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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14

싸우지 맙시다.


BY 올리비아 2006-05-16

 

못 말리는 부부 이야기를...

읽어보신 분들은 다 아실겁니다.

울 남편이 을~매나 못 말리는 지를... -.-


언제나 사건사고를 달고 다니던 남편.


으슥한 산길로 끌려 갈뻔한 여고생 구해준다고

남자들과 싸워서 그 비싼 이빨값을 물어주질 않나..


예비군 훈련가서 뒤에 앉은 깡패들하고 신경전 벌이다

계획에도 없던 꽁짜 정관수술하고 오질 않나..


연말 야심한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날강도를 만나 손가락이 부러져서 오질않나..


딸랑 5개월 담배 끊고 나타나는 금단현상을 가지구

젊은 나이에 세딸 두고 가는 비장한 가장의 모습을 하며

그 비싼 MRI 검사까지 해서 남들에게 웃음거릴 제공하질 않나..


에효~~~


하여간 이렇게 남들 평생에 한번 당할까 말까한 사건사고를

온몸으로 맞으며 살아온 남편의 화려한 30대는 가고..

 

이젠 40대 중반을 넘으니 지금은 그런대로

평탄한 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착각임다...ㅜㅜ;


드뎌...드뎌... 사건하나가 터지고 말았슴다.


바로 며칠 전..

대전에 내려가서 있었던 일이었슴다.


운전은 짱~이지만 길치인 남편.

그날도 인간 네비게이션인 철수(오빠)차

뒤꽁무니를 열라 따라 가던 중이었슴다.


(영희라는 올케언니의 이름덕에

저희 오빠의 별명은 철수가 되었슴다.

고로 이글에서 철수는 저희 오빠를 뜻하고

영희는 올케언니를 뜻하니 참고 바람니다^^)


자! 다시 큐~!


인간 네비게이션인 철수..

그날도 우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우리의 철수는

복잡한 시내를 피해 요리조리 잘도 가더라구요.


따라 올테면 따라와봐!

모광고 모델처럼 한순간 미꾸라지 빠져나가듯 없어진 철수차.


반면..여자건 자동차건 따라잡는데 선수인 남편!

본능적으로 자동차 핸들을 우회전 휙~꺽어보니....

역시나... 철수차가 저만치서 가고 있었슴다.


흐흐흐....^ㅡㅡㅡ^


놓친 차를 다시 찾은 그 쾌감이란..

아무나 느낄수 있는 쾌감이 아님다.

저같이 길치 남편 둔 아내만이 느낄 수 있는 선택된 행복임에 분명함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슴다.

비좁은 외길에 철수차를 향해 막 뒤 따라가는데 순간

도로에 서 있던 차가 갑자기 끼어 들어오는 것이었슴다.


“어머! 신호도 없이 갑자기 들어오냥....”


저.... 입으로만 운전경력 20년이요..

면허딴지 13년..

실제 운전경력은 장.장. 180분임다...--+

 

웃지마세요..--;

저 이래봐도 무사고 녹색 운전자임다.


3시간에 무신 무사고냐고 비웃겠지만

3시간이면 역사가 이루워지고

인간이 생성되는 시간이기도 함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저 왠만한 운전 에티켓 다~알거든요.


운전자 대신 욕도 적당히 해주는 센스까지 갖춘 저..

잠시 울컥 했지만.. 참았슴다.


아..갑자기 말이 삼천포로 빠졌네요..^^;


어쨌든 다시 찾은 철수차를 천천히 따라 가는데

그 사이에 끼어든 앞차와 철수차가 우리가 못 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갑자기 앞서가던 철수차가

속도를 서서히 줄이더니 차를 세우는 거였슴다.


철수차가 서자 앞차도 서고

맨 끝에 있는 우리차도 서고..

그렇게 나란히 차 세대가 외길에서 서게 되었슴다.


그리곤 잠시 남편과 함께 차안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앞차에서 내린 젊은 남자 차에서 내리자마자 대뜸

철수에게 삿대질을 하며 큰소리로 하는 말이..


“야 이 씨팔 개쌔끼야...%$%@#..”

(리얼리즘을 위해서 삐소리 없이 쌩방으로 표현함다.)


까만 썬그라스에 금목걸이를 한 새파랗게 젊은 20대 청년이

차에서 내린 첫 말은 듣기도 민망한 ..무지막지한 욕설이었슴다.


그 순간..

50을 향해 가는 철수의 흰머리가 왜 그리 눈부시던지요.. ㅜㅜ;


잠시 차에서 내려 얘길 하려고 했던 철수는

때 아닌 봉변에 너무 놀라 할 말을 잃고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40넘은 동생인 내가 봐도 참말로 안되보입디다..


참고로 철수는 싸움은 커녕 욕도 잘 못합니다.

목소리는 또 어찌 그리 작은지요....

 

반면 영희는 여자 목소리치곤 제법 우렁차고

음..아마도...싸움도.. 제법 잘하는 “거“ 같습니다.


이건 다 오빠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후천적으로 발달 된 거라.. 그리 생각합니다.

 

것두 역시 싸움 못하는 남편 만난 아내만이 받을수 있는 축복임다.

뭐..김하늘 같은 영희가.. .첨부터.. 그리 강했겠슴껴?. ㅡ,-;

 

함께 내린 영희가 철수 대신 목청 높여 따졌지만

그 젊은 남자의 욕밖에 들리지 않았슴다.


그 청년의 욕은... 자꾸만 더 거칠어져 갔슴다.

약한 사람 앞에서 더욱더 강해지는 인간의 모습이란..


운전대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남편..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순간 안경을 휙~벗어 던지더니

차 밖으로 튕겨 나갔슴다.


오메~안경 벗으면 눈에 뵈는 게 없을텐디.....

저 역시도 못 말리는 남편을 따라 내렸슴다.


차에서 내려 앞으로 걸어간 남편.

신나게 욕하고 있는 그 청년의 목을 냅다 후려쳤슴다.


전 설마 했지만 그리 빨리 때려 칠지는 몰랐슴다.

무슨 벼락치기도 그런 벼락치기도 없었슴다.


순간 그 혈기왕성한 청년도 한판 붙어보자며 난리 났슴다.


나이도 어린 자식이 어디다 대고 욕이냐는 남편과

당신이 뭔데 상관이냐는 청년..


큰 싸움 날 판이었슴다.

힘이라면 양보할 수 없다는 영희도 울 남편을 뜯어 말렸지만

용가리 통뼈인 남편 우리 둘의 힘으론 절대 말릴 수가 없었슴다.


저 그때... 잠시 이런 생각도 해봤슴다.


“자기 이번에 또! 사고치면 영영 못나온다!!”..라고요...


이런 콩트를 어디서 본거 같았걸랑요.. ㅋㅋㅋ


그렇게 큰 싸움이 일어날 거 처럼

쌩 난리이더니 시간이 좀 지나자..

 

그 청년의 욕설이 어느 순간 서서히 없어지면서

짧게 하던 반말도 조금씩 길게 존댓말을 하는 게 아니겠슴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남편은

마치 말썽꾸러기 자식 칭찬해주 듯.

 

“그래! 진작 너가 욕을 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말을 했었다면

 이렇게까지 시끄럽진 않았잖아!”


옆에서 말리던 저....쪼까.. 웃겼슴다.^^;;


전 싸움이 한순간에 엉키고 설키고

복잡해졌지만..... 사실 걱정 하나도 하지 않았슴다.


왜냐구요?

바로 우리 차 뒤를 따라오던 차 때문이지요.

그 차가 무슨 차냐구요?


피.오.엘.아이.씨.이...

네..바로 폴~~리스~ 차였담니다.


캬~무슨 사건이 이렇게 드라마틱하답니까..


마치 누가 불러온 것처럼 우연히 우리 차 뒤를 따라오던

뽈~리스로 인해서 싸움은 그렇게 정리가 되고 있었슴다.


시끄러운 와중에 경찰이 운전면허증을 보여 달라고 하자

셋은 갑자기 의형제라도 맺은 듯 한목소리로


그걸 왜 보여줍니까??하고 외치는데

속으로 ...어찌나 우습던지요.. ㅎㅎ


동생도 한참 동생뻘인..

아마 우리가 일찍 사고?치고 결혼했으면

청년만한 자식을 둘만한 우리 나이에 그런 봉변은...

 

세상에서 제일 치욕적임에 틀림없었슴다.


전 그때 원초적 진리 하나를 배웠슴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최고라는.....


그리고 차가 소형일수록 무시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도 새삼 피부로 느꼈슴다.


그날 철수는 차를 회사에 두고 왔기에

영희 차인 마티즈를 운전하고 가고 있을 때였거든요..


그 청년의 차는 제법 큰 차였는데

아무래도 차종에서 오는 우월감과


목소리 크면 이긴다라고 생각하는 이기심이

앞선 결과가 아닌가.. 싶었드랬슴다..


그렇게 잠시..


폴리스분이 나타나면서 서서히 정리되어가고 있는 틈을

이용해 전 조용히 남편을 차안으로 잡아 끌었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