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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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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일기(행운 그리고 행복)


BY 개망초꽃 2006-06-05

\"생각 나~안~다. 그 오솔길

그대와 둘이서 꽃반지 끼고~~~ \"


토끼풀이 잔디밭에 잔디로 산다.

토끼들이 잘 먹어 토끼풀이라 하고

유럽에서 목장의 목초로 쓰기 위해 들여 온 것이 널리 퍼져

귀화식물로 아일랜드의 국화라고 한다.

이맘때부터 가을까지 너무 흔해서 그냥 스치기 쉬운 꽃이지만 어릴 적 추억부터

처녀시절까지 토끼풀 꽃처럼 불쑥 추억이 올라오는 꽃이기도 하다.

네잎클로버를 찾는다고 이 것만 보면 목적지를 잠시 미뤄두고 풀밭을 기어 다니던 기억.

사귀던 남자가 오랑캐꽃 반지가 시들면 토끼풀꽃으로 손가락에 맞춰주던 반지,

풀꽃에 어린 추억은 소녀처럼 설레게 만들고

풋사랑처럼 싸릿한 풀냄새가 난다.


개그맨 김제동의 어록에 이런 말이 있단다.

‘사람들은 행운을 잡으려고 많은 행복을 버린다’ 라고.

세잎클로버는 행복, 네잎 클러버는 행운이라고 한다.

우리는 가까이 있는 행복은 모르고 행운만 찾아 오늘도 헤매고 있지나 않나?


나폴레옹이 전쟁 중에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잎을 따려고 고개를 숙이다가

총알이 스쳐 살아났다고 한다.

그때부터 네잎클로버가 행운을 준다고 믿게 되었다.

\'세상의 이런 일\'이라는 티비 프로에서 늙을만큼 늙어버린 부부가

행운을  찾기 위해 토끼풀 밭에서 산다는 사연을 접하기도 했다.


네잎클로버만 보면 첫사랑이 보낸 편지가 아삼삼하게 떠오른다.

날 그리워하며 네잎클로버를 찾고 말려서 편지지에 붙여 보냈던 그 해

첫사랑은 내게 고개 숙여 사랑의 운을 띄웠지만 나는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다.

거져주는 행운도 상대방이 받아야 그것이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다.

사람에겐 세상에 살면서 세 번의 큰 행운이 온다고 한다.

그 한번의 기회가 첫사랑이었던 것 같다.

그랬으니까 내 결혼은 불행으로 끝났지 않았을까?

뭐, 지난일 생각하면 무엇하리만은.


두 번째 행운은 누구였는지 무엇이었는지 모른다.

사실 찾아온 행운이 이거구나 하고 알면 기를 쓰고 안 잡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만은

결혼생활을 이어가기도 힘겨웠던 나는 행운이고 행복이고 눈앞은 항상 어두운 밤길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네잎클로버의 행운보다는 세잎클로버의 행복을 찾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카페앞 잔디밭엔 토끼풀이 잔디랑 함께 살고 있다.

오글오글 피는 토끼풀꽃을 보면 하얀 새끼 토끼를 닮았다.

세잎의 풀과 꽃을 길게 뽑아서 카페 테이블마다 꽂아 놓으면

들꽃 중에 제일 오랫동안 싱그럽고 예쁘다.

들꽃은 꺾으면 금방 시들고 꽃병에서 오래 버티질 못하는데

토끼풀은 고개를 바짝 들고 눈을 반짝이며 손님들을 쳐다본다.

손님 중에 꽃에 관심이 있으면 한마디씩 칭찬을 한다.

“토끼풀을 이렇게 꽂아 놓으니, 너 참 예쁘구나.”


카페를 하는 친구는 일주일 전에 나를 부르더니 낮에 카페 문을 닫고 밤장사만 한다고 했다.

나는 우산도 없이 갑자기 들이치는 소낙비를 만난 것처럼 남의 집 처마 밑에 그대로 서 있는 꼴이었다.

하늘을 원망하기 보다는 일기예보를 보지 못한 내 탓으로 돌려야 했다.

그 자리에서 한 컵의 물을 한 모금씩 천천히 마시며

저녁바람에 살랑거리는 목련나무를 보았다.

나무는 그 자리에서 사람이 움직여 주지 않으면 평생을 산다.

얼어 죽을지도 모르는 겨울을 스스로 견뎌야 하고

갑자기 내리는 소낙비도 한자리에서 고스란히 젖으며 나무는 씩씩하게 산다.

카페를 시작할 때는 목련나무 꽃망울은 새끼손가락만 했다.

열흘쯤 지나 하얀 살을 부끄러운 듯 내 놓더니

스무날 밤을 보낸 후엔 치마를 훌러덩 올려 연애를 시작했다.

사랑은 떠나고 나무는 홀로 여름을 맞고 있는 것일까?

나는 다른 생각으로 돌리려 애를 썼다.


\"두 달 동안 꽃을 정성껏 가꿨어, 그걸 아니?\"

\"나도 알아.\"

\"가을이면 코스모스 꽃이 산들거릴 텐데, 아깝지 않니?\"

\"나도 아까워. 그러니까 네가 낮장사하고 싶으면 해. 한 달에 이십만 원만 내고.\"

커피 팔아 한 달 매출이 오십만 원도 안 되는데 이십만 원을 내라고 한다.

꽃 키워주고 청소하고 술설거지도 내 차지고 월급만큼은 노동을 했는데

내 월급 주기가 아까워 그만 두던지 돈을 내면서 낮에 일하던지 하란다.

공짜로 하라고 해도 한 달 내 인건비가 안 나오는데.

그냥 하라고 해야 옳은 거 아닌가?

낮에 장사를 하면 꽃키워주고 청소해 주고 뒷설거지 해야 할 텐데…….

아무 말도 안했다.

창밖에 흔들리는 꽃을 보았고, 혼자 크는 나무만 보다가 퇴근을 했다.


일주일 동안 잠을 자면서도 정신은 깨어 있었다.

꽃에게 물을 주면서 나 없으면 목말라 죽을걸 생각하니 서러움이 울컥 나왔다.

내 시간은 울컥이며 머물러 있는데

잔디밭 토끼풀은 잎만 기어 다니더니 꽃이 팝콘처럼 부풀어 튕겨져 나왔다.


그 순간은 살고 싶지 않다가도

시간이 흐르고 흐르다보면 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게 마련이다.

오늘 내 시간은 흐르고 있지 않지만

토끼풀은 흐르고 있는 시간이다.

나는 오늘도 토끼풀꽃을 뽑아서 카페 테이블 작은 꽃병에 꽂아 놓는다.


내게 행운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행운은 다 소멸되고 고된 세월만 남아 있다해도

없는 걸 찾아 기웃거리기보다는 행복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토끼풀처럼 기어다니는 삶도 아름답고 끈질기지 않는가.

나는 풀꽃에게 또 하나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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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제목을 붙혀주시면 감사.^^

다시 정리해서 공모전에 내볼까해요.

다른님들은 글 제목을 잘 붙히던데...난..영...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