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아줌마, 아저씨네가 이사갔다.
서울 외곽인 우리 동네에서 집값이 조금 덜 오른 다른 외곽으로 옮겨가셨다.
앞서 말했듯 아줌마네와 난 보통 인연은 조금 넘는다.
아줌마와 난 이 동네에서 수십킬로 떨어진 엉뚱한 곳에 있는 큰 종합병원의 병실에서
처음 우연히 만났다.
그리고 거의 일년이 지나 새로 이사간 아파트에서 같은 통로에 살던 아줌마 부부를 또다시
만났다. 정말 우연하게.
이런걸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 하나 싶다.
일년만의 해후를 신기해 하며 서로 좋은 이웃이 되기로 다짐하며 몇번의 단합대회도 했었는데...
오며 가며 아이들 노는 모습도 지켜봐 주고 근육맨 아저씨 보러 간다며 제 친구와 갑자기 처
들어간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하셨는데...
이따금씩 팥죽이며 수제비 냄비를 휴일날 들고 올라오셔서 점심을 편하게 해결할 때도 있었
는데...
지난 늦가을 농장에서 키운거라며 고구마며 단호박이며 상추를 놔두고 가셨는데...
김장을 하셨다고 가져온 겉절이에다 돼지수육을 삶아서 맛있게 한잔 하기도 했었는데...
매일 보는건 아니지만 어느새 가까운 이웃사촌으로 한쪽으로 맘 든든해하고 있었나 보다.
아이가 \"엄마에겐 아쉬운 일이지만 @@@호 아줌마 이사간대요.\" 했을 정도니까.
연배가 너무 달라 막역하게 어울리기는 어렵지만 나보다 몇발자국 앞서서 인생을
살고 계시는 그 분들을 바라보며 나의 미래를 가늠해 보기도 한다.
회 한접시와 매운탕을 앞에 두고 소주잔을 부딪히며 서로의 행복과 건투를 빌어준다.
연락 주시면 가루비누 사가지고 달려가마고 연락하마고 약속을 걸며 따스한 눈빛을
교환하며 헤어졌지만...
또 다시 만날 수 있을런지...
아니면 어느날 또 우연히 스치듯 만나게 될런지... 이번엔 힘들지 않을까... ㅎㅎ
처음 마주친 그 병원에서 우리는 각자 심한 염증을 앓고 있었다.
아줌마는 맹장염으로... 난 날 짓누르는 인생의 무게로...
서로 등을 맞대고 누워 안에서 생긴 고름을 묵묵히 짜내었다.
두번째 마주쳤을 때는 한결 가벼워진 모습이었지만
아줌마는 갱년기 장애로 여러가지 질병을 이미 친구 삼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걸 담담하게 수용하며 다스릴 자세를 가지고 사시는 아줌마의 모습이 차라리 존
경스러웠다.
작은 인연도 소중히 생각하는 그 분들에게서
인생길에서 옷깃을 스치는 그 누구도
우리는 모두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어차피 나그네니까...
목적지가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