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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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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우리 아버지.


BY 곤이네 2006-05-07

남들은 호상 이라고 말들 합니다.

내가 생각건데도 자는 잠에 가신것 처럼 평안히 가신것 같습니다.

또 한분의 부모 였던 우리 시어머니는 우리 아버지 처럼 홀연히 가시지 못하고

중풍을 맞으셨고 치매 마져 겹쳐서 애터지는 마지막을 보았으니 말입니다.

 

나는 내가 오십이 되었는데도  아버지 연세도 인지하지 못하고 하물며

언제까지나 그자리에 그대로 내 아버지로 영원 불멸 할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 아버지는 이세상에서 만날수 없습니다.

 

아버지.. 설날이 생신 이신데 조금만 더 계시지 바삐 떠나시다니요.

갑자기 초저녁에 저녁 차리는 사이 쓰러지셔서 저녁 진지도 못드시고 황망히 가셔서

더욱 목이 멥니다.

 

우리 형제들이 특별나게 효도 한것도 없지만 한편으론 크게 실망시킨 자식도 없는가 싶습니다.

아니 막내가 주식 해서 크게 말아 먹었을때가 있었습니다 참.!!

그때 아버지는 새엄마 등쌀에 떠밀려 중간 가방에 약 봉지 가득 넣어 이 여식에게로 왔었지요.

 

새어머니는 수습 안되는 빛잔치에 당신 스스로는 전처 자식에게 내색 못하고 애꿎은 아버지께

모든 탓을 하셨으리라 다 알고 있습니다.

마음도 무지 약하신 우리 아버지..

울산 살던 작은 아들이 당분간 어디 계시고 싶으시냐니까 마치 당연한듯이 삼천포로 가겠다고

하셨다고요.

 

아.. 아버지  이 여식은 그때 아버지께 마지막 효도 아닌 효도라도 한걸로 죄스런 마음 덜고 있습니다.

이 딸이 좋아서 라기 보담 아무래도 고향 이기에 마음이 이리로 향하지 않았나 싶네요.

보름 정도 계시는 동안 사고친 막내 걱정에 눈물 그득하신걸 보니 아버진 막내 남동생을 무척이도

사랑 하셨나 봅니다.

 

눈에 넣어도 안아픈 막내라고 옛날 부터 다 그러던 말이 참 맞는거 같습니다.

사실은 그 막내가 당신을 데리려 오길 바래는 마음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할멈 원망 하시지만 아버지 속마음은 새어머니를 극진하게 생각 하는것도요..

 

얼마만에 아버지 모닝 커피를 타 드리게 되었는지 저는 그저 시집 오기전에 늘상 하던

아버지 수발 들던 기분으로 너무 잔잔한 행복 이었습니다

조간 신문 갖다 드리고 아침 식사 차려 드리고...

 

그리고는 아버지를 찿아뵙지 않았으니 영정 앞에서 우는 내가 남이 부끄럽습니다.

우리집에 오신 그다음날 아버지가 제게 주신 한지에 쌓인 몇개의 패물을 보며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사십년 세월을 간직하고 계셨다니요.

아무도 모르게 그 옛날 엄마의 반지며 브로치를 누렇게 변한 한지에 돌돌 말아 숨겨 둔것 말입니다.

아마 그때 아버지께서는 되돌아 가실 그 어디를 준비 하셨나 봅니다.

언니가 서울 사니 오시는 걸음에 작은 딸에게 맡기고  싶었겠지요.

 

아침에 참 많이 울었습니다.

아버지도 우시고 나도 울고...

전혀 뜻밖 이었습니다. 나는 아버지껜 옛날 옛날 그 옛날에 돌아가신 우리 엄마는 기억에

없는줄 알았습니다.

 

아버지 가슴에 아직 울 엄마가 잔존 하였기에 고맙고 기쁘고 슬펐습니다.

막내가 데리러 온다는 기별에 안절부절 기다리시는 설렘을 보고

아버지가 안식하실 곳은 딸네집이 아니라 어쨌거나 할멈이 계신 곳이 편하시다는거 새삼 느꼈습니다.

 

부산으로 떠나가시면서 뒤돌아 보고 뒤돌아 보시는 아버지 눈은 송아지의 슬픈 눈을 보는것 같아

내 가슴은 유리 조각이 부서져 내렸습니다.

그때를 마지막으로 아버지는 내 가슴 속에만 남았습니다

 

아버지 .. 지금쯤은 그렇게도 걱정하시던 작은 아들 상욱이 만나셨겠지요

깜짝 놀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죄송해요.. 아버지 혹시 혼절 할까봐 우리 모두가 쉬쉬 했답니다.

 

이제는 하늘에서 상욱이를 만나서 다아시겠지만. 상욱이는 작년 칠월 십칠일에 먼저 갔습니다

그놈 잃어버리고 우리 형제들이 애가 끊어질듯 울어버려 사실 아버지 영전에선 눈물이

많이 닳아 버렸네요.

 

그래서 그런지 우리 새어머니의 통곡이 가장 가슴 아픕니다.

아버지.. 우리 엄마하고 산 세월 이십년 보다 새엄마 하고 산세월이 삽십오년 이니 말입니다.

 

어제 기력 못차리시는 엄마께 당신 즐기시는 삼천포산 사시미 뜨서 보내드렸습니다

아버지 걱정하시지 마세요

새엄마에게도 사시는 날 까지 효도 할겁니다.

그리고 그토록 아버지 눈에 밣히는 미성의 막내 둘 , 지 형이 시집 장가 보내 줄거고요.

 

마지막 하신 유언의 말씀이 할멈에게 미안하다고 너댓번 하셨다는데 저희들은 좀 서분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아버지의 아내사랑이 확인 되었으니 우리 새엄마는 너무 행복 하실겁니다.

 

아버지.. 당신 뜻과는 반하여 운명적으로 두 아내를 맞이 하신거 그리고 일생 마음 편치 않으신거

이제는 다 잊으시고 편안히 주무세요..

 

참.. 정년 퇴직 이후 옳은 정장 한번 입지 않고 허드레 옷만 입으시던 아버지를 보다가

마지막 가시면서 입은 수의는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멋있는 신발도요..

 

아버지..  사십년 전의  우리 엄마도 그 하늘에 계신지 만나 보신지 모르겠네요..

울 엄마에게 우리 형제들 안부 전해 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