침대...


그로부터 13년 후..

 

난 지금 안방마님이 되어 있고

남편은 마당쇠가 되어 있다.


냉한 체질인 나.

열이 많은 남편.


잠자리에 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나에 비해

남편은 누웠다 하면 바로 코를 곤다.


예전엔 코를 안 골았는데...

나이를 먹긴 먹었나보다..

불땅한 마당쇠..흑흑..


그렇다고 내가 잠들 때 까지

코골지 말고 기다리라고 할 수도 없는 일..


잠자리 예민한 거와 함께 결정적으로

한 여름에도 옥장판을 틀어놓고 잘 정도로

난 냉혈한?이다...ㅡ.-;


그에 비해 남편은 한겨울에도

덥다고 하는 화끈남  쌔끈남이다.

 

(화끈남 새끈남.. 이거 내가 사이버 폴리스할 때

경고 주던 단언데..하하..)


사람들은 말한다.

부부지간에 아무리 싸우더라도

잠자리는 반드시 같이 자야 한다고..


붙어 잔다고

없는 애정이 샘솟는 것도 아니고,

(물론 샘솟는 분도 계시리라..^^*)


떨어져 잔다고

있는 애정이 식는 건 아니라는 ..내 생각이다.


부부란 같이 잠을 자야지...

수학공식인줄 잘 알지만


어찌하리오...

나이를 먹으니 예전처럼

마음과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그렇다고 평생 안방마님과 마당쇠로 살겠다..

뭐 그런 건 아니니 님들의 걱정스런 눈빛일랑

거둬 두시옵소서..... ^^;;


가끔 아이들이 묻는다.


“엄마~ 아빠 왜 맨날 거실에서 자?”

“아빠가 권태긴 가봐~..”


그러면 애들이 뭘 안다고 빙그시 웃는다.


지금도 난 혼자 그 넓은 침대에서

보라돌이처럼 뒹굴 거리며 잘도 잔다.


뭐..가끔 자다보면 영양가? 없이

막내딸이 와서 자기도 하고..

둘째딸이 와서 자기도 하더라.....ㅡㅡ;


야행성인 우리부부..

거실에서 밤늦게 같이 티븰 보다가

 

잘자~하고 내가 먼저 안방으로 들어오면

밖에서 들여오는 티브 소리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시간이 두시인데..아직도 안자는 남편..

올빼미다..*,*


그러면 거실을 향해

큰소리로 1단계 경고를 한다.


“텝비 음 줄여!!”

“으응~ ”


그래도.. 잠이 안 온다.

그럼 다시 2단계 경고를 한다..


“테비 꺼!!  불빛 들어와!”

“야 문 꼭 닫어!”


“싫어~~ 무~셔!!\"

“......가지가지하네”

 

\"ㅡ,ㅡ;;\"


ㅎㅎㅎㅎ

그래도 가끔은 마당쇠가 필요할 때가 있다..

 

비바람과 함께 천둥 번개가 심하게 친다거나

아님 무서운 내용의 티브를 본다든가 하는 날은

혼자 자기 정말 무섭다...


그래서 가끔 함께 자려하면

남편의 코고는 소리에 뒤척여야만 했고

남편의 예고없는 방구 소리에 무쟈게 놀라기도 한다.


“앗 깜딱이야!..아띠..놀랬잖아!!”


자다가 놀란 나를 보고

방구 낀 남편도 웃고

옆방의 딸들도 키득키득 웃는다.


우리가 이렇게 별거 아닌 별거가

이루어진 시기는 ...

어언 2년 전 한 여름이었으리라..


거실에 에어컨을 틀어놓고

잠을 자기 시작하던 몹시 더웠던 그 해 여름.


시원함과 자유를 만끽하며 잠을 자던 남편은

거실에서 잘 때마다 공기가 시원해서 좋다는 말로

나를 거실로 미꾸라지 몰듯 유인하려 애썼다.


한 여름 밤 이부자리 거실에다가 좍 펼치더니

애들하고 뒹굴 거리며 온가족이 함께 자자고도 했다.


좋지...

아이들과 함께 뒹굴면서 자면 정서적으로도 좋고..

우리 어릴 때 시절이 떠 올라서도 좋고... ^^


하지만..좋은 것도 잠시..

맨바닥에서 자기에는 내 허리상태가 너무 안 좋다.

(우리 집안 내력이 허리상태가 좀 그렇다..)


아~~좋타~~하고 누운 지 십여분..

딱딱하고.. 차갑고...

 

에구구~ 허리야~ 안되겠네~~하며

꼬부랑 할머니 마냥 부시시 일어나

 

안방의 푹신한 침대로 홀연히 사라져서

자야만 하는 난.. 참말로.. 못된 몸이다...ㅜㅜ;


그렇게 한 여름밤의 자유를 만끽한 남편은

지금까지도 안방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거실을 외롭게 지키는 마당쇠가 되었고,


난 어두컴컴한 안방의 국모가 되었다는

차마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슬픈 얘기다.


그래도 벽하나 사이에 떨어져 잔다고...

뭐 ...심각하게 생각할건 없다 뭐...

통? 할건... 다 통하느니.... *^^*


그리곤 나름대로 계획도 세웠다.

어떻게?...


안방에 싱글 침대 두 대를 나란히 넣는 거다.


그리고 가운데 협탁 위에는

물이 졸졸 흐르는 예쁜 조명등도 올려두고

마주보고 이야기도 하고.. 책도 보고..


좋겠지?..

좋겠다!.^^


지금 이와 같이 꾸미기에는

이곳 안방 구조가 너무 협소한 관계로

우린 좀 더 별거 아닌 별거를 한 후

언젠가는 그리 꾸며 볼까 계획 중이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합방의 위기까진 아니어도

각방의 위기라도 면해보기로 하자...

 

-위기는 기회다.-^^*

 

.................

 

 

도영님의 합방의 위기를 보고

아컴의 아줌마들의 침실 상태를 점검코저

이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