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운전시절이였어요.
운전면허 취득한 다음날 바로 장에 나갔습니다.
호구지책으로 급하게 땄기에 운전연수고 뭐고 없었어요.
슬금슬금 기어다니다시피 했던 며칠이 지났어요.
심각한 길치였던 나는 장에 가는 길을 잃을까싶어 어깨에 힘을 팍주고 눈 크게뜨고 숨도 가끔씩만(?) 쉬면서
차에 앉아 앞만보고 달렸어요.
도심지와 시골길의 접경이였습니다.
차들이 드문드문 헐렁해지고 달리던 차들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지요.
손에 땀을 쥐며 열심히 달리는데도 뒤따라오던 차들이 쌩쌩 앞서나갔습니다.
기아를 바꾸니 어느정도 탄력이 붙기시작했어요.
탄력이 붙자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어, 나도 할 수 있습니다. 그까짓거 못할 거 없지요.
그래도 뒤처지니 나를 앞서가는 차들이 경적을 울리고 지나갔습니다.
나도 달릴 수 있다 내가 못갈 줄 아느냐 하는 마음이 들어 악세레더를 더 세게 밟아댔지요.
그래서인지 내가 달리기 시작하니 앞서가던 차들이 한대, 두대 뒤쳐지기 시작했어요.
우하하하하
운전석에 앉아있는 내가 그리 대견할 수가 없었지요.
백밀러를 보니 나를 앞서가던 차들이 저만치 뒤따라오고 있었어요.
<어험, 으쓱으쓱 까불고있어>
내리막 언덕길이라 악세레이터를 밟지 않아도 속도감이 붙어 더빠르게 앞으로 나가더라구요.
선글라스를 끼었더라면 더 멋졌을건데...하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운전을 하지 않았을때는 하얀장갑을 착용하고 까만 썬그라스를 끼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운전을 하는 여자를 보면 그리 멋져보였었거든요.
아침햇살은 그지없이 찬란했습니다.
언덕길을 내달릴 때는 햇살도 나의 이 멋진 운전솜씨에 박수를 보내는건지
내가 지나가는 길목에서는 유난히 반짝거리는것도 같았습니다.
똥차라고 우습게 봤지...뭐 그거였어요.
봐라 내가 얼마나 잘 달리냐...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큰일날것 같았던 긴장했던 몸을 비로서 움직여보았습니다.
꼭 다물고 있던 입술도 달삭거려 보았구요.
어깨도 폈습니다.
운전 그까이꺼...너무 겁먹은게 문제였어요.나도 달릴 줄 압니다.
어디선가 숨어있던 햇빛이 다시 한번 반짝 거렸어요.
그 기분이라니...후와~
뒤처지던 차들이 다시 속도를 붙이며 따라왔습니다.
나혼자 생각합니다.
그래, 열받았겠지.
자기네 차들이 훨씬 더 좋은데 오래된 낡은차가 앞질러 달리니 열받았겠지. 나라도 열받지. 암만...하하하하
좀 전의 승리감과 속도감을 만끽했으니 이제 천천히 가자.
내가 천천히 가니 앞서가던 차들이 다시 속도를 늦춥니다.
이때 내 실력을 다시 한번 발휘해야겠어요.
저는 다시 달리기 시작합니다. 또다시 모든 차들을 물리치고 앞서갑니다..
오늘 집에 가면 차 뒤에 붙인 초보운전포스터를 일주일만에 떼어버리리라. 으흐흐흐
산천은 푸르렀습니다.
양쪽 차창문을 여니 초록바람이 가슴을 씻어냅니다.
내 앞엔 승리의 깃발이 펄럭이는 것 같았습니다.
뒤따라 오던 차들이 다시 따라붙었어요. 그래 붙어라...나는 간다.
그때 바로 내 뒤를 따라오던 트럭이 내차를 앞지르더니 비상등을 켜며 속도를 늦춥니다.
어라~ 방해한다 그거지요. 나는 다시 앞지릅니다.
그 트럭이 다시 앞섭니다.
한번 해보겠다 그거지요?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 서너번 했을거예요.
차창문이 열리더니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어요.
차를 세우라는 것 같았는데 그렇다고 덜컥 세울수도없고...
다시 앞서가는 내쪽을 향해 뭐라 소리칩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아님 내가 운전을 너무 잘해서나 그러나? >
언뜻 보니 험하게 생기지는 않았고 옆자리에 누군가 앉아있는 것 같아 경계를 풀고 차를 세웠습니다.
남자가 운전석에서 내려 다가옵니다.
\"아주머니 운전한지 며칠 안됐지요?\"
\"....왜 그러시는데요?\"
\"속도위반카메라가 달려있을때마다 왜 그렇게 빨리달려요?
다른차들이 천천히 가면 천천히 가야지... 아줌마. 내가 뒤따라 왔는데 세번이나 찍혔어요.\"
\"네?\"
\"반짝하고 찍히는 거 못봤어요?\"
\"네?\"
그럼 하늘에서 반짝 거렸던게 속도위반으로 찍힌 불빛이였단 말이지요...으헉
얼굴을 들 수가 없었어요.
그 트럭이 나를 세웠던 것은 그런 사연이였던 거예요.
흑~!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창피해서 얼굴이 얼마나 붉어지는지...
설마 저같은 숙맥은 단 한분도 안계시겠지요.
<지금은 저 사람됐습니다.>
재미있는 글 좀 올려보려고 했는데
우째 쓰다보면 늘 안타까운게...#$%^&*
별걸 다 이야기해요.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