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한지 무려 21년만에 네 여학생이 모였다.
그 사이에 변한 것은?
키(조금은 크더라.)
몸매
체중
얼굴에 탄력, 잡티
잔주름
직업, 이력
딸린 식구
옷차림
집
차
사는 지역
노는 물
약간의 심리적 안정감
그 사이에 안 변한 것은?
성격- 그간에 세월로 쌓은 연륜으로 인해 세련되게 포장할 줄 알고 다소의 여유로움을
갖추지만 어디 안 간다.
표정- 잔주름과 잡티 사이에 지문처럼 드러나는 자신만의 인상.
친근감- 그렇게 오랜만에 봐도 전혀 서먹하거나 낯설지 않고 엊그제 헤어졌던 것 같은
착각마저 들어 다만 유수같이 흘러간 세월에 경악을 금치 못할 따름.
심리적 긴장구도- 엊그제 헤어졌다 만난 듯 그 당시의 관계가 계속 이어져가는 착각.
여기에 누구하나 자신의 개성을 지나치게 들어낸다면 또는 잘난 척 한다면 더
분명해진다.
우리는
세월을 용감하게 거슬러 만나서
무심한 세월의 잔인함을 서로 확인하고
세월이 그리 길지 않더라고 너무 허무하게 흘러갔다고
입을 모아 얘기하고서
헤어진 후
다시 자신만의 세월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
우리를 갈라놓았던 세월의 깊이를 가늠해 보았읍니다.
이미 흘러간 세월에다 대고 소리소리 질러 본들 부질없겠지요만.
가슴에 얹혀 있던 돌맹이 하나 흐르는 시간의 강물 속에 힘껏 던지고
돌아왔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