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가 알에서 나와 따스한 햇살을 받고 있는 어느날 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은 사라지고 아파트촌이 되어 버린 그 논두렁 길에서, 나는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한 손에는 신주머니를 다른 한 손엔 통지표를 들고서...
아마 국민학교 2학년때였나 보다.....
6살때이미 한글을 떼고(그때당시는 글을 모르는 친구들이 더 많았다),국민학교 입학전에
이미 구구단을 외웠던 나의 시험 점수는 그야 말로 양치기 집안 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창피한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난 주저없이 통지표를 논두렁가장자리 물이 고여있는곳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그리곤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그냥 집으로 향했다.
그날저녁 어머니께선 \'너 통지표안나왔니?\'라고 물으셨다.
\'아뇨!\"
난 짧게 한 마디하고 그냥 밥 먹고 잤다.
아버지는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하시고, 어머니는 동생들 때문에 언제나 바쁘셨다.
우리형제는 1남4녀, 그중에서도 난 맏딸이였기에 언제나 나만 힘들다는
생각에 머리속에 갖고 살았었다.
학교가기 싫은날은 아프다는 핑계로 누워만 있고 학교에서도 조퇴하기 일수였다.
그러한 나의 모습을 보시고도 어머니께선 한 번도 야단치시지 않으셨다.
단지 조용히 \'넌 잘 할수있어\' 라고만 말씀 하시곤 했었다.
난 무얼 할수 있었을까?
무엇을 잘 할수 있다는 말씀 이셨을까....?
지금 나의 행동을 보면, 언제나 \'너! 왜그래?\' 라고 아이를 닦달하고는 한다.
나의 아이에게도 \'넌 잘할수 있어\' 라고 언제나 말을 해 주면 ,
아이는, 내가 아이였을적의 부정적인 마음이 아닌 ,
긍정적인 마음으로 그 말을 받아들여 잘 성장해 나갈수 있을까.
내가 내 어머니께 끝내 해 드리지 못했던 그 말을 내 아이에게서
들을수는 있을까.
오늘도 나는 방의 한 귀퉁이에 앉아 ,끙끙거리며 글을 읽혀나가는
내 아이의 가녀린 모습을 바라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