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다니는 중학교 급식소가 공사중이란다.
문제는 얘들 점심인데
여기는 농촌지역이라 어디 만만하게 위탁을 해 줄 도시락 공장이 없다.
학부모 회의를 거듭하더니
결국 도시릭을 지참하고 학교에 가기로 결정 되었단다.
아들은 초등학교 때도 학교에서 점심을 먹은 기억만 있지
도시락을 싸가서 먹은 그 기억은 없다.
자기한테는 새로은 경험이었나
도시락통을 사달라고 한다.
난 그냥 반찬통에 밥싸고 반찬 싸고 그러면 된다고 했다.
자기가 직접 해 본 단다.
그러라고 했다.
잘 새지 않는 통에 아침에 맑게 끓인 냉이된장국도 담는다.
밥도 능숙하게 주걱으로 아래 위를 잘 섞어 푼다.
오늘은 계란말이를 해 간단다.
친구들한테 자기가 한 거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고 부러워 한단다.
김치는 뒷뜰에 묻어 놓은 사계절 김치냉장고 독에서 직접 한포기를 꺼내어 머리만 댕겅 잘라
통에 넣는다.
머리부터 배춧잎까지 죽죽 찢어 친구들 밥수저에 올려 준단다.
인기 짱 이란다.
언젠가는 말린 누룽지를 끓여 숭늉을 페트병에 담는다.
급식소에선 안 해준단다.
책가방을 보니 책은 없고 맨 반찬통이다.
\" 이눔아 ! 어디 소풍가냐? 책은 어딨어?\"
학교 사물함에 다아 있단다.
숙제는 안하냐?
아는 것 해오라고 하면 안해도 된단다.
그 대신 벌 서는 것은 아주 익숙하단다.
딴 얘들한테 창피하지 않냐? 내가 물으면
뭐! 다 알어! 어떤때는 선생님도 그냥 지나가 버려...
이젠 지쳤나 학교에서도 아이한테 적응됐나 나에겐 전화도 안 온다.
도시락을 싸가니까 학교에 가는 길이 짧아진 것 같단다.
자전거로 다니는 등하교길이 좋단다.
오월에 급식소 공사가 끝나도 김치 한포기씩 싸간다고 한다.
친구들이 날마다 오늘도 김치 싸왔니?
이게 아침에 인사란다.
그나저나 그때까지 김치가 있을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