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날을 끙끙대며 혼자 괴로와하던 너...
찬바람 맞으면서도 꼿꼿이 고개 세우던 너...
봄햇살의 샐샐거리는 꼬심에도 입을 앙다물곤 도리질하던 너...
고고하던 너...
새초롬하던 너...
순결하다 못해 창백하던 너...
내 성급한 바램에 못들은 척 하던 너...
그러던 니가
어느날 아침
눈부실 순백의 드레스로 차려 입고
나를 불러 냈지...
어디가니... 내 물음에도 너는 투명한 미소만 지었지
하늘의 부름을 기다리던 선녀같던 너...
하지만 넌
싱그러움은 어디 감추고
이내 검게 퇴색해 버렸지
활짝 피어남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금새 시들어 차가운 저 땅위로
몸을 던져 버린 너...
피어나기 위해 쏟은 수고를 어찌 하고서
그리 무심하게 가버린다니...
부질없구나...
그럴바엔 피어나지 말지 그랬니...
그냥 너의 그 입술 힘주어 앙다물고 말지 그랬니...
왜 그랬니...
하늘의 부름을 못 받은 게로구나...
눈부셨던 너의 자태는
아직 눈앞에 어른거리는데
검게 퇴색해 생명이 빠져나간 네 모습이,
땅에 떨어져 문드러진 네 주검이,
내겐 너무 잔인하구나...
너의 짧고도 뜨거웠던 삶은
내겐 아픔이구나...
활짝 핀 네 모습을 보며
속없이 좋아라 했던 여린 내마음에도
여지 없이 내려 앉은
너의 주검은 너무 차갑구나... 얼음이구나...
넌 가고 오지 않는데
이 봄은
찬란한 허물을 벗는구나
널 죽이고
널 밟고서
나는 또다시
새로운 꿈을 꾸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