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동생분이 돌아가셨다
일년여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다.
칠십이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하셨다.
우리아버님도 현재 삼년째 치매를 앓고 계신다.
우리 아버님과는 보름 차이로 태어난 동생분이시다.
물론 엄마가 다르다
본 부인이던 할머니가 딸만 계속 낳자 아들을 보고 싶던
할아버님이 둘째부인을 얻어 아들을 보았는데 어찌된
셈인지 본부인이던 할머님이 둘째부인보다 보름먼저
아들을 낳았다..
그 본부인의 아들이 바로 우리 아버님이다
둘째 부인의 아들인 동생분은 말을 못하신다.
그래서 살던 시골을 떠나지 않고 그곳에서 천덕꾸러기로
사셨는데 우리 아버님이 먼저 결혼을 하여 살때 어머님께서
중매를 서서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말을 못하시니
오래 못살고 여자들이 자꾸 나가버려 지금의 작은 어머님이
아들하나 데리고 살러 와서 지금껏 사신 것이다.
작은 아버님은 말을 못하는 장애를 갖고계신 대신에 일생을
성실함으로 일관되게 살았다.
더이상의 자식도 두지 않으신채 자신의 호적에 올려 친자식처럼
세가족이 살았고, 아들도 친아버지로 여기고, 그냥 보통의
가족처럼 살았다.
우리 아버님..
어머님과의 불화로 자식들 모두 버리고 아이들이 다섯이나 딸린
과부와 살림을 차렸다.
어머님이 찾아올까봐 골짜기 동네에 꼭꼭 숨어서 살았다.
그래서 그 자식들 모두 공부 시키고 시집장가까지 보냈다.
그러던 것이 삼년전 어느날 병원에 입원하셨으니 한번 다녀가라는
연락이 왔다.
갑자기 풍을 맞아 쓰러지신 것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을 방문하자 함께사는 그 여자분이 아주
반갑게 맞아 주셨다.
남편이 아버님 보청기와 휠체어를 사가지고 찾아뵈었기 때문일까
형님에겐 불만만 잔뜩 얘기한다고 하더니~
아버님을 우릴보자 눈물만 흘리셨다.
평소에도 말수가 적어 일생 몇마디 안하고 사신것 같았는데
남편을, 며늘과 손주를 보자 눈물만 흘리고 허공만 바라보셨다.
남편을 슬쩍 훔쳐보니 담담한 표정이다.
아니 슬쩍 외면을 하는 표정이다.
휠체어에 태워 밖으로 모시고 나왔다.
남편이 그여자분과 함께 있기 싫었던 것이다.
옛날에 버림받았던 건 다 그 여자때문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엄마에 세뇌 당한 탓도 있으리라.
집으로 오는길에
\" 아버지 만나니 기분이 어땠어~\"
하고 물었다.
\"그냥~ 좋고 싫고 하는 감정이 없어~ 그냥 벽속의 사진에 있는
아버지를 보는 것처럼 아무 느낌이 없어~ 그냥 남들이 아버지께
이렇게 한다고 들었으니까 하는것 뿐이야~\"
담담하게 이렇게 말한다
진심은 아닐거라고 그렇게 나혼자 생각했다.
아니 그게 진심이었을 거라고 나는 또 생각했다.
어차피 가족이라는건 서로 맨날 보고 싸우고 웃고 떠들고 그런것
아니었던가.
핏줄만 이어졌다면 이십년이고 삼십년이고 헤어져 살았고
본인들의 의지대로 그리했다면 이미 가족이 아닌것이 아닌가?
난 그렇게 생각한다.
남들은 물론 아니라고 한다 ~ 그래도 끝까지 피가 섞인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는 거라고 한다~
그것참 편리한 법이다~~시앗들에겐~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
참 고요하고 이상했다.
돌아가신 작은 아버님의 부인과 데리고 들어온 아들 그 두사람이
단촐하게 상주가 되었고, 남편 형제들이 모여 상주 노릇을 하지만
아버님과의 관계 때문에 조심스럽다.
평소에 거의 왕래가 없던 사람들, 할머님 제사를 각자의 후손이
따로 재내다 보니 만날일도 거의 없는 상주들과 친척들,
거의 몇년만에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고모님들도 고령에도 불구하고 참석하셨는데 배다른
누이들이니 그자리가 물론 조심스럽다.
이렇듯 복잡한 가족사에 얽혀 이상한 분위기의 장례식은 고요히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