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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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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앓이


BY 호떡 2006-02-03

내 사무실 책상위에 작은 화분이 하나 있다. 손바닥만한 화분에 예쁜 애기알로에가 자란다.지난 한달동안 경황이 없어 그 화분이 보이지 않다가 그저께 돌아보니 그놈이 거의 죽게 생겼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된다는 거지 주지 말란 게 아닌데 그 작은 놈이 얼마나 목이 탔을고.  정수기의 미지근한 물을 주었더니 오늘 아침은 알로에 특유의 오동통한 팔이 예쁘다. 가만히 만져보니 막 살오른 통통한 아기의 팔을 만지는기분이다. 우리집 작은 놈 생각이 난다.

농사에 하도 치를 떠는 터라 신혼 초 그 많았던 화분 다 고사시킨 잔인한 내가 요즘은 이런 작은 생물들에게도 관심이 간다. 새로 이사가면 다시 화분을 시작하나 어쩌나....

 

남편없이 사는 생활이 점점 익숙해간다. 아니 그런거 같다. 잘 지내는거 같다가도 어느날 밤못견디게 그가 보고싶고 외롭고 짜증이 난다. 내가 전화해도 한번도 반갑게 받지 않고 귀찮아하는 그를 알기에 전화안하려고 하는데 이런 날은 전화한다. 애들 핑게를 대며. 어젯밤 전화했다가 또다른 사실을 알았는데 그 도장에 자는 사람이 그만은 아니라는 거다. 스물 여섯살의 아가씨도 하나  내가 질투하며 화를 내야 하는가? 내가 신경쓰야 하는가? 잘 모르겠다. 늘 그는 여자에게 관심없다며 나를 외롭게 하는데 이런 상황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집을 샀다. 그의 사업자금이 모자라 전세를 계속 알아보다 결국 매물까지 보게 되었다.생애최초주택마련대출이란 제도를 이용하여 내 앞으로 했다. 갚아야 할 빚이 너무 많아 기운빠지지만 그래도 내 앞으로 된 아파트 하나 건졌다 싶으니 좀 낫다. 배짱도 생긴다. 입주가 거의 한달 남아 지금은 시댁에서 빈대치고 있다. 애들도 그렇고. 어머님은 지금 당신이 하실수 있는 최선을 다하신다. 아들가정 우짜든동 지킬려고.

 

얼마 전 어느 블로그님의 \"청담스님이 옛아내에게 보낸 편지\"란 글을 읽었다. 자식에 집착하고 세상걱정하며 사는 그의 옛 아내를 달래며 위로하며 보낸 편지였다. 그 편지를 읽으며 그 내용을 음미하며 한참 울었다. 그녀의 처지가 나와 비슷하여.  강제로 결혼시킨 것도 아닌데그는 나와 아이들을 부담스러워하고 자유로워지고 싶어한다. 훨훨 날아가고 싶어한다.청담스님이나 성철스님은 마누라가 다 놔주더라며 자신도 놔달라고 한다.단지 다른 점은 아직은 억지로 인연을 끊지 않겠다며  나와 아이들을 주위에 두고 있는거다. 나와 애들이 없어져도 그는 전혀 개의치 않을거같다. 그는 이미 내가 결혼한 사람이 아니며 그저 지나 가는 타인같다. 내 아이들을 예뻐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얼마나 갈까 싶다. 이미 몸과 맘이 세상을 벗어난 그에게 보이는게 뭘까?

 

내 짐이 너무 무겁다. 아이들. 내눈치만 보시는 늙으신 시부모님. 그리고 이제는 어마어마한빚까지.  엄마가 가장노릇하는 집에서 자라 그 분위기가 싫어서 그리도 조심조심 고르고 골라 한 결혼이었건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