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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외의 남자가 내 가슴에 와 앉던 시절


BY 혜진엄마 2006-06-02

안개가 자욱한 아침이다

 

바닷가 근처에 사는지라  안개는 늘  끼고 살지만
샛바람이라는 매운 바닷바람이 

여름이 푹 ~ 익기 전까진 심심찮게 불어와


옷가지 경망스럽게  입고 나대다간
한여름에도  콧물을 달고 살아야 한다

.....................

며칠을 
남 보다 못한 인연들을 끄집어내어
요절 박살을  내고 보니   우째 이 심사도 과히 썩 
편치 못함이라

 

그래서  맨 밑 칸에 조르르~~달려 있는 사랑 칸을  쑥 빼보자
 
안방 창으로 내다보니  안개로 온 동네가 부옇게  묻혀있어
이 시간 이곳엔 사람이라곤
나말고는 없는 것 같은, 

 

적막과 같은  달콤한 외로움이 콕콕 쑤셔대니
요럴 땐   사랑 얘기가 딱 맞춤일 것 같아서 말야

....
일에 미치고 자식에 미치고  먹고사는데  온 정열을 바치다보니
내 나이  서른 중반을 넘기네

 

어느 날 한 남자가 보이더라  첫눈에


세상에 저런 남자도 있었구나! 하는 느낌이 벼락치듯  가슴을 치고 가는데
정신을 팽 ! 놓을 뻔하게 잘 생겼더라 

 

당시 내가 일하던 곳은
낮엔 밥과 국을 팔고  

 

 밤 되면  술과 여자를  파는
대폿집이라고 해야 하나  뭐 큰 술집도 못되고  그저   좀 그런 곳.

 

그곳서 내 하는 일은 
낮에는 식당 밥 설거지 청소 써빙 

반찬거리 다듬기 등이고


밤에는  작부들 뒤치다꺼리에  안주 장만해 주는
주방 이모 역할

 

보수도 괜찮았고  당시 아이들은 시집 안간 막내 동생이
봐주었으니 

난 삼일에 한번 들려 먹을 걸 사다 나르기만 하면  되었다

 

처음엔  작부들이 나보다 나이도 많고
입도 몸짓도  거칠기 짝이 없고  

 

 열어 젖혀놓고 사는  그 삶의 방식이
역겨워

돈이고 뭐고  그만두고 싶었지만  


멸치같이 바싹 마른 주인 할매가  참 인정스럽고  자상하게도
우리 애들까지 챙겨주는데 그만 눌러 앉게 된 것이 

일년을 훌쩍 넘도록 있게 된 곳이다

 

 

각설하고 ..


최 사장 ..그 집 단골 손님
낮에는 밥 단골.. (주로 보신 탕 단골)


밤에는  인근 면서기들과  우르르 몰려와  늙은 작부들
동냥자루같이 후줄근한 젖통이나 주물러대며 매상 올려주는 
술 단골  손님.

 

그 집에선 무시 못할 손님이다
그 사내를 내 혼자 멋대로  내 맘에 들어 앉힌 것이다


뭐가 그리 멋져 뵈던지  

그 사내만 보면 가슴은 디딜방아도  아닌
기계방아처럼  빠르게 콩,콩,콩 ,,,,,숨 넘어 갈 듯  뜀박질 해대는데..

에휴~~~!

 

또 속담이다
옛말에  이십 과부는 살아도
사십 과부는 못산다 했다

 

내 몸이 남자 생각이 나던 시기였나보다


종일 식당 일에 종종대다  

주인 영감 밥 대령하고 


 방방이  널브러져 자는  작부들 두들겨 깨워

아침 겸, 점심 겸 저녁 겸 몽땅~ 한꺼번에 우겨 넣도록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주고 나면 

어느덧 밤 장사 시작을 알리는
어둠이 음탕?하게 웃으며 가게 문지방위로  남~실 올라선다

 

처음엔 너무 지쳐 술손님이 오던 말던 앞치마 바람으로
머리카락 흩트리며 마루 끝에 모로 누워  잠에 빠지기도 했다

 

그때 술 마시러 온 최 사장 일행들 중 몇이 
마루에 올라서다  웅크리고 자는 날 허리까지 굽혀서  살피더니


\"야이 가스나들아!
\"이 불쌍한 아를 와 이리 부려 먹었노  하며 방을 향해 소리치는 바람에
벌떡 일어난 적도  몇 번 있었다

 

그 땐 그저 일주일 치 돈만 받으면  어서 아이들 먹을 거 사들고
집으로 가서 하룻밤 자고 오는 날만

고대하며 살던 때 였다

 

언제부터  그 사람 오는 시간만  기다렸을까?


종일 식당 일에 치여

튀어나온 입술이 더 튀어나와
다물어지지도  않을 만큼  입에서 단내가 났건만


그 사람이 문지방을 넘어서는 모습만  봤다 하면
 눈에서  번쩍 광채가 나고


  늘어졌던 뼈마디 마디가 째깍째깍 아귀 맞추어 지는 소리 조차

다 들릴 정도로  가슴이 요동을 치니  그 해괴망측한 현상을 뭐라고 하는지 ..

 

짝사랑 ..


연지 곤지 찍어 앵두 같은 입술을 한  (난 입술에 병적인 열등감이 있다 )
 색시들이 하나씩 팔을 채어 잡고 술 방으로 들어가 버리면


술청마루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는 건 나뿐이지만 
  방문 밖으로 새나오는 그 사람의 목소리만 골라 들어도 
무엇이  그리 행복했던지 ..

 

최 사장... 사십대  건장한 체구
구렛나루가  멋지고  남자답고 

목소리도  굵고 눈길도 따스하고  스치고 지나가는 체취도 기막히고   흠흠..


짝사랑 병에 걸려 훔쳐보는 네게 뭔들 안 멋있었을까만  우쨌든   암튼..

 

간혹 점심 시간에 손님과 오면

\"힘들지요,  내 밥 다 먹을 때까지 거기 앉아서 좀 쉬소  하던 ..


밤에 색시들과  노닥거리다  화장실이 급해 나오다
술청에 시름없이 앉아 있는 날 물끄러미 건네다 보곤
볼일 다보고 들어와선  


\"니 혼자 심심해 우짜노? 우리 캉 놀래?  그건 안 되제 그쟈.
\"자 이거 받으래이  하며 만원짜리 두 장을 주던,

 

처음엔 나 같은 것에게  왜? 하던 것이
다정한 말과  몇 푼의 지폐까지  쥐어주며 정있게  대해주니 
어찌  사람이 아니 멋져 보이랴   

 

그   귀하디 귀했던  정없는   내 삶에서 말이다  

 

그 사람 눈엔  노동으로  새까맣게 말라 오그라진 여자
광대뼈가 솟구치고 피곤으로  늘 흐리멍텅한 모습의 여자

 이빨이 튀어나와 디즈니랜드 만화에 나오는 도널드 덕같이 입이 튀어나온 여자

 

첨엔
추하게 봤지만 

그 집에 오래있어 자주 보다 보니 연민의 정으로 

그리 대해줬던 것 뿐 인데 

천치같은 내가  그런 그를 못 견디게 사랑하고 만 것이다

 

이틀에 한번, 하루에 한번, 

낮에는 밥
저녁에는 접대 술 


나이 들어서 어딜 못 가고 그 집에서 오래 일해온
작부 서넛이 모여 앉아 

저녁 술 손님 얘길 하는 걸 들었는데


단골 손님 중

최 사장은 아주 까다롭고  거만하고
성질도 더러워서  곁에 가기 싫다고했다 


자기들을 마구 험하게 다루고  말도  몸서리치게
경멸조로 내 뱉고 그리 괴롭혀 놓고도 팁이라곤 십원 한 장 주는 꼴을 못 본다는 것이다

 

그 언니 말인 즉  

최 사장이란 작자는  이 집 주인이 편하고 좋으니

자주 오기 만만하여 오지


또 저희들이  늙어 퇴물 짝 신세이니  

손님 데리고 와 지 성질 나는 데로
스트레스나  풀고 가면서 어느 색시 맘에 두고  저리 오는 건 아니라며
자조 섞인 한숨과 함께 담배를 문다

 

아! 그 말에 왜 내 가슴은 그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넘쳐
존경으로까지 치달았을까

 

..그 분은 나에게 너무 자상해 
그 분은 나에게 늘 따뜻한 눈길을 주고

가끔 내  아이들 뭐라도 사다주라고  돈도 이 만원씩이나  준단다

 

난 그 자리에서  이렇게 자랑하고픈 걸 참느라  몹시도 힘들었다

 

먹고살기 바빠 뼈에 가죽만 붙은 내 몰골은 생각도  않고
난 그저 

 

황량한 내 가슴에 자식일랑 잠시  밀쳐 놓고   자리 하나 만들어  
  그 사내를 들어 앉히느라   고된  세월 잠시 잠깐   잊고 있었으니 ..

 

참담했던 그래서  잊혀지지 않던  내 짝사랑 첫 페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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