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비만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56

좋은 생각(2006년 1월호)에 실린 글


BY 蓮堂 2005-12-29

        * 빚 갚고 있어요.

 

내가 사는 아파트 앞에 마흔이 넘은 듯한 아주머니가 붕어빵과 어묵을 팔고 있다.
며칠 전 아주머니의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먹고 있었는데,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 두명이 와서 어묵을 먹었다. 어묵 꼬치만 세면 몇개를 먹었는지 알 수 있기에 아주머니는 아이들을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꼬치 몇개를 슬며시 바닥에 버리는게 아닌가.
난 놀라서 아주머니를 쳐다 보았다.
아주머니는 고개를 흔들며 모른척 하라는 신호를 보내셨다.
결국 아이들은 바닥에 버린 꼬치의 어묵값은 계산하지 않고 갔다.
나는 아주머니의 행동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아니, 왜 알면서도 모른척 하시죠?\"
\" 저도 학교 다닐 때 그 아이들 처럼 장난삼아 많이 그랬어요. 그런데 막상 내가 이 장사를 하고 보니 후회가 되었어요. 그래서 빚 갚는다는 생각으로 모른척 하는 겁니다. 아마 그때 그 아주머니도 저 처럼 알면서도 모른척 했을 거예요\"
\"그건 결코 옳은 일이 아닙니다. 작은 잘못을 덮어 주다가 나중에 더 큰 잘못을 저지르면 어떻게 합니까? 지금부터 바로 잡아 줘야 합니다.\"
\"아닙니다. 전 애들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절대로 그럴 애들이 아닙니다. 제 나이쯤 되면 저처럼 후회하며 더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 갈거라 믿어요\"
불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 본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사람을 믿고 기다려 주는 아주머니의 푸근하고 따뜻한 마음이 오래도롣 내 가슴을 덥혀 주었다. 

***********************************************************************************

 

겨울이 막 시작 할 무렵에 아파트 앞에서 장사를 하시는 아주머니와의 대화가 잊혀지지 않아서 글로 옮겨 원고를 보냈더니 출판사에서 채택 되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예전에도 몇번인가 채택이 되었지만 큰 선물이나 고료는 없어도 기분은 억수로 좋습디다.
살아 가는 주변이 춥지만은 않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작은 이야기였습니다.
이런 기억 많죠?
저도 안 그랬다고는 말 못합니다.............하하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한 삶이 되시길 빕니다.