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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름 짜기의 미학


BY 불토끼 2006-06-07

여드름짜기의 미학

우리 부부는 결혼 6년차. 언제부턴가 슬금슬금 밤일의 횟수가 줄어들더니 이제는 손만잡고 자는 날이 대부분이 되었다. 함께 살수록 서로가 이성이 아니라 형제간으로 느껴지니 우리는 어느덧 그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전혀 슬프지 않다. 이런 관계는 이런 관계대로 사는 맛이 있는 법이니까.

그 예로 나는 밤일 못지않게 즐거우면서도 진을 빼지 않고 할 수 있는 놀이를 하나 발견했다. 이름하여 ‘여드름짜기’.

행복하여라!
우리 남편은 다행히도 젊은 날의 왕성한 정액만큼이나 많은 수의 여드름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면 볼톡 솟아난 노란 것, 거무스럼하게 잠겨있는 단단한 것, 크기만 컷지 내실없는 빨간 것 등 30대 중반치고 여러종류의 여드름이 분포해 있다. 그 여드름들은 내 애정표현을 기다리며 그의 넓은 등짝에, 이마에, 양볼에 그리고 궁둥이에 분포해있다.

여동생과 누나없이 아들형제중 장남으로 큰 우리 남편은 첨엔 내가 자기 몸에난 여드름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무척 난감해했다. 그러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자 짐짓 못이기는 척 그의 여드름들을 내게 맡기더니 어느날 부턴가는 그 행위를 즐기기 시작, 결국 여드름짜기에 아주 협조적으로 변했다. 예를 들어, 엉덩이 여드름을 짤때면 엉덩이를 오리처럼 볼록 내밀어 살들을 팽팽하게 당겨준다든가...(185센티, 85킬로의 미련한 남자가 여드름 짤때만 고렇게 엉덩이를 볼록 내민다)

그러더니 오늘 아침엔 이렇게까지 말하는 거였다.

‘나는 자기가 내 등짝에 난 여드름을 발견하고서 ’어머‘하고 소리칠때가 참 기뻐!’

자기표현을 잘 안하는 남자가 이렇게까지 말하는걸 보면 기쁘긴 기쁜 모양이다. 하긴 그런 얘길 들으니 놀부심보인지 여드름짜기의 즐거움이 좀 삭감되는 듯 하지만. 여하튼 남이 보기에 허접쓰레한 이 행위는 우리에게 있어 섹스못지 않은 중대한 애정표현이 되었다.

여기 또한가지의 애정표현을 소개하자면 여드름짜기와 같은 선상에 귀지파기가 있다.

귀지파기는 또 얼마나 행복한가?
공일날, 햇빛이 찬란히 거실을 비춰주면 나는 남편의 귀를 들여다 보고싶은 욕망이 생긴다. 거실 소파에 앉아 남편 머리를 내 무릎에 얹고 엄마가 내개 해줬던 것처럼 남편의 귀를 파준다. 보드라운 귀후비게용 솜방망이로 살살 돌려가며 돌돌돌...

큰놈으로 하나를 발견하면 호들갑을 떨며,

‘인디안밥 만한게 잡혔어!’

하고 입을 모아 감탄하고 혹여 귀지가 없더라도,

‘어휴, 당신귀엔 늘 웬 귀지가 이렇게 많아?’

하고 말해준다. 그래야만 귀를 맡긴 사람이 우쭐해 하니까. 혹시 귀를 맡긴 사람의 귀구멍이 작아 안이 잘 안보이더라도 불평은 절대 금물이다. 그런 불평들은 귀지파기의 즐거움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여드름짜기, 귀지파기, 코털자르기, 이잡기(아쉽게도 소멸됐지만) 등은 섹스못지 않은 부부생활의 즐거움이다.(정말로 황송하다. 이런 지저분한 이야기를 꺼내서. 입맛을 잃으신 언니들 제발 비추천은 클릭하지 말았으면...)

부부관계가 소원하신가?
그럼 이중 적성에 맞는 것을 골라 한번 실천해 보시라.
사랑받는 길, 알고보면 간단하다.

부부관계가 활발하신가?
그럼 뭐......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