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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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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일기(주인과 나)


BY 개망초꽃 2006-04-20

카페 사장님인 친구는 현찰이 없어 카드로 결제를 하면서

하나 있는 룸의 나무 의자를 소파로 바꾼다고 했다.

그러면서 홀 전체 나무 의자 망석을 천갈이를 한다고 나보고 어떤 색이 좋으냐고 물었다.

카페 분위기상 화려한 색보다는 중간 톤인 밝은 초록을 하자고 했더니

친구는 자꾸 보라색이 도는 자주색으로 하겠다고 한다.

내가 원래 좋아하는 색은 보라색과 초록색이기 때문에

보랏빛자주색도 화려하고 예뻤다.

그러나 밖의 꽃들과 어우러지려면 연둣빛이 도는 초록이 좋을듯한데…….

결론은 친구가 원하던 색으로 천갈이를 하기로 했다.


홀 안은 나무의자가 흰색으로 칠해져 있고 벽엔 꽃그림 액자가 몇 개 심플하게 걸려있다.

하얀색 망사 커튼이 창에 작게 포인트를 줘서 깔끔하고 심플하다.

한쪽 벽 키보다 높은 선반 두개엔 전에 장사하던 사람들이 마른 꽃을 마구잡이로

잔뜩 올려 놔서 지져 분하다고 다 버려버리고

그 위에 초록 잎이 무성한 화분 세 개를 올렸다.

어제만 해도 좋다고 하던 친구가

오늘은 살아 있는 초록잎 화분보다는

화려한 조화로 바꾸고 싶다고 한다.

카페 안이 화려하지 않다고 아는 사람들이 그런다나 하면서…….

나는 화려함 보다는 자연에 맞춰 자연스럽게 인테리어를 하고 싶었는데…….

친구는 화려하고 싶은가보다.

밤에 술장사를 하려면 자연스러운 것보다는 화려한 조화가 어울릴 수도 있겠지…….

술장사를 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친구 입장을 나는 이해해야한다.

내가 돈을 투자 한 게 아니고, 친구 돈으로 카페를 인수했으니까.



잎이 아욱 같고 꽃이 아욱 꽃을 닮은 화초가 출입구 쪽에 놓여 있다.

친구가 사가지고 온 걸 내가 분갈이를 했다.

맘에 드는 꽃을 사와서 잘 사왔다고 정말 예쁘다고 내가 정성껏 기르고 있는 중이다.

근데 이 꽃을 자꾸 공기 탁하고 어두운 실내로 끌어들이고 싶어했다.

나도 실내에서 키우며 눈앞에서 바라보고 싶다.

그러나 꽃이 피는 화초는 안으로 들여 놓으면 떡잎이 지고 녹아내린다.

햇볕이 없으면 살지 못하는 화초인 것이다.

저녁 무렵에 수국이 두 개나 항아리에 심어져 왔다.

화원에서 수국을 사서 분갈이를 부탁해서 배달이 온 것이다.

친구는 배달 온 분에게 묻는다.

“이 꽃(아욱 닮은 꽃을 가리키며) 안에 들이면 안 되나요?”
“안돼요. 이 꽃은 햇볕을 봐야합니다. 안 그러면 녹아내려요.”

내가 퇴근을 하려고 하는데

친구가 아욱꽃 닮은 무거운 화분을 안으로 낑낑거리며 들고 온다.

그러더니 입구 쪽 선반에 올려놓는다.

“이러니까, 카페 안이 화려하니 좋다.”

누가 그걸 모르나…….화초가 죽으니까 그렇지…….

화초라는 것은 햇볕을 충분히 먹고 비바람도 맞고 그래야 잘 큰다는 걸 모르나보다.

그래…….맞아. 친구는 주인이고 나는 종업원이었구나…….

더 이상 아무 말도 안했다.


 

하루 종일 성질을 있는 대로 부리던 하늘은 이제 좀 잠잠하다.

몇 번이나 친구의 의견에 딴죽을 걸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안했다.

그래, 나는 일하는 사람이었지…….

다른 건 몰라도 꽃은 내 맘대로 했으면 좋겠는데…….

꽃에 대한 건 친구보다 몇 배나 경험이 많은데…….

서운한 생각에 혼자 투덜거리며 꽃이 다 떨어진 벚꽃 길로 퇴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