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적정 노인 기준 연령 높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43

목련


BY 은하수 2006-04-20

몇날을 끙끙대며 혼자 괴로와하던 너...

 

찬바람 맞으면서도 꼿꼿이 고개 세우던 너...

 

봄햇살의 샐샐거리는 꼬심에도 입을 앙다물곤 도리질하던 너...

 

 

고고하던 너...

 

새초롬하던 너...

 

순결하다 못해 창백하던 너...

 

내 성급한 바램에 못들은 척 하던 너...

 

 

그러던 니가

 

어느날 아침

 

눈부실 순백의 드레스로 차려 입고

 

나를 불러 냈지...

 

어디가니... 내 물음에도 너는 투명한 미소만 지었지

 

하늘의 부름을 기다리던 선녀같던 너...

 

 

하지만 넌

 

싱그러움은 어디 감추고

 

이내 검게 퇴색해 버렸지

 

활짝 피어남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금새 시들어 차가운 저 땅위로

 

몸을 던져 버린 너...

 

 

피어나기 위해 쏟은 수고를 어찌 하고서

 

그리 무심하게 가버린다니...

 

부질없구나...

 

그럴바엔 피어나지 말지 그랬니...

 

그냥 너의 그 입술 힘주어 앙다물고 말지 그랬니...

 

왜 그랬니...

 

하늘의 부름을 못 받은 게로구나...

 

 

눈부셨던 너의 자태는

 

아직 눈앞에 어른거리는데

 

검게 퇴색해 생명이 빠져나간 네 모습이,

 

땅에 떨어져 문드러진 네 주검이,

 

내겐 너무 잔인하구나...

 

 

너의 짧고도 뜨거웠던 삶은

 

내겐 아픔이구나...

 

 

활짝 핀 네 모습을 보며

 

속없이 좋아라 했던 여린 내마음에도

 

여지 없이 내려 앉은

 

너의 주검은 너무 차갑구나...  얼음이구나...

 

 

넌 가고 오지 않는데

 

이 봄은 

 

찬란한 허물을 벗는구나

 

 

널 죽이고

 

널 밟고서

 

나는 또다시

 

새로운 꿈을 꾸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