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 마샬이 감독하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영화 <게이샤의 추억>이 중국 내 상영이 금지됐다고 합니다.
영국 BBC 방송은 얼마 전 오는 2월 9일 중국 개봉 예정이던
<게이샤의 추억>이 반일 감정을 문제로
개봉이 취소됐다고 전했습니다.
<게이샤의 추억>은 중국 유명 배우 장쯔이와 공리 등이
일본 기생으로 출연해 중국 내에선 \'매국 행위\'라는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었습니다.
중국의 한 비평가는 1930년대 일본의 중국 점령 당시
그들(일제)의 잔학한 행위를 생각한다면 이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지적했는데
맞는 주장이라고 공감합니다.
언젠가 차인표 씨가 외화 <007 어나더 데이>에 출연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차인표씨가 제의를 받은 역할은
북한군 \'문 대령\'역이었다지요? 하지만 차씨는 \'살벌\'하고 예민한 남북관계를
고려하여 거액의 출연료를 거부해 지금도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윗글처첨 최근 중국에서는 \'중국의 연인\'으로도 회자된다는
유명 여배우 장쯔이가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 배우와 찍은 영화
<게이샤의 추억>으로 인해 그야말로 난리법석이랍니다.
장쯔이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 <게이샤의 추억>에서
장쯔이는 가난한 어부의 딸로 태어나 일본 최고의 게이샤로 성공하는 역을 맡았습니다.
그것도 중국인들의 감정에 불을 지르기에 부족함이 없거늘
설상가상으로 일본의 남자배우와 연기한 격정적인
알몸 베드신이 더욱 분노의 불길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중국인들은 이 장면을 보고 \'눈에 불이 났다\'고 하니
과거 중국과 공(共)히 일제에 침탈을 당한 우리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측면입니다.
중국인들은 장쯔이의 일본 기생 역할은 매국 행위나 다름없다는
원색적인 비난 외에도 \"만약 한국의 여배우라면 이 역할은
생각도 못 했을 것\"이라며 한국 배우들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한 바도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라곤 하지만 여하튼 <게이샤의 추억>에 출연한 장쯔이가
지금 중국인들의 뜨거운 감자와 어쩌면 공적(公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일본에 대한 여전한 분노의 저항도 한 몫 한다고 봅니다.
중국의 네티즌들은 \'중화사상\'을 지닌 대(大) 중국인이 일본인에게 놀림감이 되었다느니,
장쯔이는 영혼을 팔고 조국까지 배신했다느니 하며 크게 흥분하고 있습니다.
헌데 만일 우리나라의 유명 여배우가 그리했다 쳐도 우리 국민들의 감정
역시도 똑같았을 겁니다. 즉 장쯔이의 \'게이샤\' 역할은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여전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인해 가뜩이나 불붙은 중국인들의
반일감정에 기름을 더욱 끼얹은 격이 되고 만 것입니다.
장쯔이를 보면서 <007 어나더 데이>의 출연 제의를 거절한 차인표 씨가
새삼 우러러 보이는 건 비단 저 뿐만은 아니리라 믿습니다.
장쯔이는 물론 \'배우\'입니다.
그러하기에 작품성과 자신의 개런티, 그리고 배역이 맞는다고 한다면
어느 나라의 어떠한 장르의 영화이건 간에 출연할 명분은 된다고 봅니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반일감정이 지대한 국가입니다.
고로 제 상식으로선 당연히(!) \'게이샤\' 배역을 치부했어야 옳았다는 생각입니다.
그게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연인\'으로서도
불변한 롱런의 배우가 되는 첩경도 되는 것이었겠고요.
앞으로 중국 내에서의 장쯔이의 입지가 어찌될는지는
잘 모르겠으되 어쩌면 소탐대실의 형국을 맞게되지는 않을까 하는 게
저의 단견입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는
우리 속담이 생각나는 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