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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있던 내 인생의 \'나\' 라는 물을 흐르게 할 수 있을까?......


BY scalett 2006-03-20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었다.

 

\"팔자 편한 소리 하고 있네, 나가면 고생이지 남편이 벌어다 주는 월급으로 살림이나 하면

만고에 부러울게 없는 팔자야\" 하고 말이다.

 

결혼을 한지도 이럭저럭 9년이란 시간이 흘러 있었다.

벌써 그렇게나 시간이 흘렀나 싶은 마음에 깊은 한 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 본다.

그리고 갑자기 몰려드는 불안감, 하루하루 사는 것에 급한 나머지 나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시간은 지나가 버리고 막 품에서 벗어나 옹알이를 하던 간난 아이들은 어느새 커서 학교를

다니고 엄마보다 더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멈짓 작은 웃음이 나온다.

겨우 일어나 앉아 자신도 신기한듯 킥킥 웃음을 내 뱉던 아이들의 커왔던 모습들이 선명한

영상이 되어 머릿 속에 그려지고 엄마인 내게 미소를 짓게 한다.

 

하지만, 그 뒤에 아련히 남아 있는 작은 아쉬움은 무얼까......

무언가 허전한 공간으로 다가오는 그것은......

 

꼭 나가서 일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였다. 아니, 일을 할 수 있음 좋겠지만 능력이 부족

하다고나 할까.

자신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

사회에 나가 부디낄 자신이 없는 건지도.

또 무얼 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늦기전에 나만의 일을 갖고 싶었고 내 자신을 충족시기기 위한 것들이 필요 했다.

 

몇 년 전 부터 이런 허전함을 메우기 위해 무언가 나를 위한 노력으로 문화센터에 수강도

받으러 다니고 무언가 배울 거리를 찾아 이것 저것 끄적여 보기도 했지만, 주부인 내게는

실생활에 쓰임이 없을 뿐더러 난 그런 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그냥 잊혀지게

내버려 두었다.

 

그렇게 1년 2년 시간이 흐르고 나만의 일을 갖고 싶다는 바램으로 이 생각 저 생각에 

밤 잠도 설쳐가며 생각해낸 것은 3년전 배웠던 리본 공예였다.

소소하게 손으로 조물거리며 집안 곳 곳을 꾸미고 치장하기를 좋아하던 내 자신의 적성에

꼭맞는 일이라는 생각에 어떻게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고 가게를 내기에는

빠듯한 살림인지라 다른 쪽으로 이 일을 풀어나갈 방법이 없을까 하던 차에 평소 언니 동생

으로 지내며 친분이 있던 리본 공에 강사님의 가게 물건들을 인수해 작은 아이의 방에

리본 샵을 꾸미고 이젠 수강생을 받고 물건을 만들어 판매할 준비중이다.

 

가게를 얻고 인테리어를 하고 목돈을 들여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내심 살림만 하던

주부의 작은 배포로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아직 져버리지는 못했지만, 

고여있던 내 인생의 \'나\' 라는 물을 흐르게 할 수 있는 시작이 아닐까 싶어 설레이는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살림도 제대로 못하면서 일만 벌여 놓은 것은 아닌지, 아직은 조심럽지만 이제와서 감히

이런 생각을 해본다.

 

\'살림도 잘 하고 일도 잘 해서 돈도 많이 벌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