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에서 떠밀린 새가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어여 이리로 오렴\'
손 내밀어 따뜻한 온기를 보내는 둥지로 새는 날아가 잠시 추위를 피했다.
미리 점쳤던 일이 드디어 벌어지고 말았다.
극에 달할대로 달한 포악함이 집안 전체를 잡아먹으려 하고 있었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나올수 밖에 없었다.
옷은 찢어지고 머리는 미친년 산발처럼 헝클어져 있다.
새해 들어선지 겨우 며칠되었을까. 두번째 발작이다.
바람앞에 촛불이라 생각하며 조심했었는데 바람은 나의 불안감을 여지없이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며 암흑 속으로 던져버리고 만 것이다.
이젠 절대 살고 싶지 않다.
언젠 살고싶어 살겠냐만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허긴 제 정신이 아닌 사람을 두고 상대하는 나도 정신병자였다.
술 취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사람이 나를 끌고 법원으로 가자고 한다.
더이상 살기 싫다고 내게 소리를 지른다.
말 상대가 되지 않기에 함구하고 있으니 고집불통에 차갑고 냉정하다 한다.
기가 차기에 한마디 했더니 그래 너 잘났다 너 똑똑하다 한다.
어느 장단에 마추어야 할지 내 이미 알고 있건만 정말 죽일수도 없고 답답해 미치겠다.
거실은 난장판이다.
예전처럼 깨진 유리조각이 없지만 동전과 알약이 데구르르 굴러다닌다.
머리채를 휘어잡고 내동댕이치기에 참다못한 난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살아야했기에 그 더함도 참으려 했는데, 소름끼치는 공포 속에서 나를 건져야만 했다.
늦은저녁 난 서울발 버스에 몸을 싣고 학교에서 끝나 돌아오는 딸의 안녕을 받으며
편하지만 편치 못한 둥지로 옮겨가고 있었다.
불확실한 미래를 점치며 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데...
움직여 보지도 않고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는데...
6년의 안주와 편안함이 사람을 아주 바보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누굴 탓할까.
의지박약한 이를 믿고 살아가는 내가 바보일수 밖에...
뭐라하든, 내가 돈벌이할수 있는 뭔가를 찾아야 할것 같았다.
돈번다고 유세떠냐는 소리를 들어도 무시하고 하던 일을 계속 했어야 했다.
이젠 불투명한 앞날에 희망을 걸고 살기엔 꺼질듯 꺼져가는 희미한 촛불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는 다시 발작증세를 일으킨 것이다.
시숙 돌아가신지 한달...
서울에 아파트 두 채, 그리고 이곳에 전 답 산, 100여평의 3층건물 한채...
어머님은 돌아가시면서 그 모든 재산을 큰아들 명의로 돌려놓았다.
가게 3개 나오는 우리집 건물에 비하면 그야말로 3배는 큰...
형평성이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는, 쉬쉬하며 몰래 큰아들에게 명의를 이전했다.
어머님이 살고 계시던 그 건물에서 우린 약간의 세를 받아 쓰고 있었다.
이미 장남에게로 넘어간 건물이지만 아버님 유언이자 어머님 큰아들도 수긍하셨던...
우리손주(우리아들) 교육은 그곳(가게 한군데)에서 나오는 집세로 가르쳐라...
그렇게 말씀하셨던 유언은 어찌된단 말인가...
서류에도 없는
헌데, 시숙님 돌아가시고 엄청난 상속세로 형님은 골치아픈 이 건물..
아버님이 몇십년 고생하여 부를 이루게 만들었던 이 건물을 처분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말이 형님의 입에서 내뱉어진 것이다.
어찌보면 자기 재산 맘대로 한다는데 우리가 무슨 할 말이 있을까.
남편의 발작은 형님과의 통화에서 확 돌아버린 결과물이었다. 예견했던..
다녀오라고 날 산으로 보냈던 그는 돌아온 내게
만취된 채 산에 쏘다닌다며 폭언에 폭언을 들어야만 했다.
그래서 시작되었고 밤새 몇날 며칠째 술만 마셔댔다.
병원에서 나온지 5일만에...
남편에게 난 퍼부어댔다.
당장 길바닥에 내앉은 상태도 아니고, 어려워 한끼 제대로 먹지못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아래를 보고 살자고....했더니 그래 너 똑똑하다고 한다.
욕심부리는 형님도 너무 싫고 실의에 빠져 술찾는 남편도 싫었다.
정말 증오스러웠다.
과연 욕심의 끝은 무엇일까.
제 몸 학대하며 알콜에 의지하는 저이의 끝은 무엇일까.
재기할수 있게 힘을 실어 줘야 하건만...
하기 싫다. 모든 것이 싫다.
머리가 지끈지끈,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것 조차 버겁다.
이 집안과 연을 모두 끊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