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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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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 이야기 ... 15편


BY 김광종 2006-04-25

 

정안제라 여사와 띠동갑인 큰언니는 평생을 두고

술 좋아하시는 아버님을 원망하며 삽니다.


시골 5일장에서 친구분을 만나 마신 낮술에

얼큰하게 취기가 오른 아버님이 면사무소에 가셨답니다.


면 직원  :  아니... 참말로 요로케 올리라고라??


아 버 님 :  어허~ 이사람...

                그 이름이 뭐 어쩟다고 그렁가?  조키만 하구만 !


면 직원  :  아니...머... 나쁘당거슨 아니랑께요.....

           

                근디... 솔차니 거시기허네...?

           

                에라~ 모르것따. (끄적끄적~ 도장 꾹 !)



아버님은 사랑스런 큰딸의 이름을

‘은연’이라 짓고 출생신고를 하러 가셨답니다.


은 : 은혜 (恩) =====> 태어난 은혜와, 길러주는 은혜와, 산다는 것이 모두 은혜란다.

연 : 인연 (緣) =====> 우리의 고마운 인연에 감사하며 살자꾸나.

 

얼마나 뜻이 좋은 이름입니까 !


근데... 그 비러무글 면직원 !

술 취한 아버님의 발음이 좀 흐트러졌거든

지가 알아서 새겨들어야지 !...


본래이름          술 취한 발음                면 직원

  은연 =====> 으~은년(딸꾹~)  =====>  언년


그걸 ‘정언년’으로 올리고 도장을 찍어불다니... !!!


정언년 여사는

고향냄새 물씬 풍기는 정안젤라 여사의 본명인 ‘정복단’이란 이름 정도는...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면서

이름 때문에 평생을 억울해하며 삽니다.

.

.

.


정안젤라 여사의 친정은 예전부터 농사를 지어왔는데...

11남매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농사를 지어

늘~~ 풍년 이였다고 합니다.


지금도 우리집은

쌀. 김장김치. 고춧가루 같은 농산물은 사먹지 않습니다.

시골에서 보내주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정안젤라여사가

가끔... 절반쯤 눈을 감고 추억에 잠겨 고향얘기를 해주는데...


옛날 시골엔... 어디나 그랬듯이

화장실다운 화장실이 없었다고 합니다.

‘뒷간’이라고 불리우는 ‘푸세식 화장실’이 고작이었겠죠.


(그래서 리모델링 인테리어사업을 하는 나랑 사나???)


시골 뒷간은 정말이지 사용하기가 불편합니다.

특히나 여름에는 손님이 많아서 더욱 그렇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처음으로 반기는 손님이......

검은 옷 입은 손님입니다.


앞발, 뒷발 싹싹~ 비비기 좋아하는... 날개 달린 손님입니다.

사람들은 그 손님을 ‘파리’라고 부릅니다.


첫 번째 손님을 훠이~훠이~ 손짓으로 물리치고 나면

두 번째 손님도 대접을 해줘야 합니다.


이번에는

브레이크 댄스를 잘 추는... 하얀색 손님입니다.

첫 번째 손님의 자손으로서... ‘구더기’라고 불리우는 손님입니다.


마음 여린 미쓰 정복단은

손님맞이가 너무 싫었답니다... 그래서

애지간한 ‘볼일’은... 가족들 몰래 밭에 가서 해결 했었답니다.


그래서 그랬을까...?

유난히

고추농사는 늘~~ 풍년 이였다고 합니다.


.

.

.


후 렴


미쓰 정복단의 옆집에는

놀부마누라처럼 못된 심보를 갖은 할머니가 살았답니다.

오죽하면 ‘마귀할멈’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였답니다.


그 마귀할멈이

미쓰 정복단 집안의 ‘풍년 비결’을 엿보고야 말았답니다.

 

그후로는 큰 볼 일. 작은 볼 일... 가리지 않고

줄기차게 밭에서만 ‘볼일’을 해결했답니다.


그해 가을

마귀할멈의 고추농사는...... 흉년도 그런 흉년이 없었더랍니다.


그 산업스파이는

진정한 ‘풍년의 비결’이 ... ‘젊음’이였다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